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대학교 다닐 때의 이야기다.</div> <div><br></div> <div>나는 자취방 근처에 있는 요리집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었다.</div> <div><br></div> <div>뭐, 원래는 배달원으로 채용된 거였지만, 전화를 받고, 위치 검색을 하고, 포장에 배달까지 요리 빼고 왠만한 건 거의 나 혼자 다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손님 중 대부분은 나처럼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학생들이었기에, 1년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자 건물 이름만 듣고도 위치는 물론이고, 거기 누가 사는지도 대충 알 정도가 되었다.</div> <div><br></div> <div>그 날 역시 평소처럼 배달을 몇 번 뛰고, 슬슬 퇴근 생각이 들 무렵이었다.</div> <div><br></div> <div>전화가 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네, 감사합니다. OO반점입니다.]</div> <div><br></div> <div>[배달 좀 부탁합니다.]</div> <div><br></div> <div>[네, 그러면 성함이랑 주소, 전화번호 좀 말씀해 주시겠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반대편에서는 대답이 없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자기가 사는 곳 주소를 정확히 모르는 사람은, 의외로 꽤 있기 마련이다.</div> <div><br></div> <div>분명 주소를 찾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나는, 별 생각 없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니나 다를까, 잠시 뒤 대답이 들려왔다.</div> <div><br></div> <div>[A입니다. OO쵸 XX번지, 080...]</div> <div><br></div> <div>나는 안심하고 평소처럼 주문을 받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지도 검색 서비스로 찾아보니, 근처 학생용 아파트였다.</div> <div><br></div> <div>음식을 짐받이에 싣고, 5분 정도 달려 시골길로 들어서자 그 아파트가 있었다.</div> <div><br></div> <div>꽤 큰 건물이었기에 멀리서 본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근처까지 간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꽤 낡아보이는 4층짜리 건물이었다.</div> <div><br></div> <div>밖에서 보기만해도 오래된 건물이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으니.</div> <div><br></div> <div>오후 9시를 지난 늦은 시간인데도, 건물에는 어디 불 켜진 집 하나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솔직히 만엔짜리 월세방이라도 이런 곳에서는 살고 싶지 않은 느낌이었다.</div> <div><br></div> <div>그러던 도중, 나는 한심한 실수를 했다는 걸 알아차렸다.</div> <div><br></div> <div>손님의 방 번호를 묻는 걸 깜빡했던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런 실수를 하면 대개 내 휴대폰으로 직접 손님에게 전화를 하지만, 갑자기 모르는 번호에서 걸린 전화를 흔쾌히 받는 사람이 드문 게 문제다.</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한숨을 내쉬며 일단 전화를 걸어봤다.</div> <div><br></div> <div>놀랍도록 빨리 받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여보세...]</div> <div><br></div> <div>[관리인실입니다.]</div> <div><br></div> <div>말도 안 듣고 바로 알려주는 그 모습이 왠지 기분 나빴지만, 우선 감사하다고 말하고 오토바이를 세운 채, 입구로 들어섰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둡다.</div> <div><br></div> <div>먼 길을 달리는 자동차 소리만 들릴 뿐 조용하다.</div> <div><br></div> <div>인기척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미닫이 문이 좌우로 늘어선 복도만이 이어진다.</div> <div><br></div> <div>복도에는 형광등 하나 켜져 있지 않았다.</div> <div><br></div> <div>굳이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켜느니, 최대한 빨리 돌아가고 싶었기에, 나는 그대로 안 쪽으로 나아가 관리인실 문을 노크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철컥하고 문이 열렸다.</div> <div><br></div> <div>방 안의 빛이 복도로 새어나왔다.</div> <div><br></div> <div>전화로 들은 목소리처럼, 추레한 모습의 남자가 [늦은 시간에 미안합니다.] 라며 맞아주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방 안의 불빛과 그 공손한 인사에 안심해서, [어두워서 여기까지 오는데 무서워 죽겠더라구요.] 하고 웃으며 이야기 할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div> <div><br></div> <div>그 후 음식을 건네주고 돈을 받은 후, 나는 돌아왔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문을 닫을 시간까지 점장님과 이야기를 하며 청소를 하고, 하루 매상을 정리하러 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주문 받았던 전표를 대조해 나가며 계산기로 계산을 하는데, 2000엔 넘게 매상이 모자랐다.</div> <div><br></div> <div>10엔 정도 차이는 종종 나기도 하고, 그럴 때면 알아서 내 돈으로 채워 넣기도 했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이 정도로 큰 차이가 난 적은 처음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옆에서 내가 정산하던 걸 보던 점장님도, [어디 짐작 가는 데 없어?] 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지폐 한 장 떨어트리는 일은 분명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치기에는 금액이 어중간하게 빈다.</div> <div><br></div> <div>나는 다시 그 날 배달했던 전표를 들고 액수와 차액을 대조하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곧 해답이 나왔다.</div> <div><br></div> <div>아까 그 아파트에서 배달 갔을 때의 금액만큼의 돈이 빠져 있던 것이다.</div> <div><br></div> <div>아마 배달을 하고 돌아오는 도중에 돈을 잃어버렸나 보다고 말을 하자, 점장님은 더욱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렇게 말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파트 이름 잘못 된 거 아니야? 