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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26871
    작성자 : VKRKO
    추천 : 21
    조회수 : 7655
    IP : 220.77.***.213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2/03/19 21:09:56
    http://todayhumor.com/?panic_26871 모바일
    [번역괴담][2ch괴담]유리구슬







    어릴 적 여름방학 때 한 달 가량 시골 할머니 집에 맡겨진 적이 있었다.

    그 당시의 나는 언제나 제멋대로 행동했기 때문에 시골 아이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했다.

    결국 나는 혼자서 강가에서 쓸쓸히 놀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친구가 생겼다.

    나처럼 그 녀석도 친구가 없어서, 언제나 혼자 있는 녀석이었다.

    그 녀석은 언제나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시덥지 않은 자랑을 하며 잘난 척 해도 [우와, 넌 정말 대단해!] 라던가 [우와, 근사하다!] 라고 감탄하곤 했다.

    나는 마치 부하가 생긴 것 같은 기분에 무척 우쭐했던 기억이 난다.

    뭐든지 감탄하던 그 녀석은, 내가 도쿄에서 가져온 장난감을 보고 무척 놀랐다.




    [오늘은 특별히 빌려줄테니까 아무 거나 가지고 놀아도 돼.]

    그 녀석이 선택한 것은 뜻밖에도 유리구슬이었다.

    [야, RC카나 합체 로보트 같은 것도 있어. 그런 걸로 놀자.]



    [응... 그렇지만 이거, 무척 예쁜걸...]

    그렇게 말하면서 그 녀석은 유리구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아이의 부모님은 유리구슬조차 사주지 않는걸까?



    나는 문득 그 녀석이 불쌍해졌다.

    [...그렇게 마음에 들면 그거 너 줄까?]

    [정말? 괜찮은거야? 고마워! 소중히 간직할게! 넌 정말 좋은 친구야!]



    유리구슬 하나 가지고 호들갑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쩐지 착한 일을 한 것 같은 기분에 나는 조금 기뻤다.

    그런데 며칠 뒤, 그 녀석은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어휴, 유리구슬 만드는 건 정말 어렵구나.]



    [무슨 소리야?]

    [봐, 전에 네가 줬던거야. 이거 네가 만든거지?]

    터무니 없는 소리였지만, 잔뜩 잘난 척을 해놓고 이제 와서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럼, 내가 만들었지. 뭐, 조금 요령이 필요할거야.]

    [내가 만들려고 하면 처음에는 깨끗한데, 나중에는 작아져버려. 저기, 나한테도 그 요령을 가르쳐 줘.]

    나는 당황해서 말을 막 지어냈다.



    [그, 그러니까... 전부 가르쳐주면 발전이 없겠지? 힌트만 주자면... 어... 그러니까, 그래, 수분이야.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야 돼. 뭐, 대충 이 정도?]

    땀을 흘리면서 아무거나 갖다 붙이자, 그 녀석은 팔짱을 끼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으... 나는 너처럼 머리가 좋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나도 열심히 생각해볼게. 고마워!]



    그리고 얼마 뒤, 나는 도쿄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 녀석에게 그 일을 말하자 그 녀석은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겨우 좋은 친구가 생겼나 했는데... 네가 가버리면 난 너무 심심할거야.]



    [뭐, 울지마. 내년에 또 올테니까.]

    [응... 외롭겠지만 참을게! 아, 그렇지. 조금만 있으면 그거 만들어질 것 같아. 내일 네가 떠나기 전에 만들어서 선물로 줄게.]

    [뭐를?]



    [뭐야, 잊어버린거야? 유리구슬이야! 힌트가 어려워서 고생했었다구. 강에서 씻으면 떠내려가버려서... 그래도 좋은 방법을 생각해냈어!]

    [아, 그, 그러냐... 기대하고 있을게.]

    다음날, 마중 나온 어머니와 도쿄에 돌아가기 위해 길을 걷고 있자 그 녀석이 달려 왔다.



    [헉헉... 다행이다, 겨우 안 늦었네... 이거, 약속했던 선물이야... 가장 예쁜 걸로 가져왔어. 이렇게 하면 작아지지 않고 예쁜 모습 그대로야. 내년에 꼭 와야 해! 나 기다릴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그 녀석은 입에서 무언가를 뱉어서 내 오른손에 살며시 넘겨준 뒤 달려갔다.

    [여기서 사귄 친구니? 무엇을 받았어?]



    놀라서 경직된 내 오른손 위에 있는 것을 보고, 어머니는 절규했다.

    그 다음 해, 나는 시골에 가지 않았다.

    아니,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녀석이 어떻게 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내 책상 서랍에는 어른이 된 지금도 그 때 받은 선물이 들어 있다.

    말라 붙어 쪼그라든 녹색의 고양이 눈알이.



    Illust by Mames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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