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때 한학기 통학, 한학기 의무기숙사.
한학기를 친한 선배들과 고시원에서 살고
군대를 다녀온 뒤 자취를 이어와 지금은 29살.
그리고 자취 초기부터 들던 생각, 남자는 자취를 해봐야한다.
평범한 가정에서 늦둥이로 태어나서
부모님, 그리고 누나둘의 이쁨을 많이 받고 자랐다.
중1때 가정 교과서에서 본대로 밥을 했을뿐인데 압력밥솥이 까맣게 탄 이후로 난 밥해볼일도 없었고
청소, 빨래 등 일체의 집안일에 손대본일이 거의 없다.
설거지도 성인이되기 전까지 자취방이 아닌 본가에선 거의 해본적이 없는듯하다.
그리고 시작된 자취생활, 집안일이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
처음엔 집에서 반찬도 갖고오고, 나도 첫경험이란 신선함에 이런저런 요리도 해봤지만
귀찮아서 금새 주식은 냉동식품으로 바뀌었다.
돈까스, 동그랑땡, 만두 그리고 가장 소중한 라면.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하루 2식하는 나는 두끼를 모두 학교에서 먹었고
몇년뒤엔 집 냉장고의 코드를 뽑았다.
집에서 요리와 설거지의 압박이 사라져도
빨래, 청소, 정리정돈..
내가 가장 싫어하는 집안일은 화장실청소. 그리고 하지 않았을 때 가장 더럽고 티나는곳도 화장실.
이런것을 집에서 계속 가족들과 살았다면 난 결코 느끼지 못했을것이다.
어디 막장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집안일 뭐가 어렵나"라는 생각정도만 했겠지.
때론 친구와 같이 살며, 같이 산다는 것의 어려움도 배우고..
다른집은 모르는, 개개인마다 차이가 매우 큰 가정사라서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아마) 많은 집처럼, 우리집도 누나들은 집안일을 간간히 시켰다.
부모님이 딱히 "남자놈이 부엌에 들어오는것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신건 전혀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일을 시키진 않으셨다 전혀.
비슷한 이유로, 집안일을 경험하는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훨씬 많을거라 생각한다.
라는걸 차치해도
남자는 자취를 해봐야한다.라고 얘기하는건 남녀차별이 맞다.
5년이상의 자취경험상 자취가 위험하다는건 분명히 안다.
자취가 위험해서 딸내미를 낳아도 자취시키기 불안한것 또한 사실이지만
그래도
내 딸래미는 자취시키고 싶지 않은것이 사실이다.
분명, 아내가 주로 돈을 벌어오고
남편이 전업주부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여자들도 집안일이 어렵구나. 라는것을
딱히 신부수업이 아니라도 미리 충분히 인지하고 결혼하는 것이
큰 용기를 낸 두 사람의 앞길에 놓인 장애물을 조금 낮추는 길이겠기에
남녀차별이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있다.
인정하지만, 내 자식들에게 대입시켰을때 마음이 그렇게 향하는 것을..
특히 딸내미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면 말이다.
혼자살며 생활비 개념을 몸으로 느끼고
혼자살며 집안일이 밀려 집이 엉망도 되보고
혼자살며 아무도 신경쓰지 않음에 생활이 엉망도 되봤기 때문일까.
결혼이란걸 선택하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나 혼자 사는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 있다는 것의 즐거움을 다시 겪고 싶다는 욕구보단
난 오히려
결혼해서 잘.. 살 수 있을까.
50년 이상의 시간동안 내 마음이 변치 않을 수 있을까.
내 마음도 내 맘대로 안되는데 그 사람은 변치 않을 수 있을까. 그 누구도 장담하기엔 수십년이란 시간의 무게는 천근만근일텐데..
내 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단 하루만에 180도 역전되는걸 우린 이미 겪어왔을 터인데..
결혼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참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