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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4254
    작성자 : VKRKO
    추천 : 18
    조회수 : 4612
    IP : 110.8.***.183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5/10/31 22:53:47
    http://todayhumor.com/?panic_84254 모바일
    [번역괴담][2ch괴담]피규어의 저주
    <div>여러분 중 '씹덕후'라고 불릴만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div> <div><br></div> <div>야한 피규어나 구체관절인형 같은 데까지 손을 뻗치는 녀석들 말이지. </div> <div><br></div> <div>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 이야기를 머리 한구석에라도 넣어뒀으면 한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평소 너희가 수집하고 있는 것들이,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div> <div><br></div> <div>나는 진성 씹덕후다. </div> <div><br></div> <div>겉으로는 미소녀 티셔츠를 입거나 하는 건 자제하고, 최소한 일반인처럼 보이려고 하지만, 집 안은 취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평범한 사람들이 보면 마굴이라고 부를 수준이다. </div> <div><br></div> <div>하지만 아무리 나라고 해도 회사 동료나 평범한 친구는 몇 있다. </div> <div><br></div> <div>그래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집에 들어오는 순간 혐오감을 느끼지 않게 대비를 해 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물론 오타쿠라는 흔적을 완전히 없애는 건 당연히 무리다. </div> <div><br></div> <div>그래서 대충 소년 만화 캐릭터의 피규어나, 로봇 피규어, 프라모델 같은 것만 겉에 내놓는다. </div> <div><br></div> <div>남자 동료들은 종종 [이야, 이거 오랜만이네.] 라며 괜찮은 반응을 보이고, 여자들도 [대단하네...] 라며 그저 쓴웃음 한 번 짓고 넘어가는 정도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아무도 모르고 있는 비밀이 있다. </div> <div><br></div> <div>너희들이 보고 있는 시답지 않은 것들 뒤에는, 사실 전라에 온갖 야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미소녀 피규어들이 숨겨져 있다는 걸 말이지. </div> <div><br></div> <div>아마 아무도 상상치 못할 것이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옛날 만화에 나오는 비밀 기지에서 영감을 받아, 회전식 수납장을 만든 것을 말이다. </div> <div><br></div> <div>앞뒤로 수납장이 달려 있는 전용 회전 아크릴 케이스를 만들어, 약간 손을 쓰는 것만으로 회전이 가능한 녀석이다. </div> <div><br></div> <div>그 뒤쪽에 온갖 피규어들을 쟁여 놓은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른 가구와 밸런스도 맞춰야 하고, 회전한다는 사실이 쉽게 들키면 안 되기에 이리저리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div> <div><br></div> <div>뭐, 그렇게까지 열심히 해 가면서 레어한 피규어나 스태츄 같은 걸 모아가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하지만 슬슬 지금까지 모아 놓은 것들도 질리기 시작하고, 마땅히 마음에 드는 피규어도 눈에 보이지 않아 열정이 사그라들고 있을 무렵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때 무심코 보고 말았던 게, 구체관절인형이었다. </div> <div><br></div> <div>30cm 정도 되는 크기인데도, 피규어와는 다르게 섬세하면서도 인형 특유의 느낌에, 사랑스러운 아이 같아서 완전히 빠져들고 말았다. </div> <div><br></div> <div>이미 피규어보다 훨씬 비싼 스태츄 쪽에도 손을 뻗고 있을 무렵이었으니, 가격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바로 질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참고로 이름은 유우짱이다.</div> <div><br></div> <div>피규어와는 달리 직접 옷이나 상황을 설정하는 재미가 있었다. </div> <div><br></div> <div>마치 유복한 집 아가씨처럼, 옷이나 잠옷을 갈아입히고, 침대라던가 신변 물품도 잔뜩 사서 갖춰두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후에도 한눈에 들어온 아이를 "맞아오곤" 했다. </div> <div><br></div> <div>유명한 캐릭터의 외모를 기반으로 한 시즈짱이라는 아이였다. </div> <div><br></div> <div>가게에서도 실제로 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판매했기에, 마치 인신매매를 하는 느낌까지 들어 짜릿짜릿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열정과 생각을 담아 대하는 것에 더해, 인간과 무척 닮은 존재라는 성질까지 더해지다 보니, 그 아이들의 표정은 왠지 내 감정과 동화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div> <div><br></div> <div>점차 기분 나쁜 일이 있거나 즐거운 일이 있으면, 인형도 나와 함께 울고 웃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div> <div><br></div> <div>그 사이, 솔직히 나는 '아, 저 인형들이 정말로 살아 움직여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종종 인형에 얽힌 괴담 같은 걸 듣곤 하지만, 피규어나 구체관절인형 오타쿠인 입장에선 반가운 이야기였으니까. </div> <div><br></div> <div>외려 내 생각과 염원을 먹고, 진짜로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div> <div><br></div> <div>그런 생각을 가지고, 나는 계속 새로운 취미에 빠져들어 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2년 정도가 지날 무렵. 