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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237936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247
    조회수 : 35529
    IP : 175.201.***.150
    댓글 : 44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6/04/08 10:35:53
    원글작성시간 : 2016/04/07 17:31:57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37936 모바일
    주유소 일할때 만난 김칫국 잘 끓이던 처자.
    군입대전 전역 후, <div>나는 어느 주유소에서 일한 적이 있다.</div> <div><br></div> <div>사장님이 작은아버지 친구분이라 시급은 올림해서 천원단위로 끊어주고,(2천원대 시절임.)</div> <div>예를 들어 813,850원이 내가 받을 돈이면 쿨하게 85만원이 입금되었고 장사잘되는 달에는 90~100으로 입금되었다.</div> <div><br></div> <div>학교행사로 빠져도 </div> <div>숙취로 못일어나 빠져도</div> <div>요일을 햇갈려서 빠져도</div> <div>봐주기는 개뿔...</div> <div><br></div> <div>친구조카는 내 조카라며 사랑의 헤드락에 걸려야했다-_-ㅋㅋㅋ</div> <div>(고등학교때까지 레슬링하셨던 분임...)</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지금은 안주지만 10여년 전에는 기름넣고 주는 사은품이 그 주유소의 흥망을 결정하던 시절이었다. </div> <div>모르는 사람들은 이거 본사에서 뿌리는지 아는데, 이거 주유소에서 개별적으로 사서 주는거였다.</div> <div><br></div> <div>그래서 휴지는 2만원이상, 물티슈는 3만원이상, 장갑 생수는 5만원이상이란 체력장같은 기준이 있었고,</div> <div>츄레라나 덤프트럭같이 한번 주유하면 최소 10만원 단위...</div> <div>그것도 여기가 편하다고 단골로 오는 아저씨들은 들고가고 싶은대로 가져가시라고 두는 편이었는데 오다 주웠다며 깡깡 언 아이스크림 주고 갈지언정 뭐 가져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div> <div>(알바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분들도 어흠...모르는척 몇개씩 넣어드렸음.</div> <div>말했잖아. 체력장같은 기준이라고...고쳐적으면 내 기록이여ㅋㅋㅋㅋ)</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다가 포인트카드 단골이라고 최대한도인 10만원씩 끊지 좀 말라고 노래를 부르던 본사 형님이 오셨다</div> <div>(말만 이렇게하고...단골유지용이라고 하면 그려그려, 그래도 적당히해. 나 구박받어라고 하던 8살차이나던 형님이셨음.) </div> <div><br></div> <div>그 형의 은색 산타페가 주유소 한켠에 멈추더니</div> <div>"XX야. 이것 좀 옮기자."</div> <div>라며 부른다.</div> <div><br></div> <div>"어??? 무겁네??? 형. 이거 뭐요???"</div> <div>"사은품. 아. 소장님. 오랜만입니다."</div> <div>"어서와요. 뭐요. 이건 또???"</div> <div> </div> <div>박스를 까니, 그 안에는 봉지단위로 포장된 보리쌀이 들어있었다.</div> <div>5만원이상 주유하고 포인트카드제시하시는 분께 드려라.</div> <div>그 형은 쉽게 말하고 갔지만...</div> <div><br></div> <div>그걸 줘야하는 현장의 알바들에게는 피가 말리는 일이 하나 더 추가됐을 뿐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 저거 뭐야??? 보리쌀??? 나는 왜 안 줘??? 뭐??? 5만원이상??? 나 여기 단골이야!!! 왜 안줘!!! 빼애애애애애액!!!!!!!!</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차라리 4~5천원 넣고가는 다방오토바이배달들은 말이라도 통했다. 애초에 사은품에 욕심도 안냈고...</div> <div>주유해줘요.라고 하고는 사무실가서 알아서 영수증도 끊어가고,</div> <div>어쩌다 필요하면 다방에서 서비스로 돌리던 스포츠신문이나 요구르트 몇줄 주고 휴지하나 트레이드해서 가져가곤 했는데...</div> <div><br></div> <div>경차부터 억단위 수입차까지...</div> <div>그 몇백그램짜리 보리쌀에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했다.</div> <div><br></div> <div>5만원이상 주유하고 포인트카드있으셔야준다는데도,</div> <div>웃는 낯으로 안돼요 내가 욕처먹어요.라고해도 못알아먹고 내 감정을 팍 상하게 만들던 사람들이</div> <div>그 빌어먹을 보리쌀행사로 더더욱 기승을 부렸다.</div> <div>2~3만원넣고 줘. 휴지도 줘. 물티슈도 줘. 장갑도 줘. 생수도 줘. 보리쌀도 줘. 한개가 뭐야. 몇개씩 줘. 나 여기 단골이야.</div> <div>내가 여기 단골은 뭔 단골이야. 내가 여기 일한지가 연단위인데 처음보는 얼굴이구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원래는 학기중에도 일주일에 3~4일. 주말에 늘어져노느니 나와서 일하고 등록금에 보태던 나였지만,</div> <div>질리고 질려버려서 그 학기에는 입대전 날려먹은 학점매꿔야한다며 주유소에 오지않고 신나게 놀아재끼고...</div> <div>이거 ㅆㅂ 계절학기를 들어야하나???하는 지경에 이르며 방학을 맞이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ㅋㅋㅋㅋㅋㅋㅋㅋ 니가 가긴 어딜 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div> <div>다시 주유소로 출근한 날 소장님이랑 야간타임 형이 나를 보고 엄청 웃어재꼈다.