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초등학교 때의 일이다.</div> <div><br></div> <div>옆 반에 있던 장난꾸러기 친구 I가 제안을 했다.</div> <div><br></div> <div>수업 중에 우리반 청소용구함에 숨어있다가, 갑자기 으악!하고 뛰쳐나와 반 전체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겠다는 큰 포부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그걸 다음 교시에 하겠다며 나를 포함한 몇몇 친구에게 털어놓은 것이다.</div> <div><br></div> <div>초등학교 때나 생각할 수 있는 짓궂은 장난이었다.</div> <div><br></div> <div>당시 교실 뒤편에는 학생들이 가방을 올려 놓을 수 있는 선반이 있었고, 그 왼쪽, 복도 쪽에는 빗자루나 대걸레, 먼지털이 등을 넣어두는 청소용구함이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I는 그 청소용구함에 선생님이 오기 전에 숨어 들어간 후, 수업 도중에 깜짝 튀어나와서 모두를 놀라게 한 후 바로 옆에 있는 문을 통해 복도로 도망치겠다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애초에 그래봐야 옆 반 학생이라는 걸 선생님도 뻔히 알고 있으니 도망쳐봐야 아무 소용 없지만, 우리는 I가 혼나는 것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그럼, 이 몸이 해 보겠다 이거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묘하게 흥분한 채, I는 스스로 철제 캐비넷 안에 들어가 안에서 문을 닫았다.</div> <div><br></div> <div>물론 중간에 튀어나와야 하니까 문은 잠구지 않았다.</div> <div><br></div> <div>잠시 뒤 선생님이 나타났고, 평소처럼 수업이 진행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쯤되면 처음에 몇 사람한테만 말했다고 하더라도 반 전체에 소문이 다 퍼지고도 남는다.</div> <div><br></div> <div>다들 언제쯤 I가 튀어나올 것인지 잔뜩 기대를 해서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div> <div><br></div> <div>가끔씩 뒤를 슬쩍슬쩍 돌아보기도 하고, 종종 캐비넷에서 들려오는 덜그럭거리는 소리에 다들 소리를 죽여 킥킥 웃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나 수업시간이 다 끝나가는데도 I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div> <div><br></div> <div>간간히 들려오던 덜그럭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div> <div><br></div> <div>우리는 I가 선생님한테 혼나는 게 무서워 튀어나오는 것을 포기했다고 생각해 무척 실망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혹시 자고 있는 것 아닐까?]</div> <div><br></div> <div>[아무리 바보라도 그렇게까지는 안 하겠지!]</div> <div><br></div> <div>우리는 제멋대로 상상을 하면서 키득키득 웃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는 사이 수업은 끝나고, 선생님이 교실을 나갔다.</div> <div><br></div> <div>우리는 캐비넷 문을 열러 갔다.</div> <div><br></div> <div>[헤헤헤...] 하고 웃으며 멋쩍게 머리를 긁거나, 안에서 쿨쿨 자고 있는 I를 상상했지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저 당기기만 하면 열리는 문을 철컥하고 연 순간, 우리가 본 것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div> <div><br></div> <div>[으아아아악!]</div> <div><br></div> <div>목청이 터지도록 큰 소리로 절규하며 뛰쳐나온, 반쯤 정신이 나간 듯한 I의 모습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I는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눈물, 콧물,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고, 옷에는 피가 배어있었다.</div> <div><br></div> <div>[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div> <div><br></div> <div>캐비넷 안에서 나온 I는 무릎에 힘이 빠진 듯 반쯤 기어서 나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온 몸에서 경련이 멈추지 않는 듯, 계속 벌벌 떨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으아아... 으으... 으으...]</div> <div><br></div> <div>계속 울며 소리치고, 알 수 없는 소리만 외칠 뿐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천천히 뭐라고 하는지 주의 깊게 들어보니, [문이 안 열려!] 라던가, [왜 아무도 안 열어주는거야!] 라고 소리치고 있는 듯 했다.</div> <div><br></div> <div>당연히 대소동이 일어났고, I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다.</div> <div><br></div> <div>선생님들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고 잔뜩 혼이 났지만, 우리로서도 알 도리가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우리가 I를 강제로 가둔 것도 아니고, I가 혼자 안으로 들어갔었는데...</div> <div><br></div> <div>한참 후에, I가 퇴원하고 나서야 알게 된 진실은 놀라운 것이었다.</div> <div><br></div> <div>원래 I는 수업이 시작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뛰쳐나올 생각이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래서 일부러 가볍게 소리를 내기도 하며 혼자 신나 있었다는 것이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 뛰쳐나가려는 순간, 문이 열리지 않았다.</div> <div><br></div> <div>물론 캐비넷 문에 자물쇠는 달려 있지 않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무엇인가를 돌리거나 눌러서 여는 구조도 아니다.</div> <div><br></div> <div>그저 문을 밀기만 하면 닫히고 열리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구조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수업 시간이 반 정도 지나갈 무렵부터, I는 진지하게 살려달라고 외치기 시작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문을 주먹으로 쾅쾅 두드리며, 큰 소리로 외치고, 발로 문을 수도 없이 걷어찼다.</div> <div><br></div> <div>그렇지만 문 틈 사이로 보이는 교실의 친구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듯,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이다.</div> <div><br></div> <div>분명히 자신에게는 문 틈 사이로 교실 모습이 보이는데도.</div> <div><br></div> <div>그것이 너무나도 무서웠다는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I는 그 후 우리가 문을 열어줄 때까지 미칠듯한 공포 속에 피가 나도록 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교실에 있던 우리는 물론이고, 그 때 수업을 하고 있던 선생님도 이상한 소리는 전혀 듣지 못했다.</div> <div><br></div> <div>처음 I가 일부러 냈던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제하면, 어떤 소리도 듣지 못했던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언제 I가 튀어나올지 기대하면서, 평상시보다 훨씬 더 교실 뒤쪽에 집중을 쏟고 있었는데도 말이다.</div> <div><br></div> <div>다행히 I는 정신적 문제나 심한 상처 없이 가벼운 타박상만으로 끝났다.</div> <div><br></div> <div>그리고 I가 멀쩡한 모습으로 증언을 해주었기에, 우리가 집단 따돌림을 했다는 누명도 쓰지 않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지금도 종종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날 때면 이야기하게 되는, 실제로 있었던 알 수 없는 사건이었다.</div> <div><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27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27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27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27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27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27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27px;"><br></div> <div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27px;">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333333;font-family:'돋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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