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7년전, 그러니까 2008년 5월</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자주가던 커뮤니티에 글이 하나 올라왔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제가 밥을 주는 동네 길고양이 한 마리가 있는데, 얘가 성격이 진짜 웃겨요. 저 슈퍼갈 때 야옹하고 슈퍼 앞에서 아는 척해요. 그리고 제가 슈퍼에서 물건 계산할 때 가격이 꼭 몇 백원씩 더 붙길래 뭐지? 했는데, 아주머니가 제 뒤를 가리켜요. 걔가 유유히 저 따라 들어와서 쥐포나 소세지같은거 물고 나가는거 있죠. 간혹 저희 집에 들어와서 우리 고양이 밥도 뺏어먹고, 가끔 우리 애 뺨도 때리고 도망쳐요. 근데 하는 짓이 미워도 천연덕스러운게 웃겨서 자꾸 눈이 가요'</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웃기는 고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후에 또 글이 올라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그 고양이가 새끼를 한 마리 낳았는데, 어제 비오는 밤에 저희 집 창문에 와서 엄청 우는거예요. 그래서 뭐지? 하고 보는데 옥상에서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요. 보니까 옥상의 하수구멍에 새끼고양이가 빠져서 못 나오고 있더라구요. 그 새벽에 죄송하지만 119 대원분들의 힘을 빌려서 아이 구조했어요. 물을 너무 많이 마신데다가 저체온증이라 새벽에 다리를 건너가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반나절 지나고 튼튼해졌어요. 혹시 이 아이 데려가실 분 계신가요?'</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뭐지, 그 웃기는 고양이와 비오는 밤 하수구에 빠져서 죽을 뻔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새끼고양이는?!</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냥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 글을 본 순간 나는 꼭 너를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 한장 안 보고 얼굴도 모르는 너를 [턱시도 수컷] 조건 하나만 보고  데려오기로 마음 먹었다. 고양이는 키워본 적도 없었는데, 왜 너였는지. 지금도 사실 모르겠다. 그냥 너의 엄마가 웃겼고, 너의 사연이 웃퍼서였을까.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497" height="488" alt="0524mang92.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9/1443042669WaUMEoReFelFqsT.jpg"></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2008년 5월 24일</div> <div style="text-align:left;">나는 용인에서 안산까지 버스를 타고 친구와 함께 너를 데리러 갔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너는 작았고, 성격은 엄마를 닮았는지 낯도 안가렸다. 냉큼 친구품에, 또는 내 품에 안겨서 울지도 않고 우리집까지 무사히 왔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400" height="268" alt="0524mang1.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9/1443042689Bx1ctaoxB.jpg"></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5주째로 추정되는 500g의 너는 작았고 귀여웠다. 근데 얼굴은 넙대대해서 나를 웃겼다, 짜식.</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리고 수시로 젖병 달라며 울어대는 너 때문에 나는 밤에 울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500" height="335" alt="0525mang2.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9/1443042689JBycxadcOZWkXfEvbmHcUwkuqYZPjOQ1.jpg"></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2007년 5월 25일</div> <div style="text-align:left;">기본적인 검사를 위해서 병원을 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의사 선생님이 네 얼굴을 보고 '녀석, 얼굴이 장군감이네!' 라고 하셨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리고 너를 들어올리시고 한참 보시더니 나에게 '.....어, 얘 여자애네요.' 라는 청천벽력같은 말씀을 해주셨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아니 의사선생, 그게 무슨 말이오!!!! 분명 임보자분께서도 이 녀석이 떡두꺼비같은 남자애라고 철썩같이 믿고 계셨는데!!!</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나는 배로 뛰는 중성화 수술 비용이나 임신 걱정보다 네가 그 얼굴로 여자애라는게 그냥 슬펐다.</div> <div style="text-align:left;">2n년만에 어릴 때 선머슴이었던 나를 보며 한숨 쉬던 부모님의 기분을 이해하게 되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800" height="536" class="chimg_photo" alt="0531.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9/1443042689wUipd5fWFlRtpCPp.jpg"></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너는 잘 먹고, 잘 놀고 쑥쑥 컸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800" height="1195" class="chimg_photo" alt="DSC_0036.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9/1443042803A4c8o7K17XKo7o2Dh16uVh2z885lHts.jpg"></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너의 짧았지만 강렬했던 캣초딩 시절.