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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199957
    작성자 : 들여다보다
    추천 : 282
    조회수 : 29401
    IP : 182.229.***.75
    댓글 : 61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5/03/09 02:32:01
    원글작성시간 : 2015/03/08 06:18:48
    http://todayhumor.com/?bestofbest_199957 모바일
    민음사 판 롤리타 번역에 대해서(스압주의)
    (스포가 있고요, 많이 길어졌네요)

    문학동네 판으로 먼저 읽고 소설이 마음에 들어서
    민음사 판도 읽고, 참고하려고 원서도 구입했는데요.
    민음사 번역에 좀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네요.
    역자에 따라 번역 스타일이 달라지는 건 당연하지만
    단순히 그런 문제가 아닌 거 같아요.
    확실히 민음사 책이 직역 위주고 문학동네 책에 설명이
    더 들어가긴 하는데, 뭐랄까요. 솔직히 민음사 번역은
    많이 난해해요. 같은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두 책의
    번역이 아예 반대가 되어버리기도 하고. 같은 문장의 
    번역이라기엔 놀라운 부분들도 있네요. 
    책을 정확히 이해했다면 그렇게 번역하지 말았어야 할
    문장들도 있고...참..
    우울과 몽상이라는 책 읽다가 기겁했던 기억이 다시
    생각나요. 그때도 정말 충격이었는데.
    현재 민음사 판은 절판이고, 다시 개정판이 나오지도 
    않을 테지만, 그래도 여전히 저처럼 도서관에서 빌려볼
    분들도 계시고, 또 소장하고 계신 분들도 있을거고요.
    읽으실 때 참고하시라고, 두 책의 번역이 얼마나 다른지
    살짝 비교해봤어요. 거의 책의 마지막 부분만 살펴봤는
    데도 의문이 드는 문장이 되게 많아요. 그 중에서 겨우
    몇 개만 적어봤어요. 민음사, 문학동네, 원서 순으로
    적었습니다.

    1.

    자, 이젠 내가 이 문제를 처리하지. 어디 포커가 있을 
    텐데, 내 그걸 좀 가져오지, 당신 재산을 몽땅 잡아버리게
    민음사. p407

    이번 일도 나한테 한번 맡겨 보시오. 어딘가에 부지깽이가 
    있을 거요. 내가 가서 가져올 테니까 그걸로 당신 물건을 
    꺼내 보자문학동네. p479

    I know all the ropes. Let me handle this. There should be 
    a poker somewhere, why don't I fetch it, and then we'll 
    fish out your property.

    이 번역은 정말 황당합니다. 'poker'라는 단어를 민음사는
    포커카드로 번역하고 문학동네는 부지깽이로 번역했는데요.
    어떤 게 맞는 번역이냐고요? 지금 이 상황은 복수하러 온
    사람이 총으로 집주인을 위협하다가 실수로 총을 떨어뜨린
    상황입니다. 총이 서랍장 밑으로 들어가버렸어요. 총을 꺼내
    려면 포커카드가 있어야 할까요 부지깽이가 있어야 할까요.

    2.

    그녀가 담뱃재를 조심성없게 털어서 나는 겨우 무릎을 
    빼냈다. 민음사. p371

    그녀가 내 무릎을 툭 치려고 했지만 가까스로 피했다. 
    새로 생긴 손버릇이었다. 문학동네. p438

    I just managed to jerk my knee out of the range of 
    a sketchy tap - one of her acquired gestures.

    이게 과연 같은 문장에 대한 번역일까요? 뒤에서 
    나오지만 그녀는 담뱃재를 벽난로에다가 털지 아무데
    나 털지 않습니다. 

    3.

    아, 웨이스 저널에 실린 그의 사진에서 그는 얼마나 깔
    끔히 면도를 했던가. <브라이스랜드 가제트>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 참 재미있군. 민음사. p372

    참, <웨이스 저널>에 그 사람 사진이 실렸을 때는 정말
    아슬아슬했어요. <브라이슬랜드 가제트>에는 사진이 
    없었지. 그래, 정말 재미있는 일이구나. 문학동네.
    p438

    oh, what a close shave it had been when the Wace
    Journal carried his picture. The Briceland Gazette 
    had not. Yes, very amusing.