나는 어쩐지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div> <div><br></div> <div>종종 유우짱의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곤 했는데, 아무리 봐도 분명히 유우짱의 얼굴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div> <div><br></div> <div>그것도 같은 종류의 다른 인형들과는 달리, 유우짱만.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전부터 생각하던 망상과는 달리, 진짜로 싱글벙글 웃는 것 같은 사진이 몇 장인가 찍힌 것이다. </div> <div><br></div> <div>왠지 기분이 나빠져서 실제 인형을 곰곰이 뜯어봤지만, 인형은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사진에서는 생글생글 웃고 있는 것이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빛 조절을 잘못 했나 보다 싶어 그 사진은 지우고, 다시 찍었다. </div> <div><br></div> <div>너무나도 확실히 찍힌 사진에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저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div> <div><br></div> <div>그러나 진짜 이상한 일은 그로부터 2주 정도 지난 어느 밤에 벌어졌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일을 마치고 지쳐서 집에 돌아온 후, 불을 켜고 수납장을 회전시켜 피규어와 인형들이 있는 쪽을 꺼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그랬더니 인형들이 전부 내 쪽을 향해 서 있었다. </div> <div><br></div> <div>평소 만에 하나 하는 생각에 언제나 인형들은 수납장 쪽을 바라보게 두어서, 회전시켜도 등 쪽이 보이게 해 놨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런데 그것들이 전부 얼굴을 내놓고 나를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div> <div><br></div> <div>인형은 사람을 일정한 크기로 줄여놓은 모양이다. </div> <div><br></div> <div>설령 회전 때문에 넘어지거나 자세가 흐트러지는 정도면 몰라도, 아예 한 바퀴 회전해서 서 있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무슨 지진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div> <div><br></div> <div>나는 조금 오싹했지만, 뭔가 착오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조심스레 전부 방향을 돌려놓았다.</div> <div><br></div> <div>그런 일이 두 번 정도 반복되자, 왠지 기분이 나빠졌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결국, 나는 유우짱과 다른 구체관절인형들에게서 관심이 식었다. </div> <div><br></div> <div>마침 그 무렵 한정판 피규어나 복각판 염가 피규어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와 그쪽으로 흥미가 이어진 것도 있었다. </div> <div><br></div> <div>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왠지 모르게 인형을 바라보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강했기에, 아예 수납장에서 인형을 꺼내지 않는 날이 늘어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결국, 그대로 한 달 정도, 인형을 방치해두고 있을 무렵이었다.</div> <div><br></div> <div>이전의 기분 나쁜 일도 슬슬 잊혀져 갈 무렵의 어느 일요일 아침... </div> <div><br></div> <div>잠에서 깼더니, 피규어들을 진열해 두는 아크릴 선반이 눈에 보였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평소에는 언제나 로봇 피규어와 소년 만화 피규어가 전면에 나와 있을 터였다. </div> <div><br></div> <div>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잠에서 막 깬 터라 사고가 잘 이루어지질 않았다. </div> <div><br></div> <div>그래서 우선 선반을 평소처럼 돌려놓으려고 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런데 회전축이 되는 부분이 녹아내려 굳어서, 당최 움직이질 않았다. </div> <div><br></div> <div>아무리 힘을 줘도 회전이 되질 않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당시가 여름이었다고는 하지만, 방 안 온도가 아크릴이 녹아내릴 정도로 올랐다면 분명 나도 죽었을 것이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게다가 그런 현상을 보이는 것은 회전축 접합부뿐이었다. </div> <div><br></div> <div>하지만 의외로 그 당시엔그리 겁에 질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div> <div><br></div> <div>그저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뒤로 돌아간 로봇 피규어는 어떻게 꺼내야 하는지 같은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당황하면서도, 일단은 꺼내져 있는 피규어와 인형들의 상태에 이상이 없는지 체크를 하고 잠에 들었다.