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음슴체로 쓸게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몇년 전 대학원을 다니며 등록금을 조금씩 벌어보고자 연구조교를 시작했음.</div> <div><br></div> <div>마침 연구조교를 구하는 교수님 한 분이 계셔서 새학기가 시작할 때 딱맞게 연구조교 채용이 되었음.</div> <div><br></div> <div>교수님께서는 교육학과 소속이셨음.</div> <div><br></div> <div>당시 우리 학교는 교육학과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교수님들이 굉장히 젊은 편이셨고 (대부분 40대)</div> <div>학생들과의 소통에 대한 열정도 높으셨음.</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리고 교수님께서는 특히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크셨고 강의 실력도 뛰어나신 편이라</span></div> <div>수업이 빡셌지만 빡센만큼 남는게 많다고 생각해서인지 </div> <div>수강정정기간에 우리 교수님 수업을 듣고자 찾아오는 학생들이 매우 많았음.</div> <div><br></div> <div>조교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교수라는 자리가 결코 널널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었음.</div> <div><br></div> <div>물론 날로 먹는 교수들도 많지만 적어도 우리 교수님은 아니었음.</div> <div><br></div> <div>매 학기마다 논문 점수, 학회 참가 점수, 강의 점수 등등... 모든 활동이 다 점수로 매겨지고 최저 점수를 만족해야만 했음.</div> <div><br></div> <div>우리 교수님은 넘치는 열정만큼 논문 집필에도 적극적이셨는데</div> <div><br></div> <div>하루는 교수님께서 논문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학생들에게 실시하고 싶다고 하셨음.</div> <div><br></div> <div>주제는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부모님 및 형제자매에게 어떤 말을 전해 줄 것인가?' 였음.</div> <div><br></div> <div>원래는 재치있는 대답을 뽑아서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고 당첨자는 소령의 상품을 수령하는 식으로 진행하려고 했는데</div> <div><br></div> <div>교수님께서 마침 쓰시던 논문이 가정 내에서 학생들의 교육적 가치관이 어떻게 정립되는지와 관련된 논문이셨음.</div> <div><br></div> <div>내 생각이지만 사범계이다보니 자라온 가정 환경에 따라 교사가 되었을 때 서로 다른 교육적 가치관(체벌 찬반여부 혹은 지식전달방법)을 가질 수 있다 라는 가정을 가지고 시작하신 것 같음.</div> <div><br></div> <div>논문주제와 설문조사가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div> <div><br></div> <div>다른 교수님들께도 양해를 구하고 교육학 전 과목 수강생을 대상으로 실시했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총 인원은 1200명 정도. 설문조사의 의도나 상품 증정등의 계획은 밝히지 않고 설문조사를 실시했음.</div> <div><br></div> <div>물론 익명으로 실시해서 자율성을 보장했음.</div> <div><br></div> <div>교수님과 나는 얼마나 재치있고 감동적인 내용들이 많을지 기대에 부풀었음.</div> <div><br></div> <div><br></div> <div>결과는 충격적이었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제일 많았던 것이 "아빠랑 결혼하지마." 2번째 많았던 결과는 "나 낳지마." 였음........</div> <div><br></div> <div>교수님과 나는 충격에 휩싸였음.</div> <div><br></div> <div>솔직히 <1년 뒤면 예쁜 아가가 태어날 거에요. 잘 키워주세요!> 라던가 <미래에서 왔어요.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던가....</div> <div><br></div> <div>이런 종류의 뭔가 감동적이고 희망찬?? 그런 내용이 주를 이룰 줄 알았음.</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런데 대부분</div> <div><br></div> <div>엄마 20년 뒤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아? (복잡한 가정사와 그로 인해 고통받는 엄마의 삶을 나열) 그러니까 아빠랑 결혼하지 마.</div> <div><br></div> <div>나 지금도 힘든데 아빠가 나만 믿고 있다고 해서 죽지도 못해. 그러니까 애 생기거든 그냥 죽여.</div> <div><br></div> <div>남들보다 못하게 거지처럼 키우게 되니까 부모될 능력 없으면 지금 그 애 낳지말아라 라고 적은 경우도....</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정말 심한 경우는</div> <div><br></div> <div>엄마 아빠의 가정폭력을 암시하며 내가 미리 엄마 아빠를 죽이러왔다고 쓴 경우도 있었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른 경우로는</div> <div><br></div> <div>아기를 낳으면 이름은 꼭 ㅇㅇ으로 (유명연예인) 지어주세요 라던가 </div> <div><br></div> <div>지금 어디어디에 땅을 사놔라 아파트를 사놔라ㅋㅋㅋ 재치있는 것들도 있었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예상치 못했던 결과라 당시에는 충격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몇년 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이 정도 내용밖에 생각이 안남...</div> <div><br></div> <div>나와 우리 교수님들이 먼저 결과를 정리 한 후 교육학과 교수님들 회의 시간에 보여드렸음.</div> <div><br></div> <div>그 때 교수님들의 표정은 정말..... 충격에 휩싸이신 듯 했음.</div> <div><br></div> <div>충격이 크셨을 것 같은게 교육학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학업에 대한 열정이 깊고 적극적인 학생들이었음.</div> <div><br></div> <div>가끔씩 교수님 수업 전에 강의실에 마이크 세팅이나 ppt 준비를 하러 갔는데 </div> <div><br></div> <div>시간이 지나면 학생들이 알아보고 살갑게 인사도 하고 심지어 교수님 음료수를 준비하며 내 것도 사주는 경우도 많았음;;</div> <div><br></div> <div>중간, 기말고사를 치면 답안지를 받아다 교수님들께 전달해드렸는데 그 때마다 답안지들이 너무 빼곡하고 정성스러워서 교수님들이 항상 힘들어하셨음.</div> <div><br></div> <div>매사 살갑고 열심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더 충격이셨을 것 같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교수님들 중에는 아직 미혼인 분도 계시고 자녀가 있는 분도 계셨는데</div> <div><br></div> <div>가치관이 정립된 성인 자녀가 부모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div> <div><br></div> <div>자녀가 가족에 대한 가치관을 이런 방향으로 정립하게 만드는 부모가 있다</div> <div><br></div> <div>자신의 존재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성인들이 많다</div> <div><br></div> <div>등등... 여러가지 감정들을 느끼시며 토론하셨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결과를 어떻게 쓰셨는지 모르겠지만 내 연구조교 기간이 끝날 때까지 그 설문조사들에 대해 다시 말을 꺼내신 적이 없음.</div> <div><br></div> <div>그 뒤로 내가 부모가 됐을 때의 바람직한 자세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었음</div> <div><br></div> <div>지금은 충격적인 대답을 했던 학생들이 그 때보다 훨씬 행복하게 지내고 있기를 바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