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있던 오유의 (닉언죄;;) '땅속나라' 님이 댓글에 쓰신것을 정리한것입니다.
칸막이를 돌아서서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모르겠다.
그 순간만은 가슴이 터질것 같았다.
눈을 떴다.
하지만
정말 아무도 없었다.
바람만 휭하니 불고있었다.
묘한 감정이 샘솟기 시작했다.
'아니 이자식이 기다린다고 해놓고선! 뭐야 사람 짜증나게!'
주변을 살펴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정말 나와 바람만이 그 공간에 남아있었다.
"아!! x발!! 짜증나!!"
어차피 듣는 사람도 없었기에 마음껏 소리질렀다.
그렇게 소리 지르고 나니 조금 홀가분해졌다.
다시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다.
'차라리 잘됐어. 다행이야. 없길 바랐잖아.'
다시한번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느낀 순간 조금 무섭기 까지 했다.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보았다.
2시 2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조금 오싹해져서 걸음을 빨리 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자식이 이렇게 위험한 시간에 나오라고 해놓고...'
조급해진 내 걸음하나 하나에 원망이 가득했다.
몸을 양팔로 감싸고 고개를 푹 숙인체 그렇게 걷는데
보통 드라마에서는 이럴때 취객이나 나쁜놈들이 나한테 직접되면 남자 주인공이 나타나서 구해주지 않을까?
라는 허무맹랑을 상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정말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오는 클리세였고.....
나는 고마운건지 다행인건지 정말 아무일 없이 집앞까지 도착했다.
그렇게 아파트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던 그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다다다닥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고요한 아파트 숲 사이로 어느새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남자는 여자를 향해 뛰고있었다.
여자는 남자를 등지고 있었다.
굵어진 눈발 사이로 남자는 여자의 뒷모습을 보았다.
멀리서 보았지만 그녀임을 남자는 확신 할 수 있었다.
남자는 더욱 다리에 힘을 주어 그녀에게 향했다.
여자는 그 소리에 놀라 빠르게 현관문 비밀번호를 치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간다.
여자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1층 복도에 울려퍼지는듯 했다.
여자는 두려웠다.
자신을 쫓아오는 존재가 너무나 두려웠다.
남자의 눈 밟는 뽀드득 소리가 아파트 전체에 울려퍼지는듯 했다.
남자는 두려웠다.
자신을 쫒는 존재가 떠날까 두려웠다.
그렇게 아파트 현관문앞에 남자는 도착했지만
엘리베이터는 올라가고있었다.
여자는 안도했다.
하지만 당황함에 놀라 눈물을 마구 흘렸다.
남자는 절망했다.
그리고 허무함에 놀라 눈물을 마구 흘렸다.
남자는 현관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그렇게 서럽게 울었다.
'이게 아닌데....이게 아닌데.....'
남자는 생각했다.
항상 그랬다.
자기 딴에는 그녀에게 다가 간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오해했다.
'이게 아닌데....이게 아닌데....'
남자는 서툴렀다.
여자는 엘리베이터안에서
'이게 뭐지... 이게 뭐지...'
라고 생각했다.
항상그랬다. 남자가 다가갈 수록 두려웠고 서툴렀다.
'이게 뭐지... 이게 뭐지....'
둘다 사랑에 서투르기만 했다.
그렇게 하얗게 눈이 소복히 쌓여만 갔다.
몇분이나 흘렀을까.....
정지했던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내려오고있었다.....
여자는 자신을 따라오던 괴한이 두려워서 일단 현관문을 닫고 엘리베이터를 탔지만
문득 그 괴한이 자신을 불렀던 것을 기억해냈다.
당황해서 그게 무슨소리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분명 자신의 이름이였다.
괴한이 그 늦은 시간에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았을까?
이 시점에서 두가지 고민에 빠지게되었다.
호기심
그리고
안전....
어느 것에 더 가치를 둘 것이냐....
여자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던중 갑자기 휴대폰 문자오는소리가 들렸다.
카톡소리는 아니였다. 그저 문자오는 소리.
여자는 그 시간에 카톡도 아닌 문자오는소리가 정말 오묘하게 들렸다.
조심스레 문자알림창을 켰다.
「밤 늦게 미안하구나. 우리 애가 만이 추ㅣ 했구나. 너 한테 가 ㄴ것 같은데 조심히 돌려보 내 ㅈ ㅜ었으면 하는 구나. 미안하다.」
그의 어머니였다.
순간 감정이 복받쳐 왔다. 여기저기 오타가 그의 어머니의 심정을 대변하는듯 했다.
차마 전화도 하지 못하고..... 오타를 참아내가며 아들을 위해 메시지를 남기셨다는게 같은 여자로서 그저 복받쳐 왔다.
그저 조심히 돌려보내달라고만 하셨다.
아까 그 괴한이 그였다고 확신을 한 그녀는 다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리고 1층 버튼을 누르고 1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수 많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가장 중심에 있는 생각은 그저 조심히 가라고만 말할 작정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 아이는 처음만났던 날의 그때처럼 오들오들 떨고있었다.
멀리서만 바라 보았다.
그리고 전화기를 들었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아이는 화들짝 놀라 전화를 쳐다보곤 아파트 투명문 사이로 그녀를 쳐다 보았다.
"돌아가..... 많이 춥다...."
"누나 잠깐만요!"
"그냥 돌아갔으면 좋겠어....제발....."
"정말 잠깐이면 되요 조금만 나와주세요."
투명한 현관문 사이를 두고 두 남녀가 갈라서있다.
서로 보이는듯 하지만 보이질 않는다.
서로 가까이 있는것 같지만 떨어져있다.
"할 말이 더 이상 없어 많이 춥다."
남자는 더이상 말을 이으려다. 전화기를 볼에서 뗀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등을 돌리고 천천히 걸어간다.
그렇게 점점 그녀에게서 멀어져 간다.
모든걸 체념한듯 그렇게 눈과 함께 그녀에게서 사라졌다.
잠시후 그녀가 현관문으로 향했다.
밖으로 나가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그는 돌아가고 없었다.
이제 정말 가고 없었다.
그토록 바라던 일인데 왜 가슴한켠이 아려오는건지는 그녀도 알 수 없었다.
현관문 앞에 서서 그가 떠난 그 자리를 지키다 혹시나 그가 돌아와서 볼까봐 등을 돌려 흐느끼기 시작했다.
하얀 김이 투명한 현관문에 서린다.
차가운것이 그렇게 그와 그녀를 가로막았던 것에 서린다....
그리고 투명한 문에 서리는 문구 하나.....
「그대여서 고마워요.....」
그는 그렇게 그녀의 마음에 자신의 마음 하나를 새겨놓았다.
-에필로그 -
3년전.... 정류장
"시방새야 이것좀 갖고 있어봐"
"즐"
"아 좀 가지고 있으라고!"
"아 이 미친놈이 추운데 옷은 왜 벗고 난리야"
"아 일단 갖고있어"
그렇게 춘추복 입은 소년 하나가 한 소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