</div> <div><br></div> <div>눈을 뜨자 그곳은 새까만 어둠 속이었다. </div> <div><br></div> <div>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해 우선 소리를 질렀지만, 좁은 공간인지 그 안에서만 소리가 울릴 뿐 아무런 응답이 없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무척 불편한 곳이라, 나는 곧 가슴이 답답해져 토할 것만 같았다.</div> <div><br></div> <div>[야, 야! 이게 뭐야! 누구 없어!]</div> <div><br></div> <div>주변을 마구 때려봤지만, 손만 아플 뿐 달라지는 것은 없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마치 어느 영화에 나왔던, 산 채로 관에 갇혀 묻혀버린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 </div> <div><br></div> <div>어떻게 해야 할까...</div> <div><br></div> <div>그대로 며칠이고 갇혀 있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가지도 못하고 목이 말라 죽을 것만 같았다. </div> <div><br></div> <div>목소리도 슬슬 맛이 가기 시작하고, 어떻게든 물이 마시고 싶었다. </div> <div><br></div> <div>주변 온도는 딱히 더운 것도, 추운 것도 아니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외려 그 애매함이 사람을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 </div> <div><br></div> <div>빛도 들어오지 않는 좁은 공간... </div> <div><br></div> <div>누가 날 여기서 꺼내 줘! 살려줘! 살려달라고! 그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미쳐버리기 직전, 갑자기 주변이 빛으로 가득 찼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안녕, A짱. 오늘도 귀엽네요.]</div> <div><br></div> <div>유리로 된 4개의 눈이,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div> <div><br></div> <div>나는 그대로 기절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시 깨어났을 때는 평소처럼 침대 위였다. </div> <div><br></div> <div>악몽을 꿨구나 싶어 한숨 돌리려는데, 내 옆에 유우짱이 앉아 있었다. </div> <div><br></div> <div>나는 온몸에 소름이 끼쳐 [으아아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유우짱을 발로 차 버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온 힘을 다해 차버린 탓에, 유리로 된 왼쪽 눈에는 금이 갔고, 예쁜 얼굴도 한쪽이 움푹 패이고 말았다. </div> <div><br></div> <div>나는 노이로제에 걸린 것일지도 모른다. </div> <div><br></div> <div>하지만 이제 더 이상 뭐가 옳고 그른지는 상관 없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저 이딴 걸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div> <div><br></div> <div>토막을 내 버리는 건 무서웠기에, 태워버리기로 했다. </div> <div><br></div> <div>유우짱을 위해 샀던 옷이나 소품도 전부.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불 속에 내던져져서 서서히 타들어가는 사이, 어째서인지 계속해서 입에서는 불경이 흘러나왔다. </div> <div><br></div> <div>그걸로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세상일은 그리 쉽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div> <div><br></div> <div>혹시 무슨 불제 같은 걸 안 받았던 게 문제였는지도 모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여전히 악몽은 이어지고, 아침에 일어나면 인형의 위치가 어딘지 모르게 조금씩 변해 있다. </div> <div><br></div> <div>실제로 뭔가 나쁜 일을 겪었느냐고 하면 그건 아니었지만, 나는 조금씩 정신적으로 코너에 몰리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그런데도 오타쿠 기질은 사라지지 않는 것인지, 피규어나 인형을 처분하겠다는 생각은커녕 오히려 방에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만화처럼 어디 영능력자를 쓱 찾아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절에 찾아가 봐도 이상한 소리를 하는 놈으로 몰려 대충 설교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div> <div><br></div> <div>하지만 계속해서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점차 나는 회사에도 나갈 기운이 없어 며칠이고 계속 일을 쉬게 되었다. </div> <div><br></div> <div>그러자 나를 걱정한 것인지, 동료에게서 전화가 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야, A냐? 너 요즘 어떻게 지내는 거야? 괜찮은 거야? 너희 부서 C과장님도 병문안이라도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데?]</div> <div><br></div> <div>[어, B냐... 과장님이 오신다고...? 그건 좀 그런데... 그냥 몸 상태가 계속 안 좋은 것뿐이야...]</div> <div><br></div> <div>[야, 그럼 병원에 가야지! 갔다 왔어?]</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내과랑 정신과에 가 봤지만, 원인 불명이라는 대답뿐이더라.]</div> <div><br></div> <div>[잠깐만, 정신과라고? 