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나는 왠지 고등학교때 학원 선생님이 식식거리며 투덜거리던 말이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대충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div> <div>" 내가 몇백만원이고 천만원이고 강의고 해서 돈 들어 버는 족족 전부 다 가져다줬는데 엄청 큰 은혜를 입은 은사님 딸 결혼식에 50만원 주는 것 조차도 못하다니 비상금을 만들었어야 했었어!" </div> <div>왜 수업내용은 하나도 기억안나고 그것만 기억나는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그날은 그 선생님이 부부싸움을 한 날이었나보다.</div> <div> </div> <div>내 기억속 아버지는 신발장 안 드릴통 안쪽에 몇만원정도 두시곤 했었다.</div> <div>아마 나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 알고있었지만 그것은 아버지 것이니 아무도 건들지 않았다.</div> <div>어머니는 현관장의 화분안에 차키등 잡동사니와 만원을 꼭 넣어두시곤 했다.</div> <div>그 돈은 가끔 어머니가 심부름 시키실때 지갑대신 꺼내서 사용하기도 했었다. </div> <div>어머니는 아버지 양복 안쪽 주머니에는 꼭 만원정도 넣어주셨고 내 겨울 코트안에도 만원을 넣어두셨다.</div> <div>동생은 책상 서랍 첫번째 안쪽에 있는 필통에 비상금을 두곤했다.</div> <div>가끔 동생이 돈이 필요하면 내 책상위 과자통에서 돈을 꺼내가고는 했지만 용돈받고 나면 다시 쓴만큼 채워넣길래 뭐라고 한적은 없었다. </div> <div> </div> <div>가족 모두 비상금을 당연시 생각해서인지 비상금에 대한 내 개인적 의견은 '능력껏 적당량 소지 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였다.</div> <div>정말 생각치도 못한 가정 대 비상시에는 각자 가지고 있던 비상금을 들고와 그걸로 해결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하는 의견도 있었다.</div> <div>그래서 난 나도 비상금을 가지고 있고, 남편도 비상금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결혼전에 막연히 생각했다.</div> <div> </div> <div>남편에게 몇번이나 비상금을 만들라고 신호를 주었지만 별로 알아차리지 못했다.</div> <div>그래서 남편에게 용돈을 모아 비상금을 만든다면 그것에 대하여 크게 터지하지 않겠으니, 만들수 있다면 만들라고 이야기를 해두었다.</div> <div>남편은 비상금따위 귀찮다고 했지만, 나는 그래도 만들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div> <div> </div> <div> </div> <div>1.</div> <div> 남편은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내 통장으로 이체하겠다더니 결혼식 몇일전에 정말 그렇게 했다.</div> <div>생각치도 않았는데 사실 별로 반갑지도 않았다.  결혼전에 모았던 돈은 각자 비상금으로 가지고 있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남편이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빈 통장에 어쩔수 없이 나도 비상금 없이 내가 모은 모든 돈을 다 생활비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걸로 결혼식 대금이니 여행경비니 선물비용이니 하니 둘이 모든돈은 정말 금방 쑥쑥 없어지긴 했다. 경조사비로 드는 돈도 상상외로 컸다.</div> <div> </div> <div>그런데 반반하기로 했던 결혼 비용에 쓴 남편 카드값을 결혼후 생활비서 내려니 좀 열받긴 하더라. 난 체크카드 썼었는데.</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2.</div> <div>남편은 월급이 들어오면 전액 다 이체해준다.</div> <div>그담에 나는 남편용돈을 다시 남편 계좌로 보내준다.</div> <div>[나 이렇게 많이 벌어왔어!]하는 강아지 같은 눈을 하고 반짝거리며 날 쳐다보고 있어 왜 굳이 번거롭게 이렇게 하냐고 묻지도 못하겠다.</div> <div> </div> <div>월급이 매월 조금씩 달라지길래 왜냐고 물어봤더니 10시이후 퇴근할때 들어오는 교통비가 들어오는 여부라고 했다.</div> <div>그래서 그돈은 가지라고 이야기해줬더니 크게 기뻐했다.</div> <div>나도 내심 그돈을 모아서 비상금을 만들겠지, 라고 생각하며 뿌듯해했다.</div> <div> </div> <div>몇달후 생일에 남편이 생일선물로 노트북을 사줬다.</div> <div>내가 무슨 돈이 있어서 노트북을 사줬냐고 물어보니 24개월 무이자 할부로 샀단다.