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바하는 곳에 가려면 3호선을 타야함. 시간대는 1시부터 7시까지 일하니까 12시 쯤에 3호선을 탐.
근데 이 시간대에 3호선을 타본 웃대인이라면 알겠지만, 할배 할매들이 겁나 많음. 특히 내가 타는 곳이
할배 할매들의 핫 플레이스인 종로 3가라 더 많음 ㅋㅋㅋㅋㅋ
지하철을 타고 주위를 둘러보면 굉장히 다양한 할배 할매들이 많은데, 노인들의 요즘 머스트 헤브 아이템인지
검은색 바탕에 빨간 글씨로 [반공 애국]이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돌아댕기시는 분들이 심심찮게 보이고
저번엔 노년의 불륜을 목격한 적이 있는데 불륜할배의 조강지처 할매한테 현장에서 발각되는 바람에 추격전으로
지하철이 존나 런닝맨 촬영현장, 아니 거의 무도 돈가방을 들고 튀어라 특집을 보는 듯 했음.
여튼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출근하려고 월요병을 간신히 이겨내고 안그래도 멸치인 내가
내장이 다 빠져나간 듯이 축 쳐진 멸치가 되어 지하철에 탐.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가고 있었음. 그러던 중에 을지로 3가역에서 뭔가 범상치 않은 꼰대의 기운이 느껴지는 할배가 탐.
노약자 석은 꽉 차 있었으니, 일반석에 젊은 사람 있으면 자리 양보하라고 하실 참이었는지 주위를 둘러보시더라?
젊은 사람이 몇 앉아있긴 했는데 의외로 아무 말도 안하심. 그래서 `아 내가 궁예질을 해서 저 할아버지에 대해 오해했네;` 하며
딸도 안쳤는데 현자타임이 와서 반성하고 있었음. 근데 노약자석으로 성큼성큼 가시더니 좀 어려보이는 할배를 툭툭 침ㅋㅋㅋㅋ
그러면서 `나이가 몇 살이여?` 함 ㅋㅋㅋㅋㅋㅋ 동안할배가 `73인데 왜? 어디서 시비질이여?` 하니까
이 할배가 살짝 움찔하더닠ㅋㅋ `뭐 73? 어디 70줄에도 못 들어갔을 것 같은 놈이 그짓말이여? 내가 74여 자리 안 양보혀?`
하며 존나 고래고래 소리지름ㅋㅋㅋㅋㅋㅋㅋ 동안할배도 빡쳐서 뭐 임마? 하면서 두 분이서 쥰내 싸우는데 ㅋㅋㅋㅋ
옆에서 잠자코 지켜보시던 백발 할배가 `어허 거 싸우지들 말고, 자리가 없으면 만들면 되지.` 하더닠ㅋㅋㅋㅋ
가방에서 막걸리 몇 병을 끄내고 바닥에 앉음. 무슨 시발 가방에 막걸리 밖에 없어 하얀포션 장사하시는 줄.
여튼 그렇게 백발 할배가 막걸리를 끄내니까 그거에 혹했는데 할매 몇 분하고 싸우던 두 할배하고 바닥에 앉아서 술판 벌임ㅋㅋㅋ
산악회 꼰대들이 지하철에서 술판 벌이는걸 사진으로만 봤지 시발 내가 이걸 현실체험 할 줄이야.
신입생 ot나 mt 간 것 마냥, 사실 난 고졸이라 그 분위기가 어떤지 모르지만 시발 ㅠㅠ 여튼 그런 분위기로 서로 통성명하는데
잡상인 아재가 탐ㅋㅋㅋㅋㅋ 상황을 보더니 `어이쿠` 하고 다른 칸으로 가려는데 ㅋㅋㅋㅋ 백발 할배가
`일로오게 자네` 하고 부름ㅋㅋㅋ 그 모습이 흡사 디아2에서 `Hello! My Friend. Stay awhile. And listen!`만
주구장창 지껄이는 데커드 케인이었지. 잡상인 아재도 침 꼴깍하더니 합륰ㅋㅋㅋ 자기들끼리 깔깔대면서 트로트 틀어놓고 노래부름
그렇게 두 정거장 정도 더 가는데 점점 손님이 불어남ㅋㅋㅋ 시발 무슨 험상궂은 손놈도 아니고 노인네만 타면
`다들모여`를 그래 외치는지 시발 손퀴벌레 극혐; 그러다 누가 경찰 불렀는지 잠시 정차하더니 경찰 옴ㅋㅋㅋㅋㅋ
보자마자 경찰이 `아니 여기서 술판을 벌이시면 어떡합니까; 다 내리세요` 하는뎈ㅋㅋㅋ안내림 ㅋㅋㅋㅋ 결국 억지로 끌어내리는데
`니들은 애비 애미도 없냐!` 시전ㅋㅋㅋㅋ
결국 다 끌려 나가고 미쳐 가지고 나가지 못한 트로트 플레이어만 남아 찰지게 열창하더라.
존나 시끄럽긴 했어도 노래 잘부르는 할배 땜에 mp3를 끄고 리듬을 타고 있었는데.. 내릴 때 까지 그 리듬을 탈 정도로 찰졌는데..
길다길래 3줄요약
1. 할배들 싸웠는데 데커드 케인이 중재함
2.노인네들 술판 벌이고 노는데 노래 잘 부르는 할배 때문에 작성자 리듬탐 근데 경찰에 끌려가셔서 아쉽
3. 작성자 멸치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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