    'a close shave'에 대한 해석을 잘못해서 문장이 완전
    히 달라졌는데요. 물론 면도라는 뜻도 있지만, 여기서
    'a close shave'는 '위기일발, 구사일생'이라는 뜻으로
    쓰인 것 같습니다. 정말 큰일날 뻔 했어요. 들킬 뻔
    했어요. 정도의 뜻이겠죠. 왜냐면 과거에 그들이
    웨이스 라는 도시에 들렀을 때의 일을 얘기하고 있는
    건데, 앞부분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면도 얘기가 나올
    수가 없어요. 그는 <웨이스 저널>이라는 잡지를 본 
    적도 없습니다. 그가 <웨이스 저널>이라는 잡지에 실
    린 그 남자의 사진을 봤다면 들켰을 뻔했다고 말을 하
    는 내용이거든요.

    4.

    한때는 대스타가 되어 2020년쯤에나 은퇴하는 꿈을 
    꾸었던 나의 여자. 민음사. p378

    벌써부터 뱃속의 아기는 장차 큰 인물이 되었다가 서
    기 2020년쯤 은퇴할 꿈을 꾼다. 문학동네. p446

    이 부분은 문장이 길어져서 원문을 적지는 않았는데,
    두 책의 번역이 완전히 다릅니다. 민음사에서는 그녀
    를 2020년에 은퇴하는 스타로 묘사하고, 문학동네
    에서는 그녀의 아기가 2020년에 은퇴하는 스타라고
    묘사합니다. 참고로 그녀는 1935년생입니다. 2020년
    에 은퇴하려면 나이가...85세까지 일을 해야 하네요.

    5.

    총알집을 손잡이 쪽으로 밀고, 그것이 제대로 연결
    되는지 느낄 수 있거나 들을 수 있을 때까지 지그시 
    누른다. 멋지게 잘 정비되었다. 용량: 실탄 여덟 발. 
    두 푸른빛이다. 총알이 나갈 때 좀 아프다. 
    민음사. p398

    권총 손잡이에 탄창을 장착한다. 탄창이 제자리에 
    맞물리는 소리가 들리거나 감촉이 느껴질 때까지 
    밀어넣는다. 딱 맞아떨어지는 상쾌한 느낌. 실탄은 
    여덟 발. 청색 도금. 발사 순간을 학수고대하는 
    듯하다. 문학동네. p469

    Aching to be discharged. 

    색깔로 표시된 문장만 보셔도 됩니다. 어떻게 이렇
    게 다른 번역이 된 걸까요? 권총을 사용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와서 비장한 마음으로 권총을 만져보는
    상황입니다.

    6.

    내 발걸음은 날아갈 것 같다. 너무 가벼워서 실패할 것 
    같다. 민음사. p402

    이미 말했듯이 걸음걸이가 좀 불안했다. 아니, 성공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문학동네. p474

    My step, as I say, was springy - too springy perhaps 
    for success.

    springy 라는 단어를 민음사는 '날아갈 것처럼 가벼운'
    으로 해석하고 문학동네는 '질척질척한' 정도의 뜻으로
    해석했는데요. 어떤 상황이냐면, 이 발걸음의
    주인공이 복수를 하러 왔습니다. 근데 너무 떨려서 제
    정신으로는 복수를 하기 힘들 것 같아 술을 마신 겁니다.
    너무 많이 마신 거예요. 그래서 차에서 내릴 때부터 벌써
    휘청거리는데요. 이 앞에 그 상황이 묘사되어 있고, 그
    상황에서 springy라는 단어가 이미 한번 사용됩니다.
    이미 말했듯이, 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거고요.
    비오는 땅이 질척거리는 것처럼 걸음걸이도 질척거린다,
    정도의 뜻으로 쓰여요. 그러고 나서 위 문장이 등장하
    는건데, 술을 마셔서 휘청거리는 사람이 발걸음이 가
    벼워 날아가다니요. 

    7.

    일주일 간 사용을 안해서 권총의 탄약통이 녹슬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그것들을 꺼내고 
    새 것으로 갈아끼웠다. 기름으로 정성껏 닦고 나니 
    그놈을 잠시도 떼어놓기 싫다. 나는 다친 다리처럼 
    그놈을 헝겊으로 잘 싸고 다른 헝겊으로는 여분의 
    총알들을 쌌다. 민음사. p400

    일주일 동안 자동권총을 작동해보지 않아서 혹시 이
    상이 생겼을까 싶어 탄창을 빼고 실탄을 갈아끼웠다. 
    내 '친구'를 구석구석 닦아주면서 기름으로 목욕을 
    키다시피 했더니 기름기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다친 손발에 붕대를 감듯이 헝겊으로 둘둘 
    말아놓고 다른 헝겊에 여분의 실탄을 한 움쿰 싸두
    다. 문학동네. p471

    Such a thorough oil bath did I give Chum that 
    now I could not get rid of the stuff. 

