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size="4"><br><br>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래요 잤어요.<br><br><br></font> <div><font size="4"> 요즘처럼 엄청 더웠던 여름이었습니다. 그날도 시끄러운 매미소리에 <br></font></div> <div><font size="4">귀가 아릴 정도였고,하늘은 무서울 정도로 시퍼렇고, 뜨거운 열기에 <br></font></div> <div><font size="4">내쉬는 호흡이 곤란할 지경이었습니다. <br></font></div> <div><font size="4"><br></font></div> <div><font size="4">도서관의 에어컨소리에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였지만, <br></font></div> <div><font size="4">차마 밖으로 나갈 생각은못했던 그런 평범한 대학생의 여름이었어요.</font></div><font size="4"><br><br></font> <div><font size="4"> 오락가락거리는 정신을 부여잡고 책을 보는 대신에 시간을 낭비하는 와중에 <br></font></div> <div><font size="4">졸업한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고생들 한다고 시원한 맥주 한잔 사겠다고 했습니다. </font></div><font size="4"><br><br></font> <div><font size="4"> 약간은 허세를 부리기도 하고, 엄청 어른인 것처럼 구는데다, 꼰대기질이 있긴 하지만 <br></font></div> <div><font size="4">그럭저럭 후배들을 챙길 줄 아는 선배가 있습니다. 겨우 세 살 많으면서, 우리를 마치 <br></font></div> <div><font size="4">아이들 다루듯 하는 선배이긴 해도 가끔은 술도 사주고 밥도 사주니까 좋은 선배가 맞을 겁니다.</font></div><font size="4"><br><br></font> <div><font size="4"> 이 선배가 우리랑 친하게 지내는 건, 뭐 선배가 동기들이랑 별로 친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br></font></div> <div><font size="4">친구가 별로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선배의 여자친구가 우리 동기였거든요. <br></font></div> <div><font size="4">선배가 복학했을 때 우리랑 만났고, 우리들에게 엄청 잘해줬던 이유가 <br></font></div> <div><font size="4">지금 사귀는 그 여자친구 때문이었던 모양입니다.</font></div><font size="4"><br><br></font> <div><font size="4"> 아무튼 선배가 우리 동기 여자애와 사귀면서도 우리는 계속 챙겨줬어요. <br></font></div> <div><font size="4">선배의 여자친구이기 전에 우리 친구였으니까요. 우리가 먼저 친했던 게 맞습니다. </font></div><font size="4"><br><br></font> <div><font size="4"> 오랜만에 또 만나서 술을 마시고, 신나게 놀았어요. 그러던 중에 선배가 <br></font></div> <div><font size="4">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회사에 가봐야 한다고 했어요. <br></font></div> <div><font size="4">서울의 어정쩡한 대학을 나와도 알만한 기업에 취직하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br></font></div> <div><font size="4">노예처럼 일해야 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br></font></div> <div><font size="4"><br></font></div> <div><font size="4">아! 토요일에도 출근하던 시절이었어요.</font></div><font size="4"><br><br></font> <div><font size="4"> 선배가 일어나며 여자친구를 데려가려고 했지만, 선배의 여자친구는 <br></font></div> <div><font size="4">조금 더 놀다 들어가겠다고 했어요. <br></font></div> <div><font size="4"><br></font></div> <div><font size="4">조금 짜증까지 내면서 먼저 가라고 했습니다.</font></div><font size="4"><br></font> <div><font size="4"> 그때. 선배가 여자친구를 데려갔어야 하는 게 맞는 모양입니다. <br></font></div> <div><font size="4">왜냐하면 그날 선배의 여자친구가 저랑 잤거든요. </font></div><font size="4"><br><br></font> <div><font size="4"> 그래요. 저는 신입생시절부터 선배의 여자친구와 친했고 어느 정도 마음도 있었습니다. <br></font></div> <div><font size="4">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복학생 선배가 뺏어간 거예요.</font></div> <div><font size="4"><br></font></div> <div><font size="4">전 제 진심을 되찾은 기분이었습니다. </font></div><font size="4"><br><br></font> <div><font size="4"> 문제는 주변의 친구들에게 매장당할 위험에 놓였다는 거죠. 