</div> <div>교통비 들어오는 것으로 낼 생각으로 샀대서 생활비에서 내주겠다 하니 내 선물을 생활비로 살 수 없다길래 알겠다고 했다.</div> <div>할부만큼 용돈을 더주겠다니 그것도 싫단다. 고집은 황소고집이라 그냥 그렇게 하기로 했다.</div> <div> </div> <div>그 후는 몇번이고 용돈 부족하다고 해서 생활비서 매꿔줬는지 모르겠다...</div> <div>그냥 생활비서 내자고... 귀찮아...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3.</div> <div>결혼 후 회사에서 연말에 인센티브로 200만원이 나왔다.</div> <div>나는 남편이 그것에서 비상금을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하여 그 돈으로 컴퓨터를 사고 남은 돈은 가지라고 했다.</div> <div>남편은 그주 내내 크게 기뻐하더니 그날 주말에 바로 용산에서 컴퓨터를 맞춰왔다.</div> <div>친구와 함께 낑낑대며 모니터랑 본체를 어찌저찌 설치하더니 밖에 치맥을 하러갔고, 올때는 왠 케잌을 사왔다.</div> <div> </div> <div>다녀와서 컴퓨터 가격을 물어보니 188만원이랜다. 그러면서 세부 견적을 보여주면서 그래픽카드니 뭐니하며 엄청 자랑을 해댄다. </div> <div>그리고 2만원으로 같이 친구와 같이 용산에서 점심을 먹었고 4만원으로는 치맥을 했다고 한다. 밥 사줘서 잘했다고 칭찬해줬다.</div> <div>그래, 아마 케잌값은 2만원정도겠지.  </div> <div>신이나서 검은사막(게임)을 깔고있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난 생각했다.</div> <div> </div> <div>남는 돈을 가지라니까 왜 남기질 않는거니.</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4.</div> <div>남편은 술도 담배도 안한다.</div> <div>주 취미는 게임. 취미에 돈 들일도 별로 없다. </div> <div>개인적으로는 남편 취미에 연 100만원 정도의 지출은 용납해주고 있지만 그 지출을 넘긴 적은 한번 밖에 없다.</div> <div>일년에 10만원정도 쓰면 많이 쓰는정도. 가끔 돈을 너무 안쓴다 싶으면 문화상품권으로 준다.</div> <div>(가끔 문상 몇만원 주면 엄청 좋아한다.)</div> <div> </div> <div>용돈을 한달에 5-10만원정도 남을 정도의 액수로 계산 해서 주고있는데 그 돈을 모아서 비상금이라도 만들까 했더니 노트북 할부가 끝나자 타블렛에 눈을 떠서 날 괴롭게 한다. </div> <div> </div> <div>집에 타블렛이 너무 많다.</div> <div>타블렛이 하나, 둘 늘어나더니 커버도 이것저것 바뀐다. 과도기엔 7개 정도 되었는데 지금은 5개에서 유지되고 있다.</div> <div>가만히 살펴보면 타블렛을 사서 가지고 놀다가 그걸 팔고 그 돈에 용돈을 좀더 보태 타블렛을 새로 산다.</div> <div> </div> <div>책상위에 모니터 2개, 타블렛 5개, 핸드폰이 놓여져 있는 것을 보면 스크린이 너무 많아 혼란스럽다.</div> <div>게임할때면 모니터 2개, 폰, 타블렛 1개 모두 게임이 돌아가고 있다. 그 역시 혼란스럽다. </div> <div>그래도 한번에 7게임을 동시에 할수 있는데도 3게임밖에 안하는 것을 보니 그정도가 멀티테스킹 한계인것 같다. </div> <div> </div> <div>그 멀티테스킹은 왜 집안일할때는 그렇게 돌아가지는 않는걸까...</div> <div> </div> <div> </div> <div>5.</div> <div>남편이 타블렛을 살때 가끔 중고로 사기도 하는데 그럴땐 현금이 필요한 모양이다.</div> <div>그럴때 쓰라고 있는 것이 비상금일텐데 남편은 자꾸 용돈을 가불해간다.</div> <div>2년전엔 이사하느라 돈을 다 썼는데 그 주에 아이패드 산다고 현금 마련해달라고 해서 눈치없는 타이밍에 산다고 혼냈다.</div> <div>그래도 그 아이패드는 네비로도 쓸수있다는 것을 알고는 나중에 잘샀다고 칭찬해줬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매번 보면 남편의 용돈은 타블렛 할부의 노예가 되어 덧없이 사라지고 가끔 남편 통장을 볼 기회가 생기면 돈이 얼마나 없는지 보며 깜짝 깜짝 놀랜다.</div> <div>좀더 돈을 아껴쓴다면 용돈을 좀더 넉넉히 줄 생각이었지만 많이주던 적게주던 박박 긁어 다 써버리는 것 같다.</div> <div>비상금용 통장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줬지만 큰 관심이 없다.</div> <div>비상금 숨기는 곳에 대한 글이나 자료를 보내주어도 관심이 없다.</div> <div>남편은 비상금을 만들생각이 아예 없는 것 같다.</div> <div>비상시에 돈이 필요하면 타블렛을 팔면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래도 난 가끔은 남편이 비상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