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참새한테 먹이를 주면 안 돼요.]</div> <div><br></div> <div>그 말을 연하의 선배에게 들은 건, 직장에서 일하고 두 달 가량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당시 요양원에 취직한지 얼마 안 됐던 내게, 선배로서 도와주고 있던 치카짱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치카짱은 나이 많은 후배를 대하기 어려울텐데도, 내게 친절히 일을 알려주던 상냥한 아이였습니다.</div> <div><br></div> <div>마침 그녀와 나는 동물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금새 사이가 좋아졌고,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도 나쁘지 않을 관계가 구축되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언제나 생글생글 웃던 그녀가, 진지한 얼굴로 저런 말을 꺼냈던 것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 무렵이 되면 참새는 막 날갯짓을 시작한 새끼를 데리고 먹이를 찾아 분주히 날아다닙니다.</div> <div><br></div> <div>내가 일하는 곳은 논 한가운데 있는 시골동네라, 참새 가족을 자주 보곤 했습니다.</div> <div><br></div> <div>바쁜 일상 가운데도, 귀여운 참새들을 보며 잠깐씩 마음의 안식을 얻곤 했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치카짱도 마찬가지인지, 종종 [귀엽네요.] 라며 같이 웃곤 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렇지만 먹이는 주면 안 되요?]</div> <div><br></div> <div>언제나 웃기만 하던 것과는 달리,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치카짱의 모습에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금새 아, 새똥 때문에 더러워지니까 그런건가, 하고 납득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러나 이어진 치카짱의 말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잡혀버리니까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응...? 잡혀버린다니 무슨 소리야? 혹시 누가 잡아서 닭꼬치라도 만든다던가?]</div> <div><br></div> <div>[아뇨, 그런게 아니라요.]</div> <div><br></div> <div>모이를 줘서 참새들이 모이면, 누가 와서 잡아갈까 걱정하는 건가 싶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치카짱은 웃으면서도 사뭇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말해주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전에 같이 일하던 치카짱의 선배가 계기였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그 사람은 나나 치카짱처럼 상당히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선배가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바람에 싸 온 도시락에서 밥을 조금씩 남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div> <div><br></div> <div>버리는 것도 아까우니, 그걸 물에 풀어 참새들에게 모이로 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처음에는 경계해 잘 다가오지 않던 참새들도, 서서히 먹이가 놓여져 있는 것에 익숙해져 날이 갈수록 다가오는 참새도 늘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요양원 사람들도 참새의 귀여운 모습에 다가와 바라보곤 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책임자 분들도 개나 고양이처럼 털이 날리는 것도 아니고 딱히 손이 가는 것도 아니라 묵인해줬다고 하구요.</div> <div><br></div> <div>하지만 먹이를 주기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날 무렵, 선배는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모처럼 외부행사가 있어 요양원 사람들과 직원들이 모두 요양원을 비웠을 때였습니다.</div> <div><br></div> <div>남은 직원들끼리 평상시 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청소하기로 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선배는 시설 뒤편의 자갈 깔린 직원용 주차장을 청소하게 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자갈 사이로 무성한 잡초를 뽑고, 여기저기 버려진 담배꽁초를 찾아 투덜대며 줍고 있던 터에, 그걸 발견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마치 마른 풀처럼 보이던 그걸 손에 들어보니, 말라붙은 새의 시체였습니다.</div> <div><br></div> <div>다 큰 새였는지, 아직 새끼였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마 참새의 시체일 것이라 생각한 선배는, 주차장 옆 화단에 고이 묻어주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선배는 참새의 죽음에 슬퍼하면서도, 모이를 먹으러 참새가 잔뜩 모이다보니 들고양이가 잡아죽인 것이리라 생각하고 넘겼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그로부터 며칠 후, 다른 직원이 청소하다 또 참새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똑같이 말라붙은 상태로, 이번에는 두마리를.</div> <div><br></div> <div>선배가 처음 참새 시체를 발견한 후, 고작해서 사나흘 지난 후였습니다.</div> <div><br></div> <div>아무리 고양이가 참새를 죽였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말라붙기에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게다가 장마철이라 습한 날씨였기에, 그렇게 쉽게 시체가 마를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렇지만 들고양이가 습격한 것말고 다른 이유를 찾을 수도 없었기에, 일단 참새에게 모이를 주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자신이 모이를 주는 바람에 참새가 죽었다는 생각에, 선배는 무척 낙담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런데 참새에게 모이 주기를 멈추고 한 달 정도 지날 무렵부터, 선배에게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열심히 일하던 도중, 문득 시야 한구석에 무언가 검은게 비치는 것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뭔가 지나간 건가 싶어 그 그림자를 쫓아봐도,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무렵 함께 일하던 치카짱도 업무 중 갑자기 주변을 돌아보거나 고개를 갸웃거리던 선배의 모습을 종종 보곤 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그것말고는 딱히 아무 일도 없고, 다른 직원이나 요양원 사람들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선배도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고, 그러는 사이 그것도 익숙해져 왔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일을 마치고, 셔터를 닫고 있을 때였습니다.</div> <div><br></div> <div>유리창에는 모두 셔터가 달려있어, 여러 사람이서 퇴근 전에 그걸 닫고 갑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선배가 셔터를 내린 순간...</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쾅쾅쾅쾅!</div> <div><br></div> <div>쾅쾅쾅쾅!</div> <div><br></div> <div>확실히 누군가가 밖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시설 안에 울려퍼졌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가까이 있던 남자 직원이 곧바로 다가와, 못된 장난이라 생각했는지 옆에 있는 창을 열고 셔터 너머를 보았습니다.</div> <div><br></div> <div>그 순간 소리는 멎고, 창 밖으로 몸을 내밀었던 직원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들어왔습니다.