시사게로 가야하나 자랑게로 가야하나 자게로 가야하나 하다가, 엄마와 할머니의 변화가 너무 저에게는 자랑스럽고 가슴벅차 자랑게로 왔습니다!
말주변이 없어서 어디부터 이야기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잘 이야기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써 볼게요ㅠㅠ



먼저 저희 외가쪽, 특히 저희 외할머니는 진성 콘크리트십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거동이 그리 편치만은 않으신데도 박근혜 불쌍하다며, 죽어도 1번 뽑아야겠다며 기어코 투표장에 가시는 분이세요.

그러니 분위기가 어떻겠어요.

그런데 또 저희 아버지는 전라도 분이십니다. 그것 때문에 처음에 결혼 반대가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저희 부모님은 아예 정치에 대한 관심이 없으셨어요.
투표도 안 하시고, 저도 자라면서 정치나 시사 얘기가 밥상 위에 올라온 적도 없고, 뉴스에서 정치 나오면 채널을 돌려 버리고,
정치인들 다 똑같다, 썩어빠진 놈들이다, 라는 말만 귀가 아프게 들었죠.


심지어는 제가 2년 전에 세월호 집회 나갈 때에도,


"넌 운동권 될라 그러니? 꼽꼬비 아빠, 쟤 운동권 될라 그러나봐."


이러셨던 분이라 제가 진짜 기막혀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리고 일장 연설을 했죠.

엄마가 그런 식으로 나오니까 애들이 이렇게 된 거 아니냐고, 엄마 생각해 보라고. 내가 운이 좋아서 세월호를 안 탔지 내가 또 어느날 휙 돌아가지고 갑자기 여행간다고 세월호를 탔는데, 아니면 내가 이 애들처럼 수학여행을 갔는데 그게 세월호였다, 근데 배가 침몰하는데 대통령이란 사람은 뭐 하라는 지시도 없고 잠적타고 그래가지고 내가 죽어도 정치인들 다 똑같다고 가만히 있을거냐고. 진짜 엄마가 정치인들 다 똑같다, 썩어빠졌다 생각하면 투표장 가서 무효표라도 찍고 오라고,

...그랬더니 그 다음에 국회의원 대선때 전화가 와선 "나 문재인 찍었다. 니가 하도 박ㄹ혜 때문에 나라 망했다고 그래서." 그러시더라구요ㅋㅋㅋㅋㅋ




그리고 어제였어요.

제가 지금 외국에서 유학 생활 중인데 일주일에 한 번씩 엄마랑 통화를 하거든요.

어제 제가 전화를 걸었더니 엄마가 다짜고짜 이러시는 거예요.


"엄마 집회 나갈려구. 티비에서 봤는데 엄마도 나가고 싶더라."
-아니 2년전엔 나더러 운동권이라며?
"아니, 아냐. 그리고 할머니도 바뀌셨어."

그러시데요. 그래서 뭔 소리냐고 그랬더니 처음에는 할머니도 박ㄹ혜 불쌍하다고 그랬대요. 그래서 엄마도 잠자코 지켜봤는데, 몇주 뒤에 할머니랑 같은 동에 사시는, 같이 운동하시는 다른 할머니가 "박ㄹ혜 불쌍하다" 라고 하니까 할머니 왈,


"불쌍하긴 뭐가 불쌍해.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세상에ㅠㅠㅠ 아니 여든 넘으신 우리 할머니가ㅠㅠㅠㅠ 세상에ㅠㅠㅠ 세월호 이후에도 ㄹ혜 불쌍하다고 하셔서 밤고구마 천만개를 주셨던 우리 할머니가ㅠㅠㅠㅠ!!!!!




그리고 오늘 아침에 알람 대신에 갑자기 보이스톡이 온거예요, 엄마한테.
받아보니까 광화문 소리ㅠㅠ 사람들 함성소리와 ㄹ혜 하야하란 소리ㅠㅠㅠ


저희 할머니가 박근혜한테 벌받아야 한다는 말을 한 거랑,
저희 엄마가 혼자 집회 나가신 게 자랑...ㅠㅠ!! 너무 자랑하고 싶었어요!!!!!!

저희 집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거든요!!!!!!!!


저희 엄마를 비롯해 집회 갔다 오신 분들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비록 먼 곳에 있어 가진 못했지만 마음만은 함께했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