    역시 색깔 표시된 문장만 보셔도 됩니다. 번역이 또
    완전히 다르죠? 기름칠을 너무 많이 했더니 권총이
    기름범벅이 된 상황입니다. 그래서 뒷문장에서처럼
    헝겊으로 둘둘 말아야했죠. 어떤 문장이 제대로 된
    번역일까요.

    8.

    그런 사고의 비극은 그것에 알맞은 묘비명이라고 생
    각했던 것에 의해서 어딘지 값싸게 되지. 민음사.
    p391

    그렇게 비극적인 사고를 그런 식으로 표현하니까 하
    찮은 일처럼 들리는구나. 문학동네. p461

    the tragedy of such an accident is somewhat 
    cheapened by the epithet you saw fit to apply 
    to it. 

    "살해당한 우리 엄마 어디에 묻었나요?" 그녀가 
    이렇게 물어본 뒤에 그가 답한 말입니다. 그녀는 
    엄마의 죽음도 못봤고 장례식도 못봤고, 엄마의 
    죽음에 대해 말로만 전해들었을 뿐인데, 사고라고 
    들었음에도 그가 엄마를 죽였다고 생각하거나, 
    사고사인걸 알면서 일부러 그에게 그렇게 못되게 
    말합니다. 민음사의 문장을 저는 해석 못하겠어
    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9.

    또 나는 샬로트와 그녀의 딸 사이가 비정상적으로 
    냉정했다는 사실에 너무 의지했다. 민음사. p392

    또한 샬럿과 딸의 관계가 비정상적일 만큼 싸늘하다
    고 믿었던 내 생각이 오해였는지도 모른다. 문학
    동네. p462

    I may also have relied too much on the 
    abnormally chill relations between Charlotte 
    and her daughter. 

    그는 늘 샬로트와 그녀의 딸이 사이가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요. 샬로트가 그녀의 딸에게 너무 매정
    하고 못되게 군다고 생각했어요. 딸도 엄마에게 애
    정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고. 하지만 이제와서 생각
    해보니 내가 잘못생각했던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10.

    시간이 없다고 느끼며 나는 시내의 호텔로 서둘러 
    갔다. 민음사. p394

    공연히 시간만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어 시내 호텔
    까지 힘차게 달려갔다. 문학동네. p465

    Feeling I was losing my time, I drove 
    energetically to the downtown hotel.

    5년 전 자신이 잠시 살던 곳, 운명적인 일들이 일어
    났던 곳을 5년 만에 다시 들러보는 상황입니다. 
    어떤 카타르시스 같은 감정을 느껴보길 바라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고, 그곳은 더이상 자신의 머
    릿속에 남아있는 이미지가 아닙니다. 그래서 실망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나온 문장입니다. 이 상황이
    전혀 바쁜 상황이 아니에요. 호텔로 가서 여유있게
    호텔 바에도 들르거든요.

    11.

    그는 전체적으로 볼 때 해가 없는 늙은 악한이었다. 
    사실 너무 해가 없어 내 목표물과 혼동할 지경이었
    다. 민음사. p397

    대체로 순박한 늙은이였다. 사실 내 사냥감과 혼동
    하기에는 너무 순박한 사람이었다. 문학동네.
    p467

    he was on the whole a harmless old rascal. 
    Too harmless, in fact, to be confused with my 
    prey. 

    내 사냥감과 그 늙은이의 생김새가 많이 닮아서
    내 사냥감을 떠올릴 때마다 그 늙은이의 얼굴이 떠
    오르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내 사냥감은 사악한 사
    람이고 그 늙은이는 무해한 사람이죠. 생김새가
    닮아서 혼동한다면 모를까, 무해한 사람이어서 혼
    동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말이죠.

    12.

    나무로 된 바닥은 경사가 져서 작은 쇠공이 부엌으로 
    굴러갔다. 민음사. p378

    마룻바닥이 기울어져 작은 쇠구슬을 떨어뜨리면 부엌
    으로 데굴데굴 굴러들어갈 것 같았다. 문학동네.
    p446

    The wooden floor slanted, a little steel ball would 
    have rolled into the kitchen.

    이 상황에서는 집이 많이 낡고 허름하다는 것이 강조
    되는데요. 거의 집 같지도 않은 판잣집입니다. 바닥도
    고르지 못해서 경사져있어요. 그걸 강조하려고 쇠구슬
    을 굴리면 굴러가겠네, 라고 생각하는건데 민음사
    책에서는 실제로 쇠구슬을 굴리고 있네요. 