</div> <div>시끄러버요. 라며 옷갈아입으러 안으로 들어가니, 그 엠병할 보리쌀이 아직도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div> <div><br></div> <div>찹쌀에 데인 강시처럼, 마늘에 데인 흡혈귀처럼 이게 뭐야 빼애애애액!!!!하고 튀어나오자</div> <div>"아. 그거 아무나 줘버려라. 행사끝났다. 어차피 본사에서 떠넘긴거니까 막 줘버려."라고 소장님이 말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진짜 그냥 막 줬다.</div> <div>나 집에 밥솥없어.라는 다방오토바이배달하는 동생한테도,</div> <div>1~2만원 넣고 주유소사은품으로 한살림해가려는 일부 아줌씨들한테도,</div> <div>부스에 앉아있다가 길거리에 아는 사람 지나가도,</div> <div>그냥 막 주는데도,</div> <div>내가 예수님이 되어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는건지 이것들이 자가분열생식을 하는건지 도통 줄어들 생각을 안했다.</div> <div><div>주랄땐 안주더니 흥칫뿡. 그래도 줘서 고마워.라며, </div> <div>오늘은 또 어떤 이가 내 멘탈을 날릴까.라며 쓰린 위장을 안고 출근하던때와 다르게 분위기는 한층 훈훈해졌다는 개뿔...겨울이라 얼어뒤질뻔했다.</div></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지금도 기억나는 흰색아반떼 그녀. </div> <div>분홍색핸들커버가 씌어져있고, 헬로키티카시트가 앞뒤좌석에 다 있고, </div> <div>항상 "3만원 주유해주세요."라고 하던 아침 7시 반이나, 저녁 6시 반에만 오던 곱창머리띠를 하던 그녀.</div> <div>(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연단위로 일하니까 자주 오는 사람들은 구분이 됨.)</div> <div>공무원연금이란 문구가 들어간 S사 카드를 쓰는걸 보니, 본인이 공무원이거나 아빠가 공무원이거나 했을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던 그녀.</div> <div><br></div> <div>밥할때 섞어드세요.라며, 물티슈나 주던 그녀에게 나는 보리쌀을 검은 봉다리에 몇개씩 담아 주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물론, 그녀만 준게 아니라 다른 손님들한테도</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주유소 뒤편 슈퍼에 가서 보리쌀 한박스를 주고 검은 봉다리 한뭉치와 트레이드해와 </span></div> <div>하나씩 감질나게 안주고 그냥 무한 살포를 한거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서오세요~. 휘발유 3만원이시죠?"</div> <div>아침 7시반. 그녀가 왔다. </div> <div>항상 3만원이라, 그렇게 물으니 수줍게 카드를 건네며 </div> <div>"네. 3만원이요."라고 한다.</div> <div><br></div> <div>알았으니 주유구 열어주세요 (휘발유유증기때문에) 현기증난단 말이예요.</div> <div>(항상 주유구여는거 깜빡하시던 분이었음. 어멋!!!하고 주유구대신 트렁크여는건 덤.)</div> <div>라고 주유를 하고 결제를 하는데,</div> <div>항상 창문닫고 주유끝나고 사인받으러 오던 나를 기다리던 그녀가 부스까지 나오셨다.</div> <div>일부 성질급한 아저씨들이나 이러는데, 안그러던 사람이 그래서 진짜 깜짝 놀랬다.</div> <div><br></div> <div>"예???<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span></div> <div>나 진짜 그 여성분보고 뭐 필요한거 있으세요???가 아니라 이렇게 말했음.</div> <div><br></div> <div>너무 당황한 나를 보고 흠칫하던 그녀는 이내 결심을 한듯 입을 여셨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font size="6">"저...저기!!!! 저 남자만날 생각없어요!!!! </font></b></div> <div><b><font size="6">항상 주유할때마다 챙겨주시는건 감사한데 죄송합니다!!!!"</font></b></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찌지직찌지직.하며 전표나오는 소리만이 그 적막을 깨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남자는 군대갔다오면 머리가 굳어진다던가...</div> <div>상황파악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걸렸다.</div> <div><br></div> <div>"저...저야말로 죄...죄송합니다!!!! </div> <div>그 보리쌀. 재고가 많이 남아서 자주오시는 단골들한테 몇개씩 드리던거였거든요!!!!</div> <div>저...오...오해하게해서 정말 죄송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고백하지않고 차인 나와,</div> <div>고백받지않고 차버린 그녀는, </div> <div>말없이 전표에 사인하고 사인받고,</div> <div>그녀는 그래도 잘 받아가던 물티슈마저 받지않고 황급히 떠나갔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 날은 군대전역한날 딱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운 날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보리쌀은 겨울방학 내내 일하며 뿌리고도 남았고,</div> <div>그 주유소는 2주일에 3~4번와서 3만원씩 주유하던 단골을 잃었다.</div>
    철전열함의 꼬릿말입니다
    저야말로 못생겨서 죄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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