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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art_20120
    작성자 : 천극진
    추천 : 3
    조회수 : 451
    IP : 218.238.***.117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4/12/02 17:17:02
    http://todayhumor.com/?art_20120 모바일
    다큐르포 <언더그라운드> 1~5화
    *본 내용은 2006~2007년 지하철 공익요원을 하며 겪은 경험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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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he metro of the dead>

    일요일 저녁이었다.
    비상전화로 지하철 승강장에 사람들이 몰려서 혼잡하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후임과 함께 재빨리 내려가보니 승강장은 100여 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아수라장이었다.
    당시 스크린도어가 없었던 승강장이어서 끔찍한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 노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호루라기를 불고 소리를 쳐봐도 노인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노인들 몇 분을 붙잡고 물어봐서 사건의 개요를 알게 되었다.
    서울의 'M교회'라는 대형교회에서 '행사'를 하는데 사람수가 모자를 것 같자 노인들을 동원한 것이다.
    교회측에서는 노인들에게 행사에 참여하면 5000원씩 주겠다고 약속을 했고 행사가 끝난 저녁에 지하철 승강장에서 돈 배급을 하고 있어서 혼잡한 것이었다.

    100여 명의 노인들이 돈을 나눠주는 한 할아버지를 둘러싸고 '어서 돈을 내놓으라'고 아우성 치며 손을 내뻗는 모습은 좀비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아 공포스러웠다.
    행여나 혼잡한 상황 속에서 그 돈 5000원을 못받게 될까봐 노인들의 아우성은 점점 더 격해져 갔다.

    사태안정을 위해 돈을 나눠주는 할아버지를 데리고 역무실로 향했고 돈을 받기 위해 모였던 노인들은 이제 우리 주위를 에워쌌다.

    노인들은 '내 돈 달라고', '그 사람 데려가면 내 돈 어떻게 받냐고' 소리를 지르며 계단을 올라가는 우리들을 뒤에서 잡아 끌었다.

    마치 여고생 팬들으로부터 톱스타를 경호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 중 한 할머니는 끈덕지게 틈을 파고 들어와 할아버지 옷자락을 붙잡고 주저앉으며 '내 돈 달라' 소리쳤다.
    할아버지가 가방에서 5000원짜리를 꺼내들었다가 떨어뜨리자 할머니라고는 믿기지 않는 속도로 재빨리 주워 들고는 사라졌다.

    출동한 경찰들이 자꾸 혼란을 조장하면 돈 배급하는 할아버지를 연행해 돈을 못받게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나서야 노인들은 진정되었고, 노인들 줄을 세워서 차례로 돈을 나눠주었다.

    돈을 다 나눠주자마자 노인들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돈 5000원의 위력을 새삼 깨달은 날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행사'는 "FTA 찬성집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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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uicide notice>

    "죽음으로 가는 지하철표를 주세요."

    어떤 청년이 매표소에 와서 이렇게 내뱉고는 급하게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역무실은 비상이 걸렸다.

    눈알 빠지게 CCTV를 지켜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근무하는 동안 2명이 투신자살을 했지만, 그들 중 미리 예고하고 뛰어내린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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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Hail to the King>

    성난 목소리로 휠체어리프트 호출이 와서 가보니 술 취한 아저씨가 휠체어리프트가 제대로 작동을 안한다고 마구 화를 내고 있었다.
    가보니 자신이 비상정지버튼을 잘못 눌러서 멈춘 거였다.

    처리해 주고 있는데 오줌 마렵다며 소리를 마구 지르더니 더는 못참겠다며 전동휠체어에서 일어서서 바로 그자리에서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쌌다.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계단에서...
    냄새가 고약했다.

    보니까 어디에 발목을 부딧쳤는지 발목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응급처치를 위해 역무실로 데리고 올라가는 도중에 핸드폰을 꺼내더니 보건복지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밑도 끝도 없는 정부에 대한 욕과 세상비판을 20분 넘게 계속 내뱉었다.

    난 그 아저씨 옆에 쭈그려 앉아 온갖 욕설들을 들으며, 오줌이 묻어 지린내가 진동하는 샌들을 신은 발목을 치료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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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Poo Terrorist>

    CCTV 모니터감시하느라 역무실에 앉아 있다보면 지하철기관사와 종합사령실 간의 무전통신을 들을 수 있다.

    취익- 삐익-

    "기관사 : 지금 XXX역인데요. 누가 열차 두 번째 칸에 대변을 봐놨습니다. 이상."

    "사령실 : 어떻게 처리하셨습니까? 이상."

    "기관사 : 일단 신문지로 치웠는데 아직 바닥에 남은게 많아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이상."

    "사령실 : 알겠습니다. 다음역에 연락을 해둘테니 다음역에서 잠시 정차해서 청소하도록 하십시요. 이상."

    취익-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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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Ex Champion>

    "이 자식들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말이야 바로 복싱 라이트급 챔피언이었어. 너희들은 나한테 한 주먹 거리도 안돼. 알았어?".

    입버릇처럼 왕년에 잘 나갔던 시절을 자랑하는...
    작은 키에 부리부리한 눈매와 스포츠머리를 한 50대 남성 노숙자.

    우리역 토박이 노숙자 중 한 명인데 볼 때마다 술 먹고 구걸하거나, 행패 부리거나, 다른 노숙자들과 치고받고 싸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느정도 영역을 유지하면서 나름 터줏대감 행세를 했었으나 매일마다 밤새도록 술만 마셔대니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어느날 보니 눈은 멍들고, 입술은 터지고, 다리는 절룩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역무원들 말로는 다른 젊은 노숙자들에게 시비 걸다 맞았다고 한다.



    9개월 뒤, 그 노숙자는 다리가 완전히 마비돼 걷지도 못하고 바지에 똥을 싼 채로 화장실 앞에 앉아 사방팔방에 똥 발라가며 구걸을 하다가 경찰에게 연행되어 복지시설로 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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