    13.

    그러나 포트는 잠시 후 에메랄드 색으로 다시 나타날 
    때까지 시선을 희롱하는 잔상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그림자 놀이를 했다. 이 음흉한 마을은 <도취된 사냥
    >에서 멀지 않았다. 나는 되돌아오지 않는 과가에
    다시 흐느꼈다. 민음사. p385

    그 순간에도 커피포트 모양의 그림자는 남아서 보일
    락 말락 눈을 희롱하다가 다시 에메랄드빛으로 부활
    했다. 그림자 사진도 찍어봤어요. 이 은밀한 도시는 
    '마법에 걸린 사냥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나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취해 다시 눈물을 흘렸
    다. 문학동네. p454

    이 구절의 전체적인 번역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라서
    원문은 적지 않았습니다. 이 번역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색깔 표시된 문장 때문이에요. 음식점 간판이
    커피포트 모양의 네온사인으로 되어있는데, 불빛이
    켜졌다 꺼졌다 합니다. 그러면서 그 사이에 잠깐 
    커피포트 모양의 잔상이 남는데요. 그걸 바라보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입니다. 그 과거에도 색깔 표시
    된 문장과 같은 문장이 등장해요. 그림자 사진도 찍
    어봤어요. 라는문장. 따라서 저 색깔 표시된 문장은, 
    책의 앞부분에 나오는 과거 에피소드에서도 같은 
    문장으로 적혀 있어요. 문학동네의 번역은 정
    확합니다. 앞부분에서도 뒷부분에서도 똑같이, 그림
    자 사진도 찍어봤어요. 라는 번역이 되어있어요. 
    민음사 번역은 그렇지 않고요. 다른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 앞부분에는 그림자 그림의 인형놀이, 라
    고 되어있네요. 이러면 독자가 이 암시를 찾아내기 
    힘들어집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심어놓은 암시인데 
    말이에요. 민음사의 번역은 이렇게 작가가 의도한 암
    시, 예를 들어 1부와 2부에 똑같이 반복되어 등장하는 
    문장들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있어요. 같은 문장
    이라면 똑같이 번역했어야 하는데, 다르게 번역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낸 퀴즈를 독자가 아예 알아채지도 
    못하게 만들고 있어요.

    14.

    하지만 파보르 마노에 도착하자 다시 햇살이 남자처럼 
    타오르고 푹 젖고 김이 나는 나무에서 새가 노래했다. 
    민음사. p400

    페이버 매너에 도착할 무렵에는 다시 해가 나서 불붙은 
    사람처럼 이글거렸고, 흠뻑 젖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
    르는 나무에 앉은 새들이 목청껏 소리쳤다. 문학동네.
    p472

    when I reached Pavor Manor, the sun was visible 
    again, burning like a man, the birds screamed in
    the drenched and steaming trees.

    민음사 번역이 직역인 것 같긴 합니다만, 어떤 번역이
    더 이해가 잘 되시나요. 그리고 더 자연스러운가요.

    15.

    목욕실들에 대해 말해볼까. 세번째 욕실에 막 들어가려
    던 참인데 주인이 물을 뚝뚝 흘리며 그곳에서 나온다. 
    민음사. p401

    욕실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내가 막 세번째 욕실
    을 살펴보려 할 때 잠시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더
    니 집주인이 불쑥 그곳에서 나왔다. 문학동네. p473

    Speaking of bathrooms - I was about to visit a third 
    one when master came out of it, leaving a brief 
    waterfall behind him. 

    민음사는 번역도 이상하지만 더 나쁜 건 이 문장이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는 겁니다. 절대로 잘못 해석하면 안
    되는 문장이에요. 왜냐하면 저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
    (소변 소리)는 1부에서도 똑같이 등장하는데, 둘 다
    어떤 한 사람을 암시하고 있거든요. 이 책 곳곳에서 
    이런 식으로 숨어있는 사람을 암시하는 부분, 그 암시
    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라서 아주 중요합니다. 물을
    뚝뚝 흘린다는 해석도 이상하지만,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가 번역되지 않았다는 건 정말 정말 큰 실수, 아니
    잘못이에요. 독자에게서 퀴즈를 맞히는 즐거움을 빼
    앗아가는.

    16. 

