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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273289
    작성자 : 순살치킨
    추천 : 189
    조회수 : 26935
    IP : 125.180.***.234
    댓글 : 19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6/10/12 00:56:43
    원글작성시간 : 2016/10/11 15:03:50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73289 모바일
    난 노가다. 당신은 공무원.
    어제부터 심한 몸살로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쉬고 있던 차, 몇 년간 연락 없던 나이 차 많이 나는 지인의 톡을 받았다.

    내용은 간단했다. '나 공무원 합격했어.'

    작년 같았으면, 아니 몇 개월 전 이었다면 진심으로 축복 해줬을 기쁜 소식에도 나는 선뜻 축하하다는 답장을 보내지 못하고 

    몇 시간 째 사라지지 않는 카톡 알림 창의 숫자를 보고 있다.

    당장의 내가 여유가 없어서 일까, 주변 환경의 압박 때문일까. 날 향하는 선의나 호의 조차 짜증내기 시작한건 언제부터였을까.

    공무원 좋지. 좋겠다. 축하해줘야지. 그러면서 손은 그냥 핸드폰 화면을 꺼버린다. 

    나는 나대로 꿈이 있고 길이 있었을텐데. 왜 공무원을 부러워해야하지. 왜 이 나라는 사람들이 공무원에 몰리게끔 나라를 이 꼴로 만든거지.

    왜 나는 축하도 못하고, 갈 곳 없는 허탈함과, 분노와 질투, 각종 부정적인 감정들을 속으로만 삭히고 있어야하는가.

    다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지인은 단순히 축하 받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도 근 2년을 힘든 곳에서 서로 지지 하며 버텨온 사이 아니었던가.

    그 사람은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주변 사람에게 알리고 축복받고 싶었을 뿐일텐데.

    다 나의 잘못이다. 내가 게으르고, 모자라고, 멍청했기에 이런 결과가 되었다.

    노가다 자체와 노가다 일을 하는 사람들을 나쁘게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단지 이런 꼴사나운 생각을 하는 내가 싫을 뿐이고, 기술직을 천대하는 분위기가 싫을뿐이고, 취직을 못하면 병신 취급을 받는 이 나라가 싫을 뿐이다.

    오늘까지 쉬고 내일부터 다시 일을 나간다.

    새벽 찬바람이 걱정되어 걸칠 옷을 하나 더 챙겨넣었다.

    지금도 답장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이다.

    오늘은, 보낼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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