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나는 24시간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심야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 주유소는 손님이 직접 기름을 넣은 후, 영수증을 가져오면 사무실에서 정산을 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심야에는 두 명이 같이 일을 하는데, 한 명은 아르바이트생이고 다른 한 명은 주유소 사장 부부가 하루씩 교대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사장네 집은 주유소 맞은편에 있어서, 한밤 중에는 사실 집에 들어가 자는 일이 많았죠.</div> <div><br></div> <div>그래서 실질적으로 심야에는 나 혼자 주유소를 보는 셈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 동네는 한밤 중이 되면 폭주족들이 몰려오는 걸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기 때문에 한밤 중 주유소를 찾는 손님들은 대개 남자 혼자 스포츠카를 몰고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div> <div><br></div> <div>한밤 중에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기에, 나는 사무실에 앉아 대학 논문을 쓰며 시간을 때우곤 했습니다.</div> <div><br></div> <div>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3주 가량 지났을 무렵, 한 남자 손님이 왔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남자는 우리 주유소 단골로, 30대 정도 되어 보이는 호리호리한 사람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매번 같은 푸른 스포츠카를 타고 오곤 했죠.</div> <div><br></div> <div>나는 별 생각없이 주유하고 있는 남자를 사무실 창문 너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남자는 갑자기 자기 목 뒤를 왼손으로 벅벅 긁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10초 정도 지나자 긁는 것도 멈췄지만, 주유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 남자가 사무실로 오자 아까 전처럼 목 뒤를 긁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나는 모기라도 물렸나 싶어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음날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금발의 20대 남자가 왔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이 남자도 심야 단골로, 튜닝한 흰 스포츠카를 타고 다닙니다.</div> <div><br></div> <div>그야말로 폭주족의 전형이라고 할 느낌이었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남자가 주유하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그 사람도 어제 왔던 남자처럼 가끔 목 뒤를 긁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 순간, 나는 이상한 감각에 사로잡혔습니다.</div> <div><br></div> <div>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이상한 위화감 같은 게 느껴졌던 것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날부터 나는 웬지 신경이 쓰여, 손님이 올 때마다 손님의 행동을 섬세하게 관찰하게 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러는 사이, 목 뒤를 긁는 건 폭주족 남자에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div> <div><br></div> <div>다만 알아차렸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대로 하루하루 시간만 흘렀지만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여름방학이 끝나기 1주일 정도를 남겨 둔 어느밤, 나는 무서운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 날 밤 역시, 단골인 30대 남성이 푸른 스포츠카를 타고 주유를 하러 온 터였습니다.</div> <div><br></div> <div>나는 논문도 다 썼겠다, 딱히 할 것도 없어 평상시엔 눈길도 안 주던 CCTV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카메라는 주유기마다 하나씩 달려 있고, 손님이 주유기를 조작하면 얼굴 정면을 비스듬이 비추는 형태였습니다.</div> <div><br></div> <div>나는 남자가 찍히고 있는 CCTV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집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모니터에는 남자의 정면이 보였습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 오른쪽 어깨 뒤에, 축구공 정도 크기의 검고 둥근 덩어리 같은 게 찍히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자세히 보니 그것은 긴 머리를 한 여자의 얼굴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여자는 공허한 눈을 한 채, 입을 헤벌레 반쯤 벌리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생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질 않는 얼굴입니다.</div> <div><br></div> <div>그런 꼴을 한 채 남자 어깨 뒤에 찰싹 붙어 있는 것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남자에게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아직 눈치 채지 못한 것인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주유기를 다루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한동안 바라보고 있자, 갑자기 여자는 남자 목 뒤로 얼굴을 가져가더니 입을 모아 입김을 내뿜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러자 남자는 자기 목 뒤를 오른손으로 긁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걸 본 여자는 입을 크게 벌리고, 턱을 조금씩 진동시켜 낄낄거리며 기분 나쁘게 웃었습니다.</div> <div><br></div> <div>나는 이전에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가 이것이라는 걸 알아차렸습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와 동시에 온몸을 감싸는 공포에 벌벌 떨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한동안 나는 못이 박힌 듯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사무실 입구 자동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왔다는 차임벨이 울리고서야 나는 겨우 정신을 차렸습니다.</div> <div><br></div> <div>고개를 돌리자, 아까 그 남자가 계산을 하러 이리로 오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남자의 어깨를 유심히 봤지만, 아까 모니터에서 봤던 여자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잘못 봤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는 계산을 했습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내가 거스름돈을 꺼내려는 순간, 남자는 다시 자기 목 뒤를 긁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저기 있구나, 있어! 눈에는 안 보이지만, 저 남자 어깨에 여자 얼굴이 붙어 있는거야! 그리고 지금도 낄낄대며 웃고 있는거야!]</div> <div><br></div> <div>나는 마음 속으로 절규했습니다.</div> <div><br></div> <div>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식은땀이 흘렀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남자는 그런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계산을 마치고 차에 올라타 주유소를 떠났습니다.</div> <div><br></div> <div>남자가 주유소를 떠난 후에도, 나는 여자의 기분 나쁜 미소가 계속 생각나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저 사무실 의자에 앉아, 벌벌 떨면서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너무 무서워 차마 CCTV 모니터를 볼 용기도 나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다행히 아침까지 다른 손님은 오지 않았기에, 아무 일 없이 날이 밝았습니다.</div> <div><br></div> <div>그 후 나는 남아있는 일정 내내 병을 핑계로 일을 쉬었고, 여름방학이 끝나자마자 그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었습니다.</div> <div><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line-height:21.6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line-height:21.6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email protected]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투고 받고 있습니다.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티스토리 블로그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a class="tx-link" href="http://vkepitaph.tistory.com/m" target="_blank" style="color:#333333;text-decoration:none;border-bottom-width:1px;border-bottom-style:dashed;border-bottom-color:#840000;">http://vkepitaph.tistory.com/m</a>)</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