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지금에야 큰 디자인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지만, 전문대를 졸업한 후 한동안 나는 학교 취업센터에서 연결해 준 상조회사에서 사진 제작 아르바이트를 했었다.</div> <div><br></div> <div>장례식의 경우 기존에 찍어둔 사진에서 얼굴 부분을 스캔해 정장 차림에 합성해 영정 사진을 만드는 게 기본이었다.</div> <div><br></div> <div>결혼 사진의 경우에는 전체적인 수정 정도만 봤었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거 말고는 사실 사진에 관련된 일보다는 별 상관없는 잡일 투성이였지만.</div> <div><br></div> <div>그러던 어느날, 어느 20대 남자의 장례식 영정 관련 일을 맡게 되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60대쯤 되어 보이는 고인의 부모님이, 기묘한 의뢰를 해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세상을 떠난 아들의 결혼 사진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미혼인채 병으로 죽은 아들이 너무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다며, 어떻게 만들어서라도 결혼식 사진을 남겨두고 싶다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뭐, 할 수 있는지 없는지야 합성할 기본 사진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회사에서 제대로 하청받아 일하는 것도 아니고, 아르바이트생 주제에 확답을 내줄 수도 없다.</div> <div><br></div> <div>결국 나는 그 자리에서는 답을 피하고, 정사원으로 일하던 선배에게 상담했다.</div> <div><br></div> <div>[그건 무카사리일 거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선배는 말했다.</div> <div><br></div> <div>[도호쿠 지방 쪽에서는 결혼 전 죽은 남자한테 마치 결혼식을 올렸던 것처럼 그림을 그려 신사에 바치는 풍습이 있다더라. 그걸 무카사리라고 하고. 없어진 풍속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네.]</div> <div><br></div> <div>[그럼 어떻게 할까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야, 그런 걸 회사 차원에 해줄 수 있겠냐. 뭐, 굳이 네가 개인적으로 도와주겠다면 그건 말릴 수 없겠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하지마라, 그런건.]</div> <div><br></div> <div>선배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일을 맡기로 했다.</div> <div><br></div> <div>너무나도 괴로운 듯한 표정으로 내게 부탁해 왔던 고인의 아버지와, 장례식 내내 울고 있던 고인의 어머니가 마음에 밟혔기 때문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고인의 부모님과 대화해보니, 죽은 남자는 성인식 때 찍은 몬츠키하카마 차림의 사진이 있다고 했다.</div> <div><br></div> <div>마침 잘됐다는 생각에 그 사진을 가져다 쓰기로 했다.</div> <div><br></div> <div>다만 남자 양옆에 서 있던 부모님은 새로 사진을 찍어 합성하기로 하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금박 병풍을 친 가운데 신랑신부가 서 있고, 그 양옆에 부모님이 서 있는 구도의 사진을 만들 요량이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문제는 신부였다.</div> <div><br></div> <div>나는 대충 인터넷에서 혼례 복장을 차려입은 몸 사진을 구한 후, 조금 귀찮아도 얼굴은 각 부위별로 하나씩 콜라쥬해 이 세상에 없는 여자를 창조해 낼 생각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고인의 부모님은 부디 이 사진을 써달라며 품에서 사진을 꺼내 내밀었다.</div> <div><br></div> <div>신부 얼굴은 꼭 이 사람 얼굴로 해달라며,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내게 애원했다.</div> <div><br></div> <div>그걸 스캔해서 합성하는 건 일도 아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나 그 때 문득, 선배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div> <div><br></div> <div>[무카사리는 말이야, 주변 사람들은 실제 사람으로 그려넣어도 괜찮지만 신랑신부는 살아 있는 사람을 그리면 안 된대. 또, 살아있는 사람 이름을 넣어도 안 되고. 그렇게 했다가는 죽은 사람이 저승에서 데리러 온다나 뭐라나.]</div> <div><br></div> <div>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였지만, 정작 내가 작업하려다 보니 그 이야기가 무척 현실성 있게 다가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저... 살아있는 사람의 사진을 쓰는 건 안 되는 일 아닙니까?]</div> <div><br></div> <div>나는 조심스레 물었다.</div> <div><br></div> <div>그러나 고인의 부모님은 완고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사진 속의 여자는 이미 죽었어요. 그리고 우리 아들과 약혼 관계였던 아이입니다. 그 아이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우리 아들은 병을 얻어서 죽은 거에요.]</div> <div><br></div> <div>둘 다 고인이니 이미 저세상에서 함께 지내고 있을 터라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이 사진은 그저 증명으로서 남기고 싶은 것이라는 설득에, 나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그 여자의 사진을 받아들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사례금으로 10만엔을 받았다.</div> <div><br></div> <div>사진은 곧 완성되었고, 마지막으로 아들과 약혼녀의 성을 같게 해서 써 넣었다.</div> <div><br></div> <div>신사에 에마로 걸기 좋게 패널 액자에 넣어 건네주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내가 만든 것이었지만 썩 잘 만든 작품이었다.</div> <div><br></div> <div>고인의 부모님은 기쁜 듯 연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div> <div><br></div> <div>[이걸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가겠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선배가 말했던대로 도호쿠 지방이었다.</div> <div><br></div> <div>나는 조금 섬뜩했지만,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그들을 보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2주일 가량 지났을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지역신문에 사고 기사가 났다.</div> <div><br></div> <div>병원 앞에서 구급차에 치여 즉사했다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문제는... 그 구급차에, 내가 영정 사진을 맡았던 죽은 남자의 시신이 실려 반송되던 도중이었다는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신문에 피해자 여성의 사진은 실리지 않았다.</div> <div><br></div> <div>다만, 그녀의 이름은 내가 사진에 적어넣은 이름과 같은 것이었다.</div> <div><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line-height:21.6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email protected]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투고 받고 있습니다.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티스토리 블로그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a class="tx-link" href="http://vkepitaph.tistory.com/m" target="_blank" style="color:#333333;text-decoration:none;border-bottom-width:1px;border-bottom-style:dashed;border-bottom-color:#840000;">http://vkepitaph.tistory.com/m</a>)</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