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 "네?"<br><br> 당황스러운 질문에 반사적으로 반문했다. 소개팅을 받은 첫 날에 받은 질문이 원하는 죽음이 있냐니... 내 반문에도 상현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br><br> "말 그대로에요. 원하는 죽음이 있냐구요."<br> "잘 이해가 되질 않네요."<br> "질문을 바꿔 볼까요? 자연사가 좋아요. 아니면 드라마틱한 사고사?"<br> "상현씨, 초면에 조금 무례하신 것 같네요."<br> "아아- 미안해요. 내 직업이 조금 특이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많아서 던진 질문이에요."<br> "상현씨 보험 회사 다니는 거 아니였어요?"<br> "맞아요. 상조회사 근데 정확하게는 제가 맡은 일은 죽기 직전의 상황을 조작한달까요?"<br> "네...?"<br> "하나씨 그거 알아요?"<br> "뭐를요?"<br> "사람의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는거, 말이 씨가 된다.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면 불행이 찾아온다 등의 말이 사실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일중 하나에요."<br> "그런데요?"<br> "전 사람이 죽기 직전에 찾아가 고객의 뇌와 영상기기를 연결 시키는 '링커'에요."<br> "......"<br> "그러니까 죽기직전에 제가 맡은 고객이 요청한 상황들을 보게 되는거죠. 저는 원하는 영상을 노출 시켜주는 사람이구요."<br> "아....네"<br><br> 상현씨는 빙글빙글 웃었다. 난생 처음 듣는 직업군에 나는 상당히 당황했다. 밖엔 비가 내리고 어디선가 장미향이 났다. <br> 잔잔한 팝송이 흐르는 카페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황당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상현씨를 보며 피식 - 하고 웃음이 났다.<br><br> "상현씨"<br> "네 하나씨"<br> "링커라는 직업 어때요?"<br> "그냥 여러가지로 흥미로우면서 의미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마지막 만큼은 자기가 선택한 대로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요."<br> "그렇구나 어떤 죽음을 많이 선택해요? 그러니까 상현씨의 고객들이요."<br> "부귀영화를 누리거나, 영화배우가 되거나, 하늘을 날거나 다양해요. 평소 이루지 못 한 것들이죠."<br> "그렇구나"<br> "하나씨, 그거 알아요? 오늘 사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에요."<br> "상현씨는 알 수 없는 이야기만 늘어 놓네요."<br> "그리고, 우린 결혼 했었어요."<br> "네...?"<br> <br> 팝송이 멈추고 밖의 비가 정지 되었다. 그리고 내 앞의 상현씨 대신 오십대 가량의 남성이 정자세로 앉아있었다.<br> 빙글빙글 웃는 상현씨와는 대조되는 굳은 얼굴<br><br> "안녕, 여보"<br> "....이...이게 무슨"<br> "보통은 저장된 영상을 작동시켜야 되지만, 꼭 전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실시간으로 영상을 흘려보내"<br> "네...?"<br> "당신이 선택한 죽음은 우리가 처음 만난 장소에서 소개팅 하던 그날로 돌아가는 것이였지, 시간이 부족해서 많은 말을 전할 수 없지만 이거 하나만이라도 전달 되었으면 좋겠어. 나 당신 많이 사랑해 그리고 천국에서 꼭 나 기다려줘"<br><br><br><br><br><br> 20xx년 12월 25일 16시 41분 김하나씨 운명하셨습니다.<br><br> 병실에 의사의 낮은 음성이 울려퍼졌다. 아내는 교통사고를 당한 뒤 혼수 상태였다. 그리고 오늘 갑작스러운 뇌출혈을 막기 위한 수술이 반쯤 실패하자, 죽음 선택 장치를 아내에게 연결시켰다.<br> 하지만, 급작스럽게 벌어진 일이 였기에 원래 영상은 처음 만난 날 부터 우리가 가지 못했던 세계여행까지 했어야되었지만 그러질 못했다.<br> 결국 나는 현실에서도, 그녀의 가상세계에서도 빵점짜리 남편이다. <br> 내가 원하는 죽음은, 그녀를 잃기전으로 돌아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