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요즘 유행이라길래 한번 써봤습니다!</div> <div>읽고 재밌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ㅎ</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현지는 아침부터 주섬 주섬 무언가를 챙겨 입으며 바쁘게 움직였다. <div><br></div> <div>  "오늘은 내가 주인공! 에헤."<br><div><br></div> <div>  뭔가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면서도 손은 잠시도 쉬지를 않았다. 오빠인 나로서는</div></div> <div>꽤나 자주 보던 풍경이었기 때문에 한심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br></div> <div>  "직관가냐?"</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흐흥, 직관보다 더 대단한 거라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꿈에 그리던 돼지님이라도 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돼지라는 말에 그녀가 손을 멈추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돼지라니! 오빠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그녀는 말을 하면서 나를 한번 쓱 훑어보았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뭐하지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는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긴데다가, 몸도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근육이 잔뜩 붙은 건 아니지만 괜찮은 편이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거기에 성격까지 여자 한정으로는 완벽. 절정의 인기남 그 자체란 말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없는 건 아니... 아니, 없어! 우리 돼지님을 모욕하지 마!</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너 같이 방 구석에 들어앉아 있는 니트랑 비교하지 말라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작가거든. 그리고 너도 지금 돼지라고 말했잖아."</span></div> <div>  "이건 귀여운 뜻을 담아서 부르는 돼지니까 되지! 오빠가 말한 돼지는 안되지!"</div> <div><br></div> <div>  돼지가 다 같은 돼지지. 미국 물 먹은 돼지는 귀여운 돼지인가.</div> <div><br></div> <div>  "그런데 왜 직관 때마다 우리 집에 오는 건데."</div> <div>  "도구가 다 여기에 있잖아."</div> <div><br></div> <div>  여동생인 현지는 서울에 산다. 그리고 나는 대전. 원래 가족 모두 서울에서 살았다.</div> <div>하지만 대학을 대전에서 다니게 되었고, 결국 그대로 나는 대전에 눌러 앉아 살고 있다.</div> <div>이 자식은 학교도 서울에서 다니는데...</div> <div><br></div> <div>  "그러니까 도구를 왜 우리 집에 놓냐고."</div> <div>  "집에서부터 들고 오면 무거우니까 그렇지. 바보야? 그런 것도 모르고."</div> <div>  "이번에 갖고 나가면 다시는 들고 오지 마라. 집도 넓은 편이 아닌데 네 짐들까지</div> <div>   놓는 건 무리라고."</div> <div>  "어차피 이번에 다 갖고 가면 여기로는 안 올 거네요~자, 다 챙겼고. 잘 있어! 아, 그리고</div> <div>   TV, 꼭 봐!"</div> <div>  </div> <div>  한화 유니폼을 입고, 머리에 봉투를 둘러메고, 오징어를 손에 든 여동생은 활기찬 인사와 함께</div> <div>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봉투는 보통 경기장 가서 쓰지 않나...거기에 오징어는 왜. 고개를 절래절래</div> <div>흔들다가 동생의 마지막 말을 다시 되뇌어봤다.</div> <div><br></div> <div>  "TV...를 보라고?"</div> <div><br></div> <div>  오늘은 이길테니 꼭 보라는 한화 팬의 헛된 희망을 담은 인사 같은 건가. 이길리가 없잖아.</div> <div><br></div> <div>  [오늘의 날씨는 전국 모두 화창하게 갤 예정이며 종종 비가 내리는...]</div> <div><br></div> <div>  그래도 일단 TV를 보라고 하니 소리 만이라도 들을 수 있게 전원을 켜 놓고 작업을 시작했다.</div> <div><br></div> <div>  [오늘도 한화의 경기날이 다가왔습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네 그렇네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오늘 경기는 어떻게 될까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콜드게임만 아니었으면 좋겠네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아니 캐스터면 캐스터 답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한화잖아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한화잖아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왜 두 번이나 말하는 겁니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중요한 사실이거든요. 우리나라 야구에 있어서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슬슬 경기가 시작할 것 같아 편파해설 방송을 틀었더니 해설이 이 모양이다. 분명히 한화 쪽의 편파해설인데</span></div> <div>웬 머리를 민 중 같은 사람 둘이서 한화를 까며 콩트를 주고받고 있었다. 역시 한화. 편파방송도 다른 팀들과</div> <div>그 궤를 달리한다.</div> <div><br></div> <div>  [하지만 오늘은 다를 겁니다. 한화에 변화를 몰고 올 그 분을<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지금 이 자리에 모셔봤습니다!]</span></div> <div>  [오늘의 주인공! 등장!]</div> <div><br></div> <div>  "...."</div> <div><br></div> <div>  내가 TV를 보며 벙쪄있건 말건 TV 속의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div> <div><br></div> <div>  [하하하, 활기차시네요.]</div> <div>  [주인공이니까요!]</div> <div>  [주인공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좋은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제발 한화를 구해주세요...]</div> <div>  [걱정 마세요! 제가 반드시! 한화를 수렁에서 끌어 내겠습니다!]</div> <div><br></div> <div>  여동생의 자신감 넘치는 다짐을 끝으로 화면은 광고로 전환되었다. 아직까지도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을 들고</div> <div>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했다. 동생이 드디어 정신이 나갔다. 큰일이다. 가장 큰일은 우리 남매는 둘 다 늦둥이라는 거다.<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게 왜 큰일이냐고 묻겠지만, 그 때문에 내가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고등학생이 될 때 쯤 부모님 두 분은 모두 은퇴를 하신 상태였다. 그리고,</span></div> <div><br></div> <div>  "너희를 중학교에 보내고 났으면 우리는 모든 역할을 한 거다."</div> <div><br></div> <div>  라는 말을 남기시고는 두 분이서 크루즈 여행이다 뭐다 하면서 연금과 퇴직금을 모두 공중분해 시키며 인생을 즐기고</div> <div>계신다.  이런 마인드의 부모님이라 우리 남매는 자기가 알아서 벌어먹고 알아서 학교를 다니고 하며 고등학교, </div> <div>대학교를 마쳤다. 나는 대학을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마치고 전업 작가로서 밥벌이를 하고 있지만 동생은 아직 대학을 다니는 중이다. 대학</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등록금을 한참 벌어야 할 때인데...정</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신이 나가다니. 방송에 나와서 주인공 선언</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을 하는 것은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 점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동생이 내 뱉은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 말.</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동생아...한화는 이길 수 없어."</span></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