</div> <div><br></div> <div>[아무도 없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바로 금방 전까지만 해도 누가 두들기고 있던 셔터였습니다.</div> <div><br></div> <div>누가 장난치고 도망가는 거라면, 적어도 뒷모습은 볼 수 있었을 터입니다.</div> <div><br></div> <div>다들 그 사실에 소름이 끼쳤지만, 차마 누구도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한순간 시설은 적막해지고, 뭐라 말할 수 없는 분위기만이 감돌았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우리 요양원은 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거라, 위치도 병원 근처입니다.</div> <div><br></div> <div>그렇기에 요양원에 계시다가 임종은 병원에서 맞는 분도 많아, 다들 조금씩 두려워하고 있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후에도 사무실에 있는 신상이 넘어지거나,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소리가 들리는 등 이상한 체험이 연이어 나타났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가장 큰일을 겪은 것은 역시 그 선배였습니다.</div> <div><br></div> <div>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두 달이 채 안되어, 여름 더위가 한창일 무렵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직원들은 일을 마치고 요양원 내부 청소와 다음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일은 끝났지만 여름이라 워낙에 더워 다들 집에 갈 때까지는 에어콘을 틀어둡니다.</div> <div><br></div> <div>그래서 창문은 죄다 닫혀있고 실내는 꽤 시원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런데 선배는 어째서인지 습기찬 공기를 느끼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왜 그런거지?</div> <div><br></div> <div>어디 창문이라도 열린건가 싶은 생각에, 청소를 대충 마치고 주변을 쓱 돌아봤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또 검은 그림자가 시야를 지나갑니다.</div> <div><br></div> <div>놀라 그 쪽으로 눈을 돌리자, 창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처음으로 그 그림자의 정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사무실 쪽 창문, 그 너머에 참새를 찾아낸 직원용 주차장이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검은 그림자는 창문 아래로 살짝 보이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걸 응시하며 서서히 다가선 선배는 그게 무엇인지 눈치챘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건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 얼굴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코를 창틀에 꽉 눌러붙인 듯 안을 바라보고 있는 그 얼굴은, 눈부터 위쪽만 보일 뿐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비도 안 내린 한여름인데, 긴 머리카락은 젖은 것처럼 얼굴에 찰싹 붙어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눈은 이상하게 무서워, 선배는 온몸에 소름이 끼침과 동시에 확신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그 참새들의 시체는 분명히 이 녀석이 잡아먹었던 거라고.</div> <div><br></div> <div>어째서인지 그 순간, 선배는 그렇게 느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분명 이 녀석이, 이 녀석이 참새를 먹고 있는거라고.</div> <div><br></div> <div>그 얼굴은 미끈미끈한 피부에 군데군데 초록색이 낀 황토색이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공포에 질려 큰 소리로 선배가 울기 시작하자 곧 다른 직원들이 놀라 뛰쳐왔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선배의 말을 듣고 다른 직원들도 모두 겁에 질려, 그 날은 정리도 하는 둥 마는 둥 다들 도망치듯 퇴근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치카짱도 그 자리에 있었다지만, 그 얼굴은 전혀 보질 못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선배는 그 후 지금까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책임자에게 전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조용히 듣고만 있던 책임자는 곧 뭔가 짐작이 가는 게 있는 듯,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div> <div><br></div> <div>한동안 몇몇 사람이 불려와 방에서 온갖 이야기를 나누는 듯 했지만,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지금도 모른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결국 최종적으로 밝혀진 건, 지금 시설이 세워진 곳은 원래 민가였던 곳을 허물고 지은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그 집에는 우물이 있었다는 것입니다.</div> <div><br></div> <div>나 역시 이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는 모르던 사실이지만, 우물을 메울 때는 제사를 지내거나 정화 의식을 꼭 거쳐야 한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이 시설을 지을 때는 그런 의식 없이 그냥 우물을 메워버렸던 것 같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실은 시설 완성 직후에도 이상한 일이 여럿 있었었기에, 책임자도 선배의 말을 듣고 저으기 당황했던 것입니다.</div> <div><br></div> <div>그리하여 지역 신사의 신주를 불러 도움을 구하게 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일단 그 분이 응급처치 비슷한 걸 해줘서, 일단 지금은 별 문제가 없다는 것 같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신주분의 말로는, 아무래도 그 이상한 얼굴은 모여든 참새를 공양물로 착각했던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래서 갑자기 공양물이 끊기자 선배에게 항의하러 찾아온 것 같다는 말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게다가 선배가 봤던 그 얼굴의 모습으로 미루어보아, 더는 수신이나 용신이 아닌 마귀가 되어버린 것 같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억제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그 존재를 지워버리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는 말도 함께요.</div> <div><br></div> <div>어떻게든 공존해나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2년 정도 그 시설에서 일하고 퇴사했지만, 내가 머물던 2년 동안은 딱히 이상한 일은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마 지금도 별 일 없이 운영되고 있겠지요.</div> <div><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line-height:21.6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line-height:21.6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
[email protected]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투고 받고 있습니다.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티스토리 블로그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a class="tx-link" href="http://vkepitaph.tistory.com/m" target="_blank" style="color:#333333;text-decoration:none;border-bottom-width:1px;border-bottom-style:dashed;border-bottom-color:#840000;">http://vkepitaph.tistory.com/m</a>)</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