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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4420
    작성자 : 묻어가자
    추천 : 10
    조회수 : 981
    IP : 182.221.***.201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7/07/25 17:43:38
    http://todayhumor.com/?panic_94420 모바일
    [짧음] 협박
     
    "정말 짜증나! 왜 어제 전화 안 받았어? 자꾸 그러면 내 기억을 지워버릴 거야!"
     
    연두는 남자친구인 가을에게 소리를 질렀다.
    가을은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안... 일이 너무 바빠서 집에 와서 바로 잠들었어. 정말 미안."
     
    "정말이지... 오빠가 이럴 때마다 너무 답답해. 미안할 일을 왜 하는데? 정말 기억 삭제 직전까지 갔다고."
     
    가을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연두야. 미안. 그래도 나는 너 정말 사랑해."
     
    "진짜로 사랑한다면, 그 마음이 드러나게 행동도 똑같이 해줘."
     
    연두는 어느새 싸울 때마다 '기억 삭제'를 협박으로 쓰기 시작했다.
    '기억 삭제소'는 전국 곳곳에 있었다. 편의점처럼 없는 곳이 없었다.
    연두는 집 앞의 '기억 삭제소'를 지나며 집으로 들어가곤 하였다.
    세탁소 집 옆의 허름한 '기억 삭제소'
     
                "당신의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잊고 싶은 기억은 무엇이든!"
     
    어느날, 연두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가을님은 당신의 기억을 삭제했습니다. 그에게 접근하지 마십시오. 그와 대화하지 마십시오.'
     
    그 일이 있은 후, 연두에게는 많은 계절이 흘렀다.
    봄, 여름, 가을이 지났다.
    그리고 어느 겨울이었다.
    눈이 펑펑 나리는 그 밤에, 연두는 이번에야 말로 '가을'의 기억을 지우겠다고 스스로를 협박했다.
    그러나 여느 때처럼 세탁소 집 옆을 서성이다 집으로 돌아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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