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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animation_308239
    작성자 : Evangelion
    추천 : 4
    조회수 : 190
    IP : 180.65.***.4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5/02/08 23:31:26
    http://todayhumor.com/?animation_308239 모바일
    [단편/스포] 재회, 아케미 호무라



    재회


     너의 바람처럼 세상은 조용하고 소녀들은 슬프지 않았다. 그러한 행복은 길었고, 조용했다. 혹은 고요했다. 물결조차 일지 않는 정지된 세계, 그건 일종의 평화였다. 호수를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 너의 역할이었다면, 나는 너를 가지고 그 세계를 포르말린에 통째로 담궈서 저장하고 있었다. 모든 향기조차 거부하는 구역질의 내음 속에 나는 여전히 춤춘다,

     그렇게

     있어야할 물결조차 거부하는 존재인 나는 그 평화의 근원이었지만, 평화는 아니었다. 그 명백하게 모순된 내 역할은 그런 것이었고 스스로 짊어진 것에 대한 불평은 남아있지 않았다. 불평을 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고, 달라질 것이 있다하더라도 거부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영원했다. 내 심장조차 어딘가 약병에 쩔어서 박제된 기약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심장은 늘 바늘로 찌를 듯이 아파와서 진정으로 박제하고 싶었다. 왜 뜯어낼 수 없을까.

     그렇게 나는 너의 비석 옆 죽어가는 벛나무 아래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다. 피안화만이 붉게 펴서 나의 옆에 앉아있다. 피안화는 지지 않았다. 저승꽃이기에 그랬던 것 같다. 이 아래 누군가 묻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는 것처럼 스스로의 붉은 향을 내뿜고 있었다. 그 꽃말이

     영원한 사랑이고, 그럼에도

     사람은 찾아오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몇 십년, 혹은 몇 백년이 지났을 버려진 비석에 죽은 이를 기억하며 찾아올 사람은 없었다. 있다면 악마 뿐이었다. 사람의 인간됨은 사후에 누가 기억해주느냐에 달려있다는 옛 말이 떠오른다. 나는 슬그머니 웃는다. 불멸의 존재가 기억해주는 삶은 세상에서 유일할 것일텐데, 하필 악마라니. 그녀라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내가 고백했을 때처럼 곤란하게 웃으면서도 안아줬을까, 여신처럼 아파했을까. 어느쪽인지 모를 일이어서 더욱 슬펐다.

     기억하는 이 없는 그녀의 비석이 슬펐다. 기억하는 이 없는 여신이 슬펐다. 어느쪽도 보고 싶은 결말이 아니었다.


     마도카 네가 떠난 때는, 언제인지도 모를 나의 배신이기도 했고, 네가 사라진 그 날이기도 했다. 예상했고, 어찌보면 원했던 결과였다. 인간의 조각이 남은 너와 악마가 된 나의 시간은 어긋나고, 어긋날 것이었고, 그렇게 어긋났다. 예상한 일이라고 하여 슬플 수 없는 건 아니었다. 사람이 죽는다는 명백한 사실을 알면서도 다들 죽음 앞에서 슬퍼하지 않는가.

     나는 이제 너를 만나기 위해 떠난다. 여기에 너는 없다. 남아있는 너는 뼈만 남아 이제 산화했을 시간이 왔다. 이제 형상만 남은 비석 앞에 눈물짓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사라진 너를 찾기 위해 10년을 미타키하라에서, 다시 10년을 너의 추억을 찾기 위해 세상을, 다시 너의 무덤 옆에 나는 앉아 있다. 30년의 방황 끝에도 나는 늙지 않았다. 아직도 20대의 몸이었다. 그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고 너의 무덤 옆에 다시금 기다려왔다. 그 기간은 수십년 혹은 수백년이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악마의 날개와 이따금 떨어지는 깃털, 정원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그 긴 기간동안 변함 없었다. 그런 긴 시간의 끝에서

     그만두고자 

     법칙으로만 남은 자연물에 눈물을 흘리는 악마 하나는 이제 그렇게 스러지려고 한다. 나는 이 불멸을 더 누리고 싶지 않다. 그 참혹한 사실을 수백년이 지난 뒤에야 인정하게 되는 나의 한심함은 물론이고, 없는 너에 말을 걸고, 반응 없는 여신을 비웃는 내가 슬펐다. 나는 그런 악마였다. 나는 의미가 없었고, 의미가 있을 수 없었다. 비와 바람에게 말을 거는 듯한 공허함이었다. 그 공허함보다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가 추했다, 더러웠다. 나를 죽여버리고 싶었기에 나는 불멸을 깨는 수면을 원한다.

     네가 다가온다. 나를 아는걸까. 모르는 듯 하다. 아니, 아는 듯 하다. 소원을 이루고 떠나려는 소녀를 다정하게 바라본다. 끝이었고, 재회였다.

     이젠 누가 여신을 기억해줄까 싶었다. 불쌍한

     한 소녀를.

     그리고 한 소녀를.

     

     

     



    마도카가 혼자 늙어가고 악마 혼자 남아 있다가 여신과 다시 만나는 그림을 보고

    도저히 잊을수 없었는데 오늘 단판승부 소재도 재회길래 후다닥 써봤습니다.


    Evangelion의 꼬릿말입니다
    PKGhqQj.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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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08 23:33:46  182.219.***.84  아케미호무라  162734
    [2] 2015/02/08 23:34:11  112.155.***.3  근성guy  369567
    [3] 2015/02/08 23:34:36  175.197.***.88  시오리코  95747
    [4] 2015/02/08 23:52:02  119.197.***.46  모모에나기사  11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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