그쪽 문제인 거야? 처음 듣는 소리잖아! 야, 말 좀 해 봐.]</div> <div><br></div> <div>[아, 미안. 요새 왠지 뭘 해도 의욕이 안 생겨서.]</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럼 진짜 우울증 같은 거 아니야? 다른 병원도 가서 추가 소견을 듣는 게 좋지 않을까?]</div> <div><br></div> <div>[...그런데 말이지, 좀 갑작스러운 이야기지만 너 혹시 오컬트 같은 거 믿냐?]</div> <div><br></div> <div>[응? 갑자기 무슨 소리냐, 그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게 말이지, 뭐랄까... 저주 같은 걸 받는 거 같아, 나.]</div> <div><br></div> <div>[응? 저주라니 무슨 소리야? 진짜로?]</div> <div><br></div> <div>[진짜로.]</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으하하하, 잠깐만... 뭐야 그게, 하하하하...]</div> <div><br></div> <div>[아니, 진짜라니까. 웃을 일이 아니라 진짜로.]</div> <div><br></div> <div>[...뭐? 정말이야? 장난치는 게 아니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응. 그러니까 혹시 너 아는 사람 없어? 영능력자 같은 거. 점쟁이라던가.]</div> <div><br></div> <div>[뭐...? 당연히 모르지. 아니, 그것보다 너 진짜 어떻게 된 거 아니야?]</div> <div><br></div> <div>[어쩔 수 없잖아. 내 노이로제인지도 모르지만, 진짜로 저주받는 걸 수도 있잖아.]</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저주라니, 나 참... 음, 일단은 심각한 거 같으니까 어이가 없긴 해도 주변에 좀 알아볼게. 그런거 좋아하는 놈은 몇 있으니까 혹시 도움이 될 만한 놈이 있을지도 모르지.]</div> <div><br></div> <div>[응, 고마워. 진짜로 부탁 좀 할게.]</div> <div><br></div> <div>[그래. 뭔지는 모르겠지만 힘내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동료의 목소리를 들은 덕인지, 왠지 기운이 좀 나는 듯했다. </div> <div><br></div> <div>다른 사람에게 걱정을 털어놓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div> <div><br></div> <div>그러고 보니 나는 왜 다른 사람에게 상담조차 않고 혼자 앓고 있던 것일까.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런걸 능동적으로 할 기력조차 없었던 것인가.</div> <div><br></div> <div>문득 곁을 보니, 내 옆에는 어느샌가 시즈짱이 놓여 있었다. </div> <div><br></div> <div>그저 곁에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니, 곁에 와 있다는 것이 이미 무언가를 말하는 것일까. </div> <div><br></div> <div>나에게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div> <div><br></div> <div>B의 연락은 의외로 빨리 왔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바로 다음날 전화가 온 것이다. </div> <div><br></div> <div>그런 쪽에 자세하게 아는 사람이 있어서 상담을 했더니,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div> <div><br></div> <div>그 순간 B의 목소리가 마치 천사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처음으로 희망의 빛 같은 것을 본 느낌이었다. </div> <div><br></div> <div>D라고 하는 타 부서 사람으로, 이전까지 말 한 번 섞은 적 없는 사람이었지만, 일단 이야기를 해 보기로 했다. </div> <div><br></div> <div>집은 다른 사람이 들어올 만한 상태가 아니었기에,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반가워요, D입니다.]</div> <div><br></div> <div>[아, 네... A라고 합니다.]</div> <div><br></div> <div>왠지 좀 양아치 같은 느낌이 드는 가벼운 녀석이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정말 괜찮으려나...</div> <div><br></div> <div>[A씨, 무슨 저주 같은 걸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야? 영능력자한테 소개해 주려면 좀 자세하게 알아야 해서 그러니까 이야기 좀 해 줄래?]</div> <div><br></div> <div>[네... 다만 내 정신적인 문제일 수도 있어서, 그 부분도 감안해서 누군가에게 좀 조언을 듣고 싶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정신적인 문제라면, 무슨 악몽을 꾸거나 환각 같은 걸 보는 건가?]</div> <div><br></div> <div>[환각이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는데... 그게, 실제로 물건의 위치가 바뀌기도 하고 선반이 녹아내리기까지 했거든요.]</div> <div><br></div> <div>[그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본인이 한 건 아니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CCTV 같은 게 있는 건 아니라 확실히는... 일단 병원에선 몽유병 같은 건 없다고 들었습니다.]</div> <div><br></div> <div>[흐음, 그렇구나. 그래서, 구체적으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데?]