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어릴 적 경험담입니다.</div> <div><br></div> <div>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근처에는 아동관은 있어도 도서관은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나마 있는 아동관 자체도 작아서, 고작해야 탁구대 하나 있는 정도였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래서 나는 옆동네, 아동관도 같이 있는 도서관으로 향할 때가 많았습니다.</div> <div><br></div> <div>거기 아동관에는 당연히 다른 학교 아이들 뿐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처음 보는 사이인데 나한테 장난 칠 사람도 없겠다, 놀이기구도 많아 나는 조금 먼 거리를 감수하고 자주 그 아동관에 다니곤 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거기서 가장 인기 있는 놀이기구는 놀이방 한가운데 있는 직경 3m 정도 크기의 원형 기구였습니다.</div> <div><br></div> <div>튼튼한 골판지로 만든 표면에는 둥근 구멍이 여럿 있어, 거기를 통해 안에 들어가는 것입니다.</div> <div><br></div> <div>미로 같이 꾸며진 안을 지나면, 가운데 큰 공간까지 도달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구체 내부 통로 폭은 초등학교 아이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였습니다.</div> <div><br></div> <div>당연히 다른 사람과 마주쳐도 같이 지나갈 수가 없었죠.</div> <div><br></div> <div>그러니 안에서 누군가와 마주치면, 대개 기싸움에서 눌린 쪽이 뒤로 기어나와야만 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초등학생이라고는 해도 살집이 좀 있는 편이면 안에서 끼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div> <div><br></div> <div>살이 좀 찐 편이었던 나는, 안에서 혹시 끼면 어쩌나 하고 혼자 망상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div> <div><br></div> <div>어른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으니, 구멍에 팔만 넣어 다리를 잡아 당긴다거나...</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최악의 경우에는 골판지를 잘라야 겨우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죠.</div> <div><br></div> <div>살집이 있다보니, 나는 안에서 누군가와 마주쳐도 뒤로 돌아 나오는 게 무척 힘들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래서 가능한 한 사람이 적을 때를 노려, 그 놀이도구에 들어가곤 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가장 인기있는 놀이기구이니, 사람이 없을 때가 거의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대개 친해보이는 아이들 몇 명이서 점거하고서는, 서너명 밖에 못 들어가는 가운데 공간에서 끝도 없이 수다를 떨고 있곤 했죠.</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인기있는 놀이기구를, 나 혼자 독점할 수 있는 순간이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폐관 방송이 나오고, 아동관 선생님이 아이들을 방에서 내보낸 직후입니다.</div> <div><br></div> <div>그 때 그 놀이도구 안에 꾸물꾸물 기어들어가면, 적어도 몇 분은 혼자 놀 수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선생님도 눈치를 채고 있는지, 아이들을 방에서 내보내면 꼭 [안에 있는 거 알아. 어서 나와서 돌아가렴.] 이라고 말을 걸러 와주셨기에, 그 말을 들으면 바로 나왔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애시당초 무시하고 계속 놀려고 해도 기어다니는 소리가 나니 금새 들키지만요.</div> <div><br></div> <div>그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려, 밖에서 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죄다 아동관에 몰려온 터였습니다.</div> <div><br></div> <div>당연히 놀이도구마다 사람이 가득 달라붙어있었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쩔 수 없이 나는 도서관 쪽으로 향해 책을 읽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5시 가까이 될 무렵, 아동관으로 돌아왔습니다.</div> <div><br></div> <div>처음 왔을 때보다는 사람이 줄어들어, 구체 놀이기구에도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그래도 나는 안에서 누군가와 마주치고 싶지 않았기에, 한동안 눈치를 보기로 했습니다.</div> <div><br></div> <div>곧 평소처럼 [이제 곧 문 닫을 시간이야. 정리하고 돌아가자.] 라고 선생님이 오셨습니다.</div> <div><br></div> <div>구체 놀이기구에서도 2명이 나와 갔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걸 보고, 나는 둥근 구멍을 통해 안으로 기어 들어갔습니다.</div> <div><br></div> <div>구체 안에는 당연히 불이 들어오질 않습니다.</div> <div><br></div> <div>흐리거나 비오는 날에는 구멍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형광등 불빛만 의지해 어슴푸레한 통로 안을 기어가야만 하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가운데로 향하는 길은 거의 기억하고 있으니 문제는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선생님이 나를 찾으러 오기 전에 가운데까지 가고 싶어, 나는 필사적으로 전진했습니다.</div> <div><br></div> <div>위화감을 느끼면서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딘지 모르게 평소와는 느낌이 달랐거든요.</div> <div><br></div> <div>비 때문인지 골판지가 전체적으로 눅눅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웠습니다.