다시 잘 한 번 봐라.]</div> <div><br></div> <div>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서 다시 지도 검색을 켜서, 그 곳을 찾아 보여드렸다.</div> <div><br></div> <div>그러자 점장님은 안에서 꺼내온 배달 주소 기록부를 넘기며 끙끙 신음소리를 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금액이 펑크난 것에 대해 별다른 혼도 안 나고, 야식을 먹은 뒤 돌아갔다.</div> <div><br></div> <div>평소에는 조금이라도 펑크나면 한참 동안 설교를 하던 점장님이 무슨 바람이 불었나 싶었지만, 그 이유는 며칠 후에 알게 되었다.</div> <div><br></div> <div>출근을 했는데, 점장님 왈, [만약 지난 번 A씨한테 전화가 오면 대충 둘러대거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럴 듯한 이유를 대서 배달을 거절하라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장난 전화나 악질 손님에게 종종 취하는 조치였지만, 너무 갑작스런 소리였기에 나는 [무슨 일 있었나요?] 라고 물었다.</div> <div><br></div> <div>점장님은 [뭐, 들으면 너도 기분 나쁠 이야기일텐데...] 라더니, 담배에 불을 붙이고 이야기를 시작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아파트는 5, 6년 정도 전까지는 가게 단골이던 사람이 운영하던 곳이라, 그 덕에 거기 사는 사람들도 우리 가게를 애용했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관리인이 병사하고 난 후 관리를 맡을 사람이 없어서 아파트 자체를 폐쇄했다는 것이다.</div> <div><br></div> <div>거기까지는 어디서나 있을 법한 일이고, 근래 부동산 사정을 보면 그리 드문 일도 아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그렇게 폐쇄된 곳에 내가 배달을 갔다는 내 이야기를 듣자, 혹시 친척이 인수해서 운영을 시작했나 싶은 생각에, 점장님은 인사도 할 겸 한 번 찾아가보기로 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아파트는 여전히 황폐한 채라, 누가 봐도 사람 사는 곳은 아니었다.</div> <div><br></div> <div>역시 내가 돈을 흘렸나보다 싶어 그대로 돌아가려는데, 관리인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오시죠.]</div> <div><br></div> <div>깜짝 놀라 그 자리에 한동안 굳어 있었지만, [오시죠.] 라는 소리가 한 번 더 들렸기에 조심스레 관리인실의 문을 열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안은 완전히 폐가 수준의 난장판이라, 몇 번인가 누구 있냐고 물었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발 밑을 내려다 본 후, 점장님은 그대로 아파트를 뛰쳐나와 쏜살같이 도망쳤다고 한다.</div> <div><br></div> <div>거기에는 내가 지난번 배달했던 요리가, 여기저기 고스란히 나뒹굴고 있었던 것이다.</div> <div><br></div> <div>그 이상은 듣고 싶지 않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유령인지 무엇인지 알 수도 없는 것과, 나는 그 아파트에서 직접 이야기를 나웠던 것이다.</div> <div><br></div> <div>내가 적어뒀던 전화번호에도 전화를 해 봤지만, 전화는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div> <div><br></div> <div>몇달 뒤, 나는 가게를 그만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1년 반 정도 근무를 했으니 슬슬 다른 일도 해보고 싶다는 이유를 내걸었지만, 일을 하고 있노라면 아무래도 그 때 그 일이 떠오른다는 게 속마음이었다.</div> <div><br></div> <div>그만 두는 결심을 하게 된 건, 그 사건으로부터 1달 정도 지났을 무렵 일어난 사건 때문이었다.</div> <div><br></div> <div>그 때 그 A에게 다시 전화가 온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일부러 점장님에게 들리도록, 큰 목소리로 [A씨시죠?] 라고, 떨리는 목소리를 억누르며 소리쳤다.</div> <div><br></div> <div>그것을 알아차린 점장님은 자신에게 바꿔달라는 제스쳐를 취했다.</div> <div><br></div> <div>곧 수화기를 넘겨받은 점장님은, 지금 배달은 사정이 있어 잠시 쉬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런데 전화를 끊기 직전, 점장님의 얼굴이 무척 동요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전화를 끊은 후, 점장님은 나를 보고 말했다.</div> <div><br></div> <div>[지금 가게에 직접 찾아오겠다는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이후로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div> <div><br></div> <div>그 날, 결국 A는 가게를 찾아오지 않았다.</div> <div><br></div> <div>그 후 나는 이사를 갔기에 그 후 일은 모른다.</div> <div><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px;">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000003814697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email protected]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투고 받고 있습니다.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000003814697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br></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000003814697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000003814697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br></div> <div style="font-family:'돋움';line-height:21.6000003814697px;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a class="tx-link" href="http://vkepitaph.tistory.com/m" target="_blank" style="color:#333333;text-decoration:none;border-bottom-color:#840000;border-bottom-width:1px;border-bottom-style:dashed;">http://vkepitaph.tistory.com/m</a>)</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