</div> <div><br></div> <div>결국, 나는 크게 마음을 먹고 인형에 관한 것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회사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해 달라는 조건으로, 내 방 모습도 보여줬다. </div> <div><br></div> <div>꽤 꼴사납게 보고 있다는 건 느꼈지만, 일단 인형의 불제라던가, 심령 쪽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소개시켜주겠다는 말을 듣고 그를 돌려보냈다. </div> <div><br></div> <div>처음으로 뭔가 진전한 느낌이 들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여기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다행이라고 느낄 정도였다.</div> <div><br></div> <div>다음날, 마음이 편해진 덕인지 기력이 좀 돌아와, 오후부터 출근하기로 했다. </div> <div><br></div> <div>회사에 가자마자 C과장님께 인사를 하러 갔는데, 왠지 분위기가 이상하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며칠을 내리 쉬었으니 화가 나셨나 싶었지만, 주변을 보니 왠지 다들 나를 보며 웃음을 참고 있다. </div> <div><br></div> <div>당황해 있자 B가 다가와서는, [야,잠깐만...] 이라며 나를 급탕실로 끌고 갔다.</div> <div><br></div> <div>[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너... 말이지, D씨랑 이야기했었지, 어제? 그 후에 다시 이야기한 적 있었어? 나한텐 뭔 이야기를 했는지 말을 안 해 줘.]</div> <div><br></div> <div>[무슨 이야기라니... 심령 쪽으로 좀 상담을 했을 뿐인데.]</div> <div><br></div> <div>[그게 아니라니까! 왠지 너에 대해 이상한 소문을 아침부터 잔뜩 퍼트리면서, 널 놀려먹고 있어. 그 사람한테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뭐...? 소문이라니, 무슨 이야기를?]</div> <div><br></div> <div>[그게, 야한 피규어랑 인형한테 둘러싸여 살고 있는 씹덕후라고... 환각을 봐서 인형이 진짜 살아있다고 믿는다느니 그러더라고.]</div> <div><br></div> <div>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눈앞이 깜깜해진다는 게 단지 관용구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div> <div><br></div> <div>[자... 잠깐만... 뭐야, 그게!]</div> <div><br></div> <div>[아, 아니... 나는 그거 말고는 못 들었지만, 아침부터 계속 그러고 있어. 저주 관련해서 이야기 한 거 아니었어?]</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했었어! 그 일 때문에 상담했던 거잖아!]</div> <div><br></div> <div>[하지만 그 사람,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씹덕후라고 마구 폭로하고 다니는 것 같아서... 우리 과에도 이야기 다 넘어왔어.]</div> <div><br></div> <div>[도대체 왜! 나는 그런 걸 부탁한 게 아니었잖아!]</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저주라는 게, 인형이 살아있다던가 하는 거였어? 그 사람 하는 말 다 맞아?]</div> <div><br></div> <div>[나도 몰라! 멋대로 아크릴 케이스가 녹거나, 물건의 위치가 분명히 바뀌어 있는 게 다 환각이라고?!]</div> <div><br></div> <div>[아니, 그건 나도 알 수 없지만... 그 사람이 네 말을 안 믿어 준거야? 뭐, 일단 본인한테 확실히 따져 물어봐야겠다. 너는... 어디 좀 숨어있어.]</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싫어, 나도 갈래. 비웃음당할지 몰라도 갈 거야.]</div> <div><br></div> <div>어째서 나는 그렇게 경솔히, 지금까지 숨겨왔던 취미를 타인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것일까. </div> <div><br></div> <div>들킨 상대가 적어도 친한 사람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당시 D와 나눴던 대화는 다시 생각해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부끄럽고, 한심해서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 </div> <div><br></div> <div>결과적으로 D는 내가 했던 말을 전혀 믿어주지 않았었다. </div> <div><br></div> <div>원래 D라는 인간 자체가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뿐이라, 단순히 그쪽 취미가 있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애초에 인간은 거의 양아치 수준이었다. </div> <div><br></div> <div>그런 같잖은 녀석에게, 나는 처음 만나자마자 술술 내 치부를 까발렸던 것이다.</div> <div><br></div> <div>그 이후로 아무 일 없이 갑자기 구토가 나오기 시작해, 나는 아예 회사에 발을 끊게 되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저 D가 밉고, 또 미웠다. </div> <div><br></div> <div>그 생각만을 반복하는 하루하루였다. </div> <div><br></div> <div>변함없이 시즈짱은 마음대로 나와 있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나중 가면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div> <div><br></div> <div>그 이상으로 D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강했다.