숨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br></font></div> <div><font size="4">난 모두가 선배의 여자친구라고 생각하는 그 애와 몰래 만나야 했어요. <br></font></div> <div><font size="4">걔는 이제 곧 선배와 헤어지겠다고 했지만, 차마 그러질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br></font></div> <div><font size="4">제가 졸업하고 그 선배와 마주칠 일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어요.</font></div><font size="4"><br><br></font> <div><font size="4"> 저도 힘들었어요. 제 곁의 여자애가 선배의 전화를 받으며 불편해하는 모습을 <br></font></div> <div><font size="4">보는 것도 그랬고, 어쩌다 겹치는 추억을 얘기할 때 그 선배가 등장하는 일도 그랬습니다. <br></font></div> <div><font size="4">그 여자애의 자취방에서 관계하고 샤워를 하는데, 선배가 찾아온다고 해서 <br></font></div> <div><font size="4">급하게 나가야했던 일도 있었어요. <br></font></div> <div><font size="4">우리 사이에 그 선배가 등장할 때마다 서먹해지는 게 너무 싫었습니다.</font></div><font size="4"><br><br></font> <div><font size="4"> 더 견디지 못했습니다. 그 여자애가 나를 만나면서부터는 선배와 관계하지 않았다는데, <br></font></div> <div><font size="4">그 선배가 눈치 채지 못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font></div><font size="4"><br><br></font> <div><font size="4"> 직장 때문에 항상 바쁘고 정신없다던 선배였는데, 내가 만나자고 하니까 바로 좋다고 했어요. <br></font></div> <div><font size="4">저는 학교근처 대신에 선배의 직장근처에서 선배를 만났습니다. <br></font></div> <div><font size="4">솔직하게 말하고 좀 맞더라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br></font></div> <div><font size="4"><br></font></div> <div><font size="4">어디 심하게 다치지만 않는다면 괜찮다고 생각했어요.</font></div><font size="4"><br><br><br></font> <div><font size="4"> “네가 웬일이냐? 아주 술이 고팠구나?”</font></div><font size="4"><br> “괜찮아요? 금요일 저녁인데”<br><br> “우리 사무실 회식도 째고~ 민아 대신에 너를 만나는 거다. 영광인 줄 알아”<br><br><br></font> <div><font size="4"> 민아는.......그러니까 그 여자애는 제가 다른 약속을 잡으라고 미리 말해둔 거였어요. <br></font></div> <div><font size="4">선배는 그런 사실도 모르고 민아 대신에 저를 만나주는 거래요. <br></font></div> <div><font size="4">막상 이러니까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습니다. 일단은 술을 좀 마셔야 했어요. <br></font></div> <div><font size="4">그래야 맞아도 덜 아프겠죠.</font></div><font size="4"><br><br></font> <div><font size="4"> 약간의 술을 마시며 쓸데없는 얘기들을 실컷 주고받았어요. <br></font></div> <div><font size="4">아직 평사원인 주제에 어디 취직할만한 자리가 없으면 자기 회사에 오라는 <br></font></div> <div><font size="4">선배의 얘기들도 잘 들어줬습니다. 인생을 다 아는 것 같은 선배의 잔소리에도 <br></font></div> <div><font size="4">적당히 호응하며 술을 마셨습니다. </font></div><font size="4"><br> 술은 이제 충분했고, 제가 용기만 내면 됐습니다.<br></font> <div><br></div> <div><br></div><font size="4"> “선배. 요즘 민아랑 어때요.”<br><br> “뭐~ 요즘 내가 많이 바쁘고 힘들어서 신경 써주지 못하니까 미안하지.”<br><br> “아직 모르겠어요?”<br><br> “.......”<br><br> “이제 아시잖아요? 민아가 선배 피하는 거?”<br><br> “너였냐?”<br><br> “그만해요. 선배”<br><br></font> <div><font size="4"> 선배의 얼굴이 일그러지거나 자리에서 일어나기라도 했으면, 대응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br></font></div> <div><font size="4">그러나 선배는 소주를 마시고 천천히 잔을 내려놓다말고 잔으로 탁자를 살짝 두드렸어요. <br></font></div> <div><font size="4">저도 제 소주잔을 비우고 선배의 잔에 술을 따르려 했습니다만, <br></font></div> <div><font size="4">선배는 됐다며 손을 들어 소주병을 받아 자신의 잔을 채웠습니다. </font></div><font size="4"><br> 위험한 일이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모든 걸 끝내야 했습니다. <br><br><br> “선배도 알잖아요. 민아가 선배 때문에 요즘 힘들어 하는 거”<br><br> “......그게 나 때문이야?”<br><br> “오늘도 회식 째고 저를 만나셨다면서요. 민아가 만나자고 했어도 회식을 쨌겠어요?”<br><br> “.........”<br><br> “민아가 저랑 있을 때, 선배한테 전화 오면 눈치 보는 거 이제 못 보겠어요.”<br><br> “........그랬냐.”<br><br> “제가 민아 행복하게 해줄게요.”<br><br><br></font> <div><font size="4"> 선배는 다시 혼자 소주잔을 채우고 비웠어요. 