    그는 입을 반쯤 열고 문도 반쯤 연다. 내키지 않는 방문
    객이 찾아와서 벨을 누르고 갔다고 생각하는 듯 햇살이 
    드는 틈새로 밖을 내다본다. 민음사. p402

    그는 입을 반쯤 벌리고 현관문을 반쯤 열고 눈부신 문틈 
    사이로 바깥을 내다보았는데, 마지못해 찾아왔던 손님이 
    초인종을 누르고는 돌아서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은 듯하
    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문학동네. p473

    a half-hearted visitor

    민음사 번역은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내키지 않는 방
    문객이라는 게, 방문객이 그의 집에 방문하는 걸 내켜하
    지 않는다는 건지 아니면 방문객이 오는 걸 그가 내켜하
    지 않는다는 건지 모호하죠. 문학동네 번역은 그 부분을
    확실히 하고 있는데요. 이 상황은 손님(전화회사 직원)이 
    그의 집에 오는 것을 내켜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17.

    내가 말한 것처럼 그녀는 말하고 있었다. 이제는 감정도 
    차분히 가라앉았다. 민음사. p371

    내가 이미 말했듯이 그녀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말문이 
    터지더니 물 흐르듯 술술 쏟아냈다. 문학동네. p437

    She was, as I say, talking. It now came in a relaxed 
    flow.

    이 상황은, 내가 어떤 문제에 대해 그녀에게 빨리 말하
    라고 계속 다그쳤고, 그녀는 절대 말할 수 없다고하며
    말하기를 거부하다가 정말 그렇게 알고 싶다면...하면서
    말을 하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겠다고 하다가
    한번 말문이 터지자 끊임없이 말을 합니다. 그런데 민음
    사의 문장은...

    18.

    아, 그러면 그 장거리 전화 때문에 여기 온 게 아니로군요.
    당신 그런 전화를 자주 하지요?
    뭐라구요? 민음사. p403

    "아, 그럼 장거리전화 때문에 나를 귀찮게 하려고 온 게 
    아니었나?
    "너도 가끔 장거리전화를 걸었지?"
    "뭐라고 했소?"  문학동네. p475

    so, you have not come to bother me about those long
    -distance call?
    You do make them once in a while, don't you?
    Excuse me?

    전화회사 직원이 오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첫번째 문장
    이 저렇습니다. 자신의 집에 온 사람이 전화회사 직원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아니죠. 복수하러 온 사람이죠.
    "너도 가끔 장거리전화를 걸었지?" 라는 문장은 책의 
    앞부분 에피소드와 관련됩니다. 복수를 하러 온 사람은
    이 집의 주인에게 골탕을 먹은 적이 있는데, 그 때 장거
    리 전화로 속임을 당했거든요. 그때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민음사의 문장은 글쎄요. 복수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 꼭 전화회사 직원 같은 말투네요. 민음사의 문장
    으로는 집 주인이 과거의 일을 기억해내지 못할 것 같은
    데요.

    19.

    그가 처한 상황을 볼 때 그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으나 
    잘난 척하는 태도는 좀 주춤해졌다. 민음사. p404

    그렇게 흐리멍덩한 상태에서는 어떤 일을 당해도 놀라지 
    않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큰소리를 치는 것은 왠지 납득
    이 가지 않았다. 문학동네. p476

    In the state he was in he could not really be taken 
    aback by anything, but his blustering manner was 
    not quite convincing.

    그의 상황이 어떤 상황이냐면, 총으로 위협을 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겁을 내거나 무서워하는게
    아니라 큰소리 떵떵 치고 있는데요. 왜냐하면 아직
    무슨 상황인지 파악을 못하고 상대방이 장난치는 줄 알
    고 있거든요. 그리고 전날 밤 술과 마약을 너무 많이
    해서 아직도 술과 약에 취해있습니다. 헤롱거리는 상
    태에요. 어떤 번역이 이해가 잘 되세요?

    20.

    나는 안했어! 그는 소리쳤다. 넌 전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난 그애를 짐승 같은 도착자에게서 구해 낸 거라구. 
    내 발을 쏘지 말고 경찰 배지를 보여줘, 이 원숭이 같은 
    놈, 그 배지는 어디 있어? 나는 다른 사람 강간 같은 거 
    안해, 웃기고 있네! 내가 선사한 그 즐거운 차 여행은 어
    리석은 묘기였지, 하지만 어쨌든 그애를 되찾았잖아, 안 
    그래? 자, 우리 술이나 한 잔 하자구. 민음사. p406

    그런 적 없어! 그가 소리쳤다. 그건 오해야. 오히려 짐승 
    같은 변태한테서 구해줬다고. 자꾸 내 발만 쏘지 말고 
    경찰 배지라도 내보이란 말이야, 이 미친 자식아. 배지는 
    어디 있어? 딴 놈이 겁탈한 것까지 내가 책임질 순 없잖
    아. 말도 안 되지! 그때 차 타고 따라다닌 건 그냥 시시한 
    장난이었고, 어쨌든 아이는 되찾았잖아? 자, 이러지 말고 
    술이나 한잔 하자고. 문학동네. p478

    I'm not responsible for the rapes of others.