</div> <div><br></div> <div>[증오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좋을 텐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옛날 그런 장면이 나왔던 만화가 있었다. </div> <div><br></div> <div>설마 나 자신이 그런 걸 진지하게 생각하게 될 줄이야. </div> <div><br></div> <div>이제는 인형의 악몽이 아니라, D가 나를 비웃는 악몽만 꾸게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회사에도 가지 않고, 상사에게 전화가 와도 대충 받아넘기기 일쑤였다. </div> <div><br></div> <div>사회인으로서 완전히 무언가를 결여 당한 나는, 일 따윈 이미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div> <div><br></div> <div>인형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인다 해도, 왠지 미소가 지어질 뿐이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적어도 내 눈앞에서 움직이고, 나를 위로해 준다면 좋을 텐데. </div> <div><br></div> <div>기분 탓인지, 시즈짱이 미소 지은 것만 같았다.</div> <div><br></div> <div>그로부터 이틀 후 밤, 갑자기 B에게 전화가 왔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두서없는 잡담을 10분 정도 늘어놓은 후, B는 이렇게 말했다.</div> <div><br></div> <div>[어젯밤에 말이야... D 자식이 죽었어.]</div> <div><br></div> <div>[뭐? 어떻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왜 그걸 나에게 일부러 말하려고 전화까지 건 걸까. </div> <div><br></div> <div>아니, 애초에 그 자식은 왜 죽은 걸까.</div> <div><br></div> <div>[아니... 여러 일이 있었으니까. 거기에 너한테 D를 소개해 줬던 것도 나였고. 그리고 그 녀석 죽었을 때에 관한 이야기를 아까 전에 들었거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무슨 소리야?]</div> <div><br></div> <div>[D 말이지, 교통사고였어. 운전을 잘못해서 벽을 들이받고 즉사했대.]</div> <div><br></div> <div>[...아, 그래.]</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런데 그 사고 차 핸들에, 사람 머리카락이 아니라 무슨 인형 머리카락 같은 게 잔뜩 휘감겨 있었다는거야. 게다가 어쩐지 인형이 탄 것 같은 잔해도 나왔다더라.]</div> <div><br></div> <div>[뭐라고...?]</div> <div><br></div> <div>[뭐, 교통사고야 자주 있는 일이지만... 왠지 네 이야기가 계속 신경 쓰이더라고. 이런 일이 계속 터지니까 요즘 회사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왜?]</div> <div><br></div> <div>[아무도 입 밖으로는 내지 않지만... 왠지 저주라던가 그런 걸 생각하나 봐. 나도 문득 그런 생각을 했었으니까.]</div> <div><br></div> <div>[내가 무슨 짓을 했다는 거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타이밍이 안 좋아서 다들 기분 나빠 한다고. 그런 상황이라는 건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div> <div><br></div> <div>[...알았어. 하지만 정말로 그건 내가 한 게 아니야. 무슨 우연이라도 겹친 거라고.]</div> <div><br></div> <div>[응, 그렇겠지... 그런데 너, 이제 어떻게 할 거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 회사에는 더 못 있겠지. 나도 회사에 남고 싶은 생각도 없어. 그만둘 거야.]</div> <div><br></div> <div>[...그러냐. 왠지 나 때문인 것 같잖아... 진짜 미안하다.]</div> <div><br></div> <div>[아니, 원인은 나한테 있어. 원인이 뭐였던 간에 이제 이 이야기는 그만하고 싶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대로 일주일간 회사를 결근하다가, 나는 상사를 찾아가 퇴사를 신청했다. </div> <div><br></div> <div>그리고 나는 지금 백수로 살고 있다. </div> <div><br></div> <div>이상하게도 그때부터 인형이 나오는 악몽이나 괴현상들은 대개 사라졌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여전히 일하고 싶은 의욕은 생기지 않는다.</div> <div><br></div> <div>결국, 유우짱은 어떻게 된 것일까?</div> <div><br></div> <div>모든 게 나의 환각이었던 것일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만 아직도 가끔씩, 아주 가끔... </div> <div><br></div> <div>시즈짱의 얼굴을 보노라면 눈이 끔뻑끔뻑 움직이거나, 생글생글 웃고 있는 것 같이 보일 때가 있다. </div> <div><br></div> <div>그것만큼은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이다.</div> <div><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line-height:21.6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email protected]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투고 받고 있습니다.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티스토리 블로그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a class="tx-link" href="http://vkepitaph.tistory.com/m" target="_blank" style="color:#333333;text-decoration:none;border-bottom-width:1px;border-bottom-style:dashed;border-bottom-color:#840000;">http://vkepitaph.tistory.com/m</a>)</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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