</div> <div style="text-align:left;">나는 기나긴 전쟁 영화 한편을 찍은 기분이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2008년 9월 첫째 주 토요일. 너는 수컷 고양이 얼굴 한번 보지도 못하고 수술대에 올랐다.</div> <div style="text-align:left;">너무 어린건 아닐까, 너에게 많이 미안했다. 그리고 마취가 깨자마자 밥을 찾고 냥냥대는 너의 건강한 체력과 식탐이 고마웠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800" height="536" class="chimg_photo" alt="DSC_0001.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9/1443042802nEv9r5qyp3aKrqOIBYCwlwT9DZ.jpg"></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수술을 하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잘 먹던 너는 전보다 더 잘 먹게 되었고, 게을러졌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내가 미친듯한 손목 스냅으로 낚싯대를 흔들면, 환호하던 네가 어느 날 갑자기 낚싯대와 내 손, 그리고 내 얼굴을 번갈아보고</div> <div style="text-align:left;">배신감 가득찬 표정을 하더니 그 이후로 아무리 장난감을 흔들어도 반응해주지 않았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나에 대한 불신이 너의 본능을 이긴거니. 아니면 그냥 움직이기 귀찮아진거니.</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근데 여전히 너는 나를 너무 좋아해서 내가 없는 집에서 목이 터져라 울어댔다. 나는 그게 너무 슬펐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800" height="536" class="chimg_photo" alt="DSC_0088.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9/14430428058WB8J7Ul.jpg"></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외로워하는 첫째 때문에 나는 고양이 한 마리를 더 들이기로 결심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리고 고양이 카페에서 너와 얼굴 문양이 대칭으로 닮은 턱시도 고양이의 글을 보게 되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시장 생선가게에서 묶어놓고 키우던 고양이. 주인이 이사를 가면서 그대로 묶어둔채로 방치. 발견 당시 임신을 했지만 병원에서 유산.</div> <div style="text-align:left;">같이 임보 중인 새끼 고양이에게 나오지 않는 젖을 계속 물려주는걸 보아 모성애가 강함.</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안타까운 사연도 사연이지만, 첫째처럼 콧잔등과 입이 반만 하얀 그 얼굴을 보고 이 녀석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우연인지, 운명인지. 나는 또 고양이를 데리러 안산에 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800" height="536" class="chimg_photo" alt="DSC_0091.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9/1443042806yGNIXGfuWT8JpOY2l6EjT24GuaRhQ3hg.jpg"></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안산에서 용인까지 오는 버스 안에서, 가방 속에서 내내 작은 목소리로 애옹-되던 너.</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집에 들어온건 두번째라 둘째라고 부르긴 하지만, 사실 첫째보다 1-2개월 앞서 있던 터라 너는 그렇게 첫째의 언니가 되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800" height="536" class="chimg_photo" alt="DSC_0029.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9/1443042803Je6gCtD2FpKniAlVjrwrWl.jpg"></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500" height="335" alt="5.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9/1443042801CZXDHhQgiGQJKXx74SehbQn2iieFLRm.jpg"></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어찌나 경계심이 많은지. 이게 고양이의 습성이라는걸 첫째 때문에 잊고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일주일은 네 얼굴 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네 덕분에 반푼이 고양이 같았던 첫째가 한 7푼 고양이 정도로 승급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난생 처음 첫째의 하악질과 어설프고 요상한 경계의 캣워크와 점프를 네 덕분에 보게 되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747" height="500" alt="은콩.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9/1443042807otWlgUJgzmVAm8i3DcGsn.jpg"></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800" height="536" class="chimg_photo" alt="DSC_0084.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9/1443042804tFKisgZB2A7wsT1IufhcwxtQz.jpg"></div> <div> </div> <div> </div> <div>첫째의 경계에도 너는 하악질 한번 하지 않았고, 나보다 첫째에게 먼저 마음을 열었다.</div> <div>너는 한동안 나를 따돌렸고, 나는 외로움에 너의 관심을 갈구했다.</div> <div> </div> <div> </div> <div>첫째는 항상 나의 애정을 고파했고, 나는 둘째의 관심을 갈구했으며, 둘째는 첫째의 뒤꽁무니만 쫓았다.</div> <div>그렇게 우리 집의 이상한 삼각관계가 시작되었다. </div> <div> </div> <div><br>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