</div> <div><br></div> <div>통로 안도 평소보다 더 어두운 느낌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는 사이, 내가 나는 부스럭 소리 말고 다른 소리가 반 박자 늦게 들려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div> <div><br></div> <div>나말고 누가 또 있었나 싶어 실망하면서도, 나는 마주치면 귀찮을 거 같아 천천히 후퇴해 돌아나오기로 했습니다.</div> <div><br></div> <div>아까 말했듯, 나는 살이 쪘기에 돌아나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게다가 골판지가 눅눅해 평소보다 더 기어나오는 게 쉽지가 않았죠.</div> <div><br></div> <div>필사적으로 기어나오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습니다.</div> <div><br></div> <div>뒤로 기어나올 때는 대개 발끝으로 구멍 위치를 찾아내, 거기로 빠져나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아무리 발을 뻗어도 구멍이 닿질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그렇게 안쪽까지 들어온건가 싶었지만, 일단 후퇴는 계속했습니다.</div> <div><br></div> <div>앞에서 들려오는 부스럭 소리는 계속 다가오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더더욱 초조해졌습니다.</div> <div><br></div> <div>그 소리는 확실히 정면에서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요.</div> <div><br></div> <div>이대로 갔다간 출구를 찾기도 전에 마주칠 형편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마주쳤다간 귀찮아질거라는 생각에, 나는 빨리 탈출하기 위해 후퇴를 계속했습니다.</div> <div><br></div> <div>꾸물대며 뒤로 나오는 내게, 그 소리는 스스슥 확실히 다가오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구체 안 통로 커비 부분까지 와 있는 듯 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제야 나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div> <div><br></div> <div>당연히 나와야 할 폐관 안내 방송이 들리지 않았거든요.</div> <div><br></div> <div>후퇴를 멈춘 내 콧김과, 앞에서 스스슥하는 소리만 들려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소리만.</div> <div><br></div> <div>골판지로 만들어진 이 놀이기구 안에서 사람이 움직이면 당연히 진동이 전해져야 할텐데.</div> <div><br></div> <div>하지만 소리는 확실히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런 이야기를 할 때 흔히들 말하는게, "안 했어야 했는데..." 하는 거죠.</div> <div><br></div> <div>정말 맞는 말입니다.</div> <div><br></div> <div>기어서 후퇴하고 있던 나는, 그 때까지 목이 편하게 바닥을 보고 기어나오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후퇴를 시작할 때부터 계속 바닥만 보고 앞쪽은 올려다보질 않았었죠.</div> <div><br></div> <div>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때 나는 고개를 들어 앞을 봤습니다.</div> <div><br></div> <div>지금도 후회하고 있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스스슥, 스스슥하는 소리가 멎은 한순간.</div> <div><br></div> <div>무의식 중에 고개를 든 내 눈에 들어온 건, 30cm 정도 앞에 떠 있는 잔뜩 화가 난 듯한 아저씨 얼굴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으악!] 하고 소리를 지른 순간, 다리가 쭉 끌려갔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너무 무서워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습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다리를 잡아당긴 건 아동관 선생님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이제 집에 가렴.]</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온힘을 다해 달려 아동관에서 뛰쳐나왔습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 후 다시는 거길 찾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 <div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line-height:21.6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line-height:21.6px;"> <div style="line-height:21.6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px;"> <div style="line-height:21.6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px;"> <div style="line-height:21.6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px;"> <div style="line-height:21.6px;"> <div style="line-height:21.6px;"> <div style="line-height:21.6px;"> <div style="line-height:21.6px;"> <div style="font-family:gulim;margin:0px;padding:0px;line-height:21.6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margin:0px;padding:0px;line-height:21.6px;"> <div style="font-family:'돋움';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line-height:21.6px;">[email protected]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투고 받고 있습니다.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line-height:21.6px;">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line-height:21.6px;">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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