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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퇴한회원임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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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bestofbest_395675
    작성자 : 탈퇴한회원임
    추천 : 178
    조회수 : 62443
    IP : 175.116.***.135
    댓글 : 59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8/07/27 19:23:25
    원글작성시간 : 2018/07/27 15:29:34
    http://todayhumor.com/?bestofbest_395675 모바일
    선배 여자친구랑 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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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래요 잤어요.


     요즘처럼 엄청 더웠던 여름이었습니다. 그날도 시끄러운 매미소리에
    귀가 아릴 정도였고,하늘은 무서울 정도로 시퍼렇고, 뜨거운 열기에
    내쉬는 호흡이 곤란할 지경이었습니다.

    도서관의 에어컨소리에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였지만,
    차마 밖으로 나갈 생각은못했던 그런 평범한 대학생의 여름이었어요.


     오락가락거리는 정신을 부여잡고 책을 보는 대신에 시간을 낭비하는 와중에
    졸업한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고생들 한다고 시원한 맥주 한잔 사겠다고 했습니다.


     약간은 허세를 부리기도 하고, 엄청 어른인 것처럼 구는데다, 꼰대기질이 있긴 하지만
    그럭저럭 후배들을 챙길 줄 아는 선배가 있습니다. 겨우 세 살 많으면서, 우리를 마치
    아이들 다루듯 하는 선배이긴 해도 가끔은 술도 사주고 밥도 사주니까 좋은 선배가 맞을 겁니다.


     이 선배가 우리랑 친하게 지내는 건, 뭐 선배가 동기들이랑 별로 친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친구가 별로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선배의 여자친구가 우리 동기였거든요.
    선배가 복학했을 때 우리랑 만났고, 우리들에게 엄청 잘해줬던 이유가
    지금 사귀는 그 여자친구 때문이었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선배가 우리 동기 여자애와 사귀면서도 우리는 계속 챙겨줬어요.
    선배의 여자친구이기 전에 우리 친구였으니까요. 우리가 먼저 친했던 게 맞습니다.


     오랜만에 또 만나서 술을 마시고, 신나게 놀았어요. 그러던 중에 선배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회사에 가봐야 한다고 했어요.
    서울의 어정쩡한 대학을 나와도 알만한 기업에 취직하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노예처럼 일해야 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아! 토요일에도 출근하던 시절이었어요.


     선배가 일어나며 여자친구를 데려가려고 했지만, 선배의 여자친구는
    조금 더 놀다 들어가겠다고 했어요.

    조금 짜증까지 내면서 먼저 가라고 했습니다.

     그때. 선배가 여자친구를 데려갔어야 하는 게 맞는 모양입니다.
    왜냐하면 그날 선배의 여자친구가 저랑 잤거든요.


     그래요. 저는 신입생시절부터 선배의 여자친구와 친했고 어느 정도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복학생 선배가 뺏어간 거예요.

    전 제 진심을 되찾은 기분이었습니다.


     문제는 주변의 친구들에게 매장당할 위험에 놓였다는 거죠. 숨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난 모두가 선배의 여자친구라고 생각하는 그 애와 몰래 만나야 했어요.
    걔는 이제 곧 선배와 헤어지겠다고 했지만, 차마 그러질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제가 졸업하고 그 선배와 마주칠 일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어요.


     저도 힘들었어요. 제 곁의 여자애가 선배의 전화를 받으며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랬고, 어쩌다 겹치는 추억을 얘기할 때 그 선배가 등장하는 일도 그랬습니다.
    그 여자애의 자취방에서 관계하고 샤워를 하는데, 선배가 찾아온다고 해서
    급하게 나가야했던 일도 있었어요.
    우리 사이에 그 선배가 등장할 때마다 서먹해지는 게 너무 싫었습니다.


     더 견디지 못했습니다. 그 여자애가 나를 만나면서부터는 선배와 관계하지 않았다는데,
    그 선배가 눈치 채지 못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직장 때문에 항상 바쁘고 정신없다던 선배였는데, 내가 만나자고 하니까 바로 좋다고 했어요.
    저는 학교근처 대신에 선배의 직장근처에서 선배를 만났습니다.
    솔직하게 말하고 좀 맞더라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어디 심하게 다치지만 않는다면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네가 웬일이냐? 아주 술이 고팠구나?”

     “괜찮아요? 금요일 저녁인데”

     “우리 사무실 회식도 째고~ 민아 대신에 너를 만나는 거다. 영광인 줄 알아”


     민아는.......그러니까 그 여자애는 제가 다른 약속을 잡으라고 미리 말해둔 거였어요.
    선배는 그런 사실도 모르고 민아 대신에 저를 만나주는 거래요.
    막상 이러니까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습니다. 일단은 술을 좀 마셔야 했어요.
    그래야 맞아도 덜 아프겠죠.


