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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animation_21706
    작성자 : PF*any
    추천 : 5
    조회수 : 313
    IP : 118.127.***.72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2/11/26 09:50:25
    http://todayhumor.com/?animation_21706 모바일
    [짧은 소설]카나(부제: 그 마법소녀)

     

     

     그 아이를 만난 건 아침 버스정류장에서였다. 6. 정류장 벤치에 앉아있는 나에게 아이는 다가왔다. 학교 가는 길인가 보다,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전광판을 보았다. 이상할 것이 없다 생각했다. 버스의 남은 정거장은 10에서 줄지 않았다. 아이는 내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불만 이었나보다.

    아저씨, 아저씨이.”

     정류장엔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지만 무시하려고 했다. 어떤 문제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결국 아이가 전광판을 가리며 섰다. 우리는 눈을 마주보았다. 찡그렸지만 해가 뜬 것 같은 얼굴이었다. 파란 눈 주위로 금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퍼져 나풀거렸다. 새벽 찬 바람에 붉어진 작은 볼과 머리에 매달린 빨간 리본이 잘 어울렸다. 이국의 언어로 말할 것 같은 그 입으로 아이는 한 번 더 아저씨이하며 나를 불렀다.

     그때서야 나는 이 아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는 가방 같은 것은 메고 있지 않았다. 지금 시간에는 학교 문도 열지 않았을 것이다. 털이 달린 망토는 아이가 단단히 채비했음을 말해주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아이를 잃어버리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아이가 길을 잃은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아이는 어디로. 생각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어디 가는 길이니?”

     아이는 대단한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 웃었다. 한번 맞춰봐라, 하고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역시 아이는 아무 말도 안하고 내 옆에 앉았다.

    아저씬 어디 가는데?”

    ? 난 일하러

     일이라고 해봤자 겨우 아르바이트 이며, 이런 시간에 출발해도 출근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지금 나는 피곤해서 너의 말벗이 돼주지 못한다고. 차마 이런 말들을 하지 못했다. 아이에게 말을 한다고 해서 변할 것은 없었다.

    나도 일하는데

    그렇구나. 힘들겠네.”

     아이는 헤헤 웃었다. 아이의 웃음을 보고 따라 웃어보려 했으나 미소도 잘 지어지지 않았다. 찬바람 때문이라고 나는 바람을 원망했다.

    아저씨 등에는 못된 것들이 붙어있어요. 이놈들을 물리쳐 주는 게 내 일이에요.”

    못된 것들이라

     아이에게서 눈을 떼고 고개를 숙였다. 이 아이의 아버지가 부러워졌다. 피로 같은 것들을 물리쳐 주겠다며 등을 두드리는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다. 그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이런 딸을 가진 아빠는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뗀 사이, 아이는 어디서 꺼냈는지 기다란 장난감을 하나 들고 있었다. 만화 속에서 요술공주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막대기였다. 감청색의 별 아래로, 막대기를 따라 기다란 리본이 엇갈리며 메어져 있었다. 별 안에는 작은 별빛들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별 안에 별이 들어있는 막대기는 높이 올라갔다.

    아저씨는 소원이 뭐에요?”

     아이의 얼굴은 이제 해처럼 빛을 내고 있었다. 나는 말할 생각도 못하고 아이의 얼굴만 보았다. 힘든 일이라도 함께 할 사람을 찾는 것, 그 사람을 보며 힘을 내는 것 등 많은 말들이 내 속에서 터져 나와 목으로 나오지 못했다. 아이는 천천히 내 머리위에 별을 얹었다.

    별들이 아저씨가 소원을 이루도록 도와줄 거예요.”

     천천히 움직이던 별들이, 빠르게 별 속을 돌았다. 보이지는 않지만 하늘의 별도 돌고 있는 것 같았다. 어지러웠다. 돌고 있던 별들 중에 몇 개가 빠져나왔는지 별도 아이도 빛을 내었고 아이는 사라졌다.

     

     버스가 떠나가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급히 달려 버스를 세워보려고 했지만, 매정한 버스기사는 망설임도 없이 떠나갔다. 버스를 놓쳤는데도 이상하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잠깐이지만 잠을 자서 그런지 몸이 가벼워진 것도 같았다. 나는 벤치에 앉아 전광판을 보았다전광판에 붉게 표시된 잠시 후 도착. 두 대가 몰려 있었나 보다. 버스는 바로 도착했고 난 무사히 탈 수 있었다.

    정훈씨? 여기 사세요?”

     앉을 자리를 찾기도 전에 버스 안쪽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회사에 일하고 계시던 여사원 분이었다. 출근 카드에 기록할 때 잠깐씩 얼굴을 본 적 있었다. 그녀의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나는 망설이다가 그녀의 옆에 앉았다. 창문 밖에선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아이의 얼굴이 잠시 떠올랐다 사라졌다. 우리는 출근할 때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음날도 같이 출근하기로 약속했다. 이것은 단지 우연이 아니라 별이 도와줬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투리를 모르기 때문에 사투리 없어요.

    갑자기 생각나서 쓴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설정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덕심이 폭발해서 하던일도 미루고 썼네요.



    PF*any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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