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처가에서 경영하는 식당에 갔다가 마당에서 길냥이들을 봤습니다. <div><br><div>장모님은 진해에서 오리요리를 하시는데, 하루 한마리 정도를 고양이 용으로 따로 조리하셔서 길냥이들을 키워오셨어요.</div> <div><br></div> <div>여러 녀석들 중 유독 한 녀석이 가까이 가지 못하고 엎드려서 구경만 하더라구요. 대략 4~5개월 정도 되어 보였어요.</div> <div>제가 다가가니 다른 녀석들은 도망가는 데, 그녀석은 도망가려고 발버둥만 치고 움직이지 못하더군요.</div> <div><br></div> <div>앞발로 몸을 끌듯이 움직이기만하고 하체는 질질 끌려가고 있었어요.</div> <div><br></div> <div>잡아서 보니 하체에 힘이 하나도 엎고 척추가 휘청거렸어요.</div> <div><br></div> <div>너무 놀라서 그 길로 박스에 담아 시내의 동물병원으로 갔습니다.</div></div> <div><br></div> <div>의사선생님이 엑스레이를 찍어보시더니... 영양실조로 척추가 무너져내리고 있고, 네 다리가 모두 한 번씩 부러졌다가 붙은 흔적이 보인다고... 순간 눈물이 왈칵 났습니다.</div> <div>진료 기록을 남긴다고 고양이 이름을 물어보셔서 "길고양이예요" 했더니 잠시 머뭇거리시더니 정밀하게 다시 보자며 엑스레이를 몇 번 더 찍고 영양제 주사도 놔주시고 약도 지어주셨어요.</div> <div><br></div> <div>그리고 돌아갈 때 약값만 받으셨어요... 약봉지에는 고양이 이름에 "Gil Go Yang EE" 라고 적혀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고양이들 데리고 다시 식당으로 가서 장모님과 일하는 이모님들께 꼭 약 잘 먹이고 보살펴달라고 신신당부하고 나서도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 차라리 제가 데려다가 집에서 보살필까.. 고민하다가... 보름 정도 후면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었어서 어쩔 수 없이 두고 떠나야 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 후로도 가끔 전화해서 여쭈어 보면 많이 회복되었다. 이제는 걸어다닌다... 고 하셨는데......</div> <div><br></div> <div><br></div> <div>얼마전에 고양이 별로 떠났다고 하네요... 장모님께서 뒷 산에 묻어주시고 소주 뿌려주셨다며... 가슴이 먹먹해서 며칠간 멍~ 했습니다.</div> <div><br></div> <div>내가 조금만 더 마음을 냈으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되네요.</div> <div><br></div> <div>마지막까지 보살펴주신 장모님과.. 특히 길고양이인데도 돈도 안받고 최선을 다해 진료해주신 의사선생님께는 너무나 감사드려요... <span style="font-size:9pt;">혹시 진해나 창원쪽에 동물병원 찾으시는 분은 꼭 그곳으로 추천드리고 싶네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이름이라도 지어줄껄... 그냥 길고양이라는 이름으로 떠나보낸게 못내 아쉽습니다..</span></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