     약간의 술을 마시며 쓸데없는 얘기들을 실컷 주고받았어요.
    아직 평사원인 주제에 어디 취직할만한 자리가 없으면 자기 회사에 오라는
    선배의 얘기들도 잘 들어줬습니다. 인생을 다 아는 것 같은 선배의 잔소리에도
    적당히 호응하며 술을 마셨습니다.

     술은 이제 충분했고, 제가 용기만 내면 됐습니다.


     “선배. 요즘 민아랑 어때요.”

     “뭐~ 요즘 내가 많이 바쁘고 힘들어서 신경 써주지 못하니까 미안하지.”

     “아직 모르겠어요?”

     “.......”

     “이제 아시잖아요? 민아가 선배 피하는 거?”

     “너였냐?”

     “그만해요. 선배”

     선배의 얼굴이 일그러지거나 자리에서 일어나기라도 했으면, 대응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배는 소주를 마시고 천천히 잔을 내려놓다말고 잔으로 탁자를 살짝 두드렸어요.
    저도 제 소주잔을 비우고 선배의 잔에 술을 따르려 했습니다만,
    선배는 됐다며 손을 들어 소주병을 받아 자신의 잔을 채웠습니다.

     위험한 일이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모든 걸 끝내야 했습니다.


     “선배도 알잖아요. 민아가 선배 때문에 요즘 힘들어 하는 거”

     “......그게 나 때문이야?”

     “오늘도 회식 째고 저를 만나셨다면서요. 민아가 만나자고 했어도 회식을 쨌겠어요?”

     “.........”

     “민아가 저랑 있을 때, 선배한테 전화 오면 눈치 보는 거 이제 못 보겠어요.”

     “........그랬냐.”

     “제가 민아 행복하게 해줄게요.”


     선배는 다시 혼자 소주잔을 채우고 비웠어요. 선배가 저를 보는 시선이 싸늘했지만,
    여기까지 온 만큼, 정말 모든 걸 끝내고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말하면서도 내가 독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선배가 아예 몰랐던 사실은 아닐 겁니다. 민아가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있으리라는
    의심을 하긴 했을 거예요.

    아니, 제가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다른 친구들의 눈을 완전히 피했던 것은 아니니까요.


     “모르진 않았죠? 민아가 선배를 대하는 게 달라졌잖아요.”

     “그만해라.”

     “뭘 그만해요. 민아가 선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말하지 않을게요.”

     “민아가 뭐라는데?”

     “뭐라고 하겠어요. 선배도 잘한 거 없잖아요. 민아 마음 변한게 제 탓은 아니잖아요.”


     민아와 나의 처음은 분명히 실수였습니다. 그러나 민아는 선배 때문에
    무척 힘들어하고 있었어요. 민아도 직장을 다니며 힘들고 어려운 시기였는데,
    항상 피곤해하는 선배 때문에 위로 받기는커녕 위로해줘야 했었답니다.

     우리는 실수는 서로 덮어두고 다시 그냥 동기사이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민아가 선배랑 싸우고 내게 연락했던 게 문제였습니다.
    민아가 나랑 만날 생각은 없었는데, 제가 만나자고 졸랐어요.
    그럴 수 있었으니까요. 만나자고 조르면 나를 만나줄 거 같았으니까요.

     그랬어요. 민아가 제 품에 안겨 울었어요. 저는 민아를 위로해 주고 싶었습니다.

     “이제 그만 끝내요. 민아가 선배랑 있을 때도 제 생각하고 있을 텐데, 서로 힘들잖아요.”

     “그게 말이냐?”

     “미안해요. 저도 이런 얘기 하고 싶지 않은데, 민아 마음 변한 걸
    전부 제 탓이라고 생각하진 말아요.”

     저도 힘들었어요. 민아가 항상 선배의 얘기를 하는 게 싫었습니다.
    어쩌다 어렵게 만났는데, 술자리 내내 민아는 선배의 얘기를 했어요.
    그런 얘기를 선배에게 해줄 수는 없었습니다.
    민아가 제 품에서 떠들었던 얘기들을 해주는 건 너무 잔인한 일입니다.


     실수는 실수가 아니었고, 민아가 이제는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단지 주변에 그런 사실을 알릴 수 없었고, 또 제게도 차마 솔직히 말하지 못했으니까요.

     “욕은 제가 먹겠죠.”

     “.......”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어요.
    민아랑 선배는 아니었던 거예요. 그래도 선배는 위로받고 전 욕을 먹겠죠.”

     “참.......”

     “알아요. 전 맞을 각오도 하고 나왔어요. 민아가 왜 하필 절 택했겠어요?”

     “야”

     “네”

     “알았어.”



























     그렇게 헤어졌어요.


     저 선배가 접니다.



     끝.


    ----------------------------------------------------------


    출처 http://mlbpark.donga.com/mp/b.php?m=search&p=1&b=bullpen&id=201807270021003629&select=sct&query=%EC%84%A0%EB%B0%B0&user=&site=donga.com&reply=&source=&sig=h6j6Gg-1g3HRKfX@hlj9Sl-A5ml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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