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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art_23988
    작성자 : 천극진
    추천 : 1
    조회수 : 543
    IP : 211.212.***.5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5/08/07 17:27:10
    http://todayhumor.com/?art_23988 모바일
    다큐르포 <언더그라운드> 51~5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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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 [Drunkard]

    초여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덥고 습한 승강장을 돌고 있는데 건너편 승강장에서 요란한 뽕짝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건너가 보니 휴대용 카세트로 뽕짝음악을 쩌렁쩌렁하게 틀어놓고, 박자를 맞춰 흥얼거리며, 선글라스를 쓰고, 짜장참치를 안주삼아 소주를 병째로 들이키는 아저씨가 있었다.

    간간히 나타나는 주정뱅이 아저씨다.
    우리역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민폐를 끼친다.

    승강장이나 열차 안에서 소주 병나발을 불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다른 승객들에게 욕설을 내뱉고, 만취해 벤치나 땅바닥에 쓰러져 자곤 한다.

    다른 볼일 때문에 왕십리역에 들렸을 때도 구석에 주저 앉아 소주 병나발을 불며 지나다니는 승객들에게 소리지르는 걸 봤었다.

    어떤 날은 쓰러져 있는 그 아저씨를 흔들어 깨우려다가 휘두르는 주먹에 턱을 얻어 맞기도 했었다.

    막노동을 해서 먹고 산다는데, 일하다 다쳤는지 오른손 손가락 3개가 없었다.

    소란 피우지 말고 음주 그만하고 나가달라니깐 아저씨는 대뜸 소리부터 지른다.

    "야 임마 니가 노가다를 해봤어? 노가다가 얼마나 힘든 건 줄 알아?"
    "얌마 너 니 애비한테도 그렇게 싸가지 없이 구냐?"
    "비 와서 술 생각 나서 그래. 좀 봐줘."
    "아 이것만 좀 마시고 간다니까!"

    한참의 실랑이 끝에 승강장에서 내보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승객이 나에게 "저런 인간들 상대하려면 힘들겠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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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 [Blood Blood Everywhere]

    역무실에 있는데 매표실에서 역무원이 나를 급하게 찾았다.

    가보니 매표실 앞에 어떤 아저씨가 뒷목을 부여잡고 휘청거리며 서있었는데 뒷통수에서 피를 엄청나게 흘리고 있었다.

    뒷목을 타고 피가 흘러내렸고 와이셔츠는 피로 흥건했다.
    술냄새와 피냄새가 진하게 섞여서 풍겼다.

    목격자의 말을 들어보니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한다.

    일단 119에 신고를 하고 부축해서 역무실 쇼파에 앉힌 후 응급처치를 했다.
    휴지로 피를 대충 닦아내고, 과산화수소를 적신 거즈로 상처를 소독한 후, 항생제 연고를 바르고, 거즈를 대고 붕대를 감아 고정시켰다.
    응급처치하면서 내 손이 피로 물들었지만 이제는 별 감흥이 없었다.

    아저씨는 술기운 덕분에 아프지도 않은지, 응급처치 받는 내내 역무실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나 임XX! 이정도는 끄떡없어!"
    "이 새끼들아 나 임XX야!"

    그렇게 허세를 부렸지만 아저씨의 모습은 너무나 초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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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 [On Credit]

    매표소 구석에 쪽지가 한 장 붙어있었다.

    쪽지에는 급한데 돈이 없다며, 나중에 갚겠다며 애걸복걸해서 지하철표를 외상으로 가져간 승객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며칠 뒤에 다시 보니 명단 옆에 몇 가지 메모가 추가되어 있었다.
    외상표를 가져간 승객들에게서 아무 소식이 없자 역무원이 전화를 했나 보다.

    승객 A → 'A의 전 여자친구라는 사람이 전화 받았는데 헤어진 뒤라 현재 연락처를 모른다고 함.'
    승객 B → '전화 받은 사람이 B를 전혀 모른다고 함.'
    승객 C → '없는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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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 [Leave Work]

    오후 5시 50분. 주간반 퇴근시간이 다가오는데 역장이 갑자기 나를 부르더니 역무관리소로 라디에이터를 배달하란다.

    대당 50kg 정도 되는 라디에이터 3대를...

    퇴근시간이 다 되었으니 내일 가거나 야간반 시키라고 했지만 역장은 지금 바로 꼭 보내야 한다고 막무가내로 가란다.

    궁시렁 거리면서 짐수레에 싣고 7정거장 떨어진 역무관리소까지 끌고 갔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역무관리소에 도착하자 관리소 직원이 말했다.

    "이거 모레까지 갖고 오는 건데 왜 벌써 갖고 왔냐?"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직장생활 할 때도 어딜가나 퇴근 직전에 일거리 던져주는 상사는 꼭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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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 [Overloading]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겠다는 호출이 와서 가보니 전동휠체어를 탄 중년 남성과 임산부와 아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가족인 것 같았다.

    전동휠체어는 개조를 덕지덕지 해놔서 일반 전동휠체어 보다 두세 배는 더 컸다.
    거기다가 앞뒤에 달아놓은 바구니에는 짐이 가득 실려있었다.
    한 술 더 떠서 임산부와 아이가 가진 짐까지 휠체어 리프트에 모두 싣는 것이다.
    아이까지 리프트에 태우려는 걸 겨우 막았다.

    휠체어 리프트는 휠체어 이동용으로 만든거지 짐운반용으로 만든게 아니다.

    전동휠체어가 너무 커서 휠체어 리프트의 안전바가 걸려 내려가다 말았다.
    추락사고를 막기 위해 전동휠체어를 안전벨트로 고정시키고 옆에서 안전바를 손으로 단단히 잡아 같이 계단을 올랐다.

    정격하중 250kg을 한참 넘어선 무게 때문에 휠체어 리프트는 거북한 쇳소리를 내며 올라가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결국 휠체어 리프트를 멈추고 내가 짐을 일일이 들어 계단 위로 옮겼다.

    임산부는 비지땀을 흘리며 짐을 나르는 나를 멀뚱히 보며 '여기 시설 왜 이렇게 후지냐'고 투덜거렸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skyextremeJin
    천극진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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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8/07 21:23:41  123.109.***.198  엘롯기파이팅  520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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