선배가 저를 보는 시선이 싸늘했지만, <br></font></div> <div><font size="4">여기까지 온 만큼, 정말 모든 걸 끝내고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font></div><font size="4"><br></font> <div><font size="4"> 말하면서도 내가 독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br></font></div> <div><font size="4">선배가 아예 몰랐던 사실은 아닐 겁니다. 민아가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있으리라는 <br></font></div> <div><font size="4">의심을 하긴 했을 거예요. <br></font></div> <div><font size="4"><br></font></div> <div><font size="4">아니, 제가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br></font></div> <div><font size="4">다른 친구들의 눈을 완전히 피했던 것은 아니니까요.</font></div><font size="4"><br><br> “모르진 않았죠? 민아가 선배를 대하는 게 달라졌잖아요.”<br><br> “그만해라.”<br><br> “뭘 그만해요. 민아가 선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말하지 않을게요.”<br><br> “민아가 뭐라는데?”<br><br> “뭐라고 하겠어요. 선배도 잘한 거 없잖아요. 민아 마음 변한게 제 탓은 아니잖아요.”<br><br><br></font> <div><font size="4"> 민아와 나의 처음은 분명히 실수였습니다. 그러나 민아는 선배 때문에 <br></font></div> <div><font size="4">무척 힘들어하고 있었어요. 민아도 직장을 다니며 힘들고 어려운 시기였는데, <br></font></div> <div><font size="4">항상 피곤해하는 선배 때문에 위로 받기는커녕 위로해줘야 했었답니다. </font></div><font size="4"><br></font> <div><font size="4"> 우리는 실수는 서로 덮어두고 다시 그냥 동기사이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br></font></div> <div><font size="4">민아가 선배랑 싸우고 내게 연락했던 게 문제였습니다. <br></font></div> <div><font size="4">민아가 나랑 만날 생각은 없었는데, 제가 만나자고 졸랐어요. <br></font></div> <div><font size="4">그럴 수 있었으니까요. 만나자고 조르면 나를 만나줄 거 같았으니까요.</font></div><font size="4"><br> 그랬어요. 민아가 제 품에 안겨 울었어요. 저는 민아를 위로해 주고 싶었습니다. <br><br> “이제 그만 끝내요. 민아가 선배랑 있을 때도 제 생각하고 있을 텐데, 서로 힘들잖아요.”<br><br> “그게 말이냐?”<br><br></font> <div><font size="4"> “미안해요. 저도 이런 얘기 하고 싶지 않은데, 민아 마음 변한 걸 <br></font></div> <div><font size="4">전부 제 탓이라고 생각하진 말아요.”</font></div><font size="4"><br></font> <div><font size="4"> 저도 힘들었어요. 민아가 항상 선배의 얘기를 하는 게 싫었습니다. <br></font></div> <div><font size="4">어쩌다 어렵게 만났는데, 술자리 내내 민아는 선배의 얘기를 했어요. <br></font></div> <div><font size="4">그런 얘기를 선배에게 해줄 수는 없었습니다. <br></font></div> <div><font size="4">민아가 제 품에서 떠들었던 얘기들을 해주는 건 너무 잔인한 일입니다.</font></div><font size="4"><br><br></font> <div><font size="4"> 실수는 실수가 아니었고, 민아가 이제는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br></font></div> <div><font size="4">단지 주변에 그런 사실을 알릴 수 없었고, 또 제게도 차마 솔직히 말하지 못했으니까요. </font></div><font size="4"><br> “욕은 제가 먹겠죠.”<br><br> “.......”<br><br></font> <div><font size="4">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어요. <br></font></div> <div><font size="4">민아랑 선배는 아니었던 거예요. 그래도 선배는 위로받고 전 욕을 먹겠죠.”</font></div><font size="4"><br> “참.......”<br><br> “알아요. 전 맞을 각오도 하고 나왔어요. 민아가 왜 하필 절 택했겠어요?”<br><br> “야”<br><br> “네”<br><br> “알았어.”<br><br><br><br></font>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font size="4"><br> 그렇게 헤어졌어요.<br><br><br> 저 선배가 접니다.<br><br><br><br></font> <div><font size="4"> 끝.</font></div> <div><font size="4"><br></font></div> <div><font size="4"><br></font></div> <div><font size="4">----------------------------------------------------------</font></div> <div><font size="4"><br></font></div> <div><font size="4"><br></font></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