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내가 대전 직관을 다녀오며 본 일이다.</div> <div>나이든 한화팬 하나가 엠팍에 가 엉망으로 편집된 스샷 하나를 올리면서,</div> <div>『황송하지만 한화가 5위를 하고 있는게 맞나 좀 보아 주십시오.』</div> <div>하고 그는 마치 관심종자마냥 댓글을 기다린다.</div> <div>엠팍 사람들은 어그로가 아닌지 이전글을 뒤져보다가 2013년도의 게시물을 읽고는 눈물을 삼키며,</div> <div>『5위가 맞소.』</div> <div>하고 댓글을 달아준다. 그는 맞다는 말에 신나서 감사하다는 대댓글을 연실 달며 좋아하다가 이내 디시를 찾아 들어갔다. 짤방이 올라가지 않아 몇 번이나 글을 다시 올리다가 간신히 성공하며,</div> <div>『한화가 정말 5위에 +5승을 하고 있는게 맞습니까?" 하고 묻는다.』</div> <div>디시 사람들은 유동닉인걸 보고 시치미를 뚝 떼고서는</div> <div>『X신아, 어디서 조작질이야?』</div> <div>『한화 지금 9위다. KT랑 0.5게임차다-_-』</div> <div>『현실도피중인 게시글입니다.』</div> <div>라고 답한다.</div> <div>한화팬은 오타를 고치지도 못하고</div> <div>『조작한 거 아니비ㄴ다!』</div> <div>『그럼 꼴찌가 무슨 수로 1년만에 강팀이 돼?』</div> <div>『김성근이 감독으로 온 꿈이라도 꿈?』</div> <div>『꿈도 아니고 스포츠 사이트에서 바로 찍어 온 스샷입니다!』</div> <div>한화팬은 놀림당하는 줄도 모르고 억울하게 몇 번이나 댓글을 달다가 간신히 하나 뜬 "축하합니다."라는 댓글에 연신 눈물을 흘리며 황망하게 사이트에서 도망나왔다.</div> <div>그는 이후로도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한화 글만 찾아 보다가 포털 사이트 야구 페이지로 들어가더니 정근우의 끝내기 안타 장면을 몇 번이고 다시 돌려보며 행복한듯 웃는다.</div> <div>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버스 옆자리에 앉은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div> <div>『한화가 5위를 한게 그렇게 좋습니까?』</div> <div>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정근우의 끝내기 안타 장면을 끄더니</div> <div>『어. 그게 파울일지도 모르지만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라서 이럴 땐 심판의 판정을 존중해야...』</div> <div>라며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한다.</div> <div>『염려 마십시오. 저도 한화팬입니다.』</div> <div>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이글스 공홈에 들어가 선수들의 면면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하였다.</div> <div>『나는 열성 팬도 아니고 친척이 선수단에 있는 것도 아니네. 1999년에 팬이 된 이래로, 언젠가는 한화가 다시 우승을 할 거리며, 선수들이 혹사당할 때도, 수비가 엉망일 때도, 유망한 선수들이 전부 이적할 때도, 패패패류현진일 때도, 그리고 매 년 꼴찌를 계속할 때에도, 마지막 홈 경기를 삼성에게 22:1로 털릴 때에도, 타 팀 팬들이 꼴칰이라 놀릴 때도, 최강한화를 외치며 한결같이 응원해 왔다네.』</div> <div>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div> <div>나는 "왜 그렇게까지 헌신적으로 한화를 응원해 온 겁니까?"</div> <div>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div> <div>『선수들이 웃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네.』</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