    색깔 표시된 문장만 보셔도 돼요. 번역이 전혀 다릅니다.

    21.

    우, 개가 또다시 짖는다. 막 달려들다가 발을 질질 끌며 
    걸어오더니 낑낑거리며 문 쪽으로 간다. 민음사. p367

    컹, 개가 말했다. 달려오는 소리, 발 끄는 소리, 휘리릭 
    덜컹, 문 열리는 소리. 문학동네. p432

    Woof, said the dog. A rush and a shuffle, 
    and woosh-woof went the door. 

    위의 문장은 얼핏 보면 민음사 번역이 맞는 것처럼 보
    이는데, 앞뒤의 문장을 살펴보면 달라집니다. 바로 앞
    문장에서 초인종을 누른 상황이었고, 위 문장 바로 다음
    문장에서 문이 열리고 누군가 나타나거든요. 그런데
    앞뒤 문장의 흐름과 상관없이 번역을 하니 위의 모든
    문장이 개의 행동에 대한 묘사가 되어버립니다.

    22.

    그리고 마을 너머로 길들이 거무스름한 들판으로 여기저기 
    뻗어 있고, 그 들판 너머로 수목으로 가득한 산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민음사. p420

    그리고 마을 너머에는 밝고 어두운 여러 빛깔로 조각조각 
    수놓은 퀼트 같은 들판, 그 사이로 종횡무진 뻗어나간 도로들, 
    더 멀리 저쪽에는 숲으로 뒤덮인 거대한 산맥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문학동네. p494

    이 부분은 원문을 가져오지는 않았는데, 민음사의 번역에
    중요한 단어가 빠져 있습니다. 이 문장의 번역에서는 퀼트
    라는 단어가 빠지면 안 됩니다. 이 책을 번역할 때에는 퀼트
    라는 단어를 절대 빠뜨리면 안 돼요. 왜냐하면 퀼트라는 단
    어가 매우 중요한 인물을 암시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상큼
    하게 빼버리네요. 

    23.

    그 속에는 뭔가 끈끈한 골수가 있고, 피가 있어서 아름답고 
    밝은 초록빛의 파리들이 모여든다. 이리저리 비틀고, 내가 
    시도하려는 것보다 더 깊고 더 어두운 물 속으로 미끄러지면
    서, 나는 미끄러운 자아가 나를 피해 가는 것을 느낀다. 
    민음사. p421

    이 글에는 약간의 골수와 피가 묻고 아름다운 연녹색 파리들
    이 붙어 있다. 군데군데 후미진 구석을 들여다보면 종종 나 
    자신도 알아차리기 힘들 만큼 교묘한 수작을 부리면서 굳이 
    살펴보고 싶지도 않을 만큼 깊고 어두운 물속으로 달아나는 
    내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한다. 문학동네. p495

    At this or that twist of it I feel my slippery self eluding me, 
    gliding into deeper and darker waters than I care to probe.

    민음사의 번역이 직역에 가깝고, 사실 'slippery self'라는 
    단어의 뜻을 살린 건 매우 마음에 들지만, 민음사의 번역은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아무리 직역이라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반면 풀어서 설명해주긴 했지만 문학동네의
    번역은 쉽게 이해됩니다. 책의 내용을 잘 이해한 번역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직역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직역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
    습니다. 역자는 원서로 이해를 하기 때문에, 번역된
    문장으로만 이해해야 하는 독자와는 다르니까요. 독자도
    이해할 수 있는 직역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주세요. 

    불만스러운 부분에도 불구하고, 두 출판사의 책을 읽은 것은
    작품이해에 도움이 됐어요. 같은 문장을 미묘하게 다른 스타
    일로 번역할 때 만들어지는 공간이, 하나의 번역을 읽고 내용
    을 이해했을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게 해주
    었다고 해야할까요. 어쨌든 아쉬움이 남는 번역이었습니다. 




    들여다보다의 꼬릿말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려 넣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다. 크리스티앙 보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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