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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4442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2
    조회수 : 2508
    IP : 121.170.***.74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1/04/24 00:03:58
    http://todayhumor.com/?panic_14442 모바일
    브금주의]상담









    <embed src=http://pds17.egloos.com/pds/201002/04/08/09-precious-hewie.swf>














    2월 1일... 맑게 개일거라는 기상캐스터의 말과는 다르게

    먹구름이 짙게 깔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도시를 뒤덮은 회색빛 그림자는 도시 특유의 삭막함과 어우러져

    음울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청담동에 위치한 한 낡은 건물

    '정병호상담소'라고 큼지막하게 써져있는

    그곳 앞을 어떤 엣되 보이는 여자가 두리번 거리고있었다

    유행을 잘탄 롱스커트에다 동일한색으로 캐쥬얼한 느낌을 살린 상의와 가방

    무엇보다 순정만화 주인공같은 얼굴이 그것들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길을 걷다가 눈에 들어온다면 어떤 남자든 한번쯤은 돌아볼 정도였다

    제법 어른티를 내려한듯 하지만 아무리 동안이라고 치더라도 너무 어린얼굴 때문에

    잘 해봤자 고등학교 1학년 쯤으로 밖에 안보일 이 여자는

    계속 망설이다가 결국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외형으로 보자면 쥐라도 나올듯한 건물이었지만

    내부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확달라졌다

    예전에 한번 건물내부를 리모델링 한적이 있는지

    고급 대리석 계단에 옅은 붉은색의 벽지가 보였으며

    그것들은 1층을 올라갈때 마다 탁자위에 놓여져있는

    꽃병과 묘한 동조를 이루어 고풍스러운 멋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주변에서는 흔한 광고게시판도 없었다

    그녀가 목적지인 정병호상담소가 위치한 5층까지 올라가자

    반투명 유리문 사이로 환한빛이 새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상담소 내부에는 커다란 책상하나와 상담사가 앉을 의자, 손님이 앉을 의자,

    제법 비싸보이는 커피포트가 전부였다

    그리고 그 책상에는 상담사로 보이는 한 남자가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손님이 왔다는것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기침소리를 냈다

    '콜록 콜록'

    남자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상담소를 찾아온 이 여자 손님을 바라보았다

    "어서 오십시오 정병호 상담소의 상담사 정병호입니다"

    "우선 여기 앉으시죠"

    인사치례를 한 남자는 여자앞에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무엇 때문에 오셨죠?"

    여자가 자리에 앉자 남자는 먼저 말을 꺼냈다

    "상담하려구요"

    "무슨 상담을 하시려는 건가요?"

    "사실 상담이라고 할것도 없이 그냥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면 되요"

    이번에 찾아온 이 여자 손님은 좀 이상했다

    본래 성격이 까칠했던 남자는 그럴거라면 여기 왜왔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오랬만에 온 손님을 제발로 차버릴 순 없었기에 참았다

    얼굴을 찡그리던 남자는 상담사의 역할에 충실해지기로 했다

    "그럼 말해보세요 들어봐야 뭐든 할거아닙니까"

    남자의 눈치를 보며 여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영 아니었다 그녀는 2년 동안 사귀던 남자친구의 폰에서

    낯선여자와의 문자기록을 발견한것부터

    요즘 집안 사정이 힘들다거나 키우던 개가 죽었다는거나

    지난번에 할머니가 준 용돈 중에 만원을 잃어버렸다는등

    별 시덥잖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래도 남자는 상담사의 본분을 지키며 여자의 말을 끝까지 들으려고했다

    그러나 여자의 이야기는 끝없이 계속 되었으며

    어느새 시사 경제 정치 부문에까지 넘나들다

    이제는 세계의 미스터리들에대해 말하고있었다

    남자는 그녀가 아폴로 11호가 달에간건 조작이라는 말을 끝마치고

    이제 막 엘비스 프레슬리가 살아있다는 말을 꺼내놓기 직전

    그녀의 말을 끊었다

    자신이 볼때 그녀는 뭔가 다른 말하고 싶은게 있는듯했다

    "말하고 싶은게 뭐죠? 여기까지 그런말하려고 온건 아닐것같은데...

    혹시 말을 꺼내기가 힘드십니까?"

    남자의 말이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록

    여자는 아무말도 하지못했다

    "어떤 고민이라든지 상담해주니 일단 말해보세요

    털어놓고 상담을 받으면 좀 나아질겁니다"

    남자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제야 여자는 힘겹게 입을 벌려 진짜 고민거리를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한가지 있어요"

    "하지만 주위 모든 사람들이 그걸 반대하죠"

    "심지어 부모님께서도 제가 넌지시 운만 띄워도 격분하세요"

    "제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인데 주변에서 이렇게 반대만 하니 너무 힘들어요"

    여자가 자신의 고민거리를 간략하게 풀어놓자

    남자는 이제야 뭔가 가닥이 잡힌다는듯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고민거리가 겨우 그거였다면 처음부터 바로 말하지 그러셨습니까?"

    "그렇게 쉽게 생각할게 아니에요

    제 앞으로의 삶이 걸렸거든요"

    여자가 나직히 말했다

    "그렇게 속으로만 썩혀두니 더 복잡한 문제로 발전하는겁니다"

    "그쪽이 지금 고민하는건 '자신의 하고 싶은 일을 해야되나 말아야 되나'죠?"

    여자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쉴틈없이 계속 말했다

    "남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바로 자기자신이 하고 싶은 일입니다

    꼭 남들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는게 아니라도

    주위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지금의 손님처럼 갈팡질팡하는거 자체가 웃긴겁니다"

    "남들이 하라는데로 이끌려 다니다가 나중에 일이 잘못되면

    그땐 누굴 탓할거죠? 그들은 그저 손님의 일에 참견하고 싶을뿐

    손님이 나중에 어떻게 되는가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치 않습니다"

    남자의 말이 끝나자 마자 여자가 말했다

    "제가 하고 싶은일이 남들에게는 터무니없는 건데도요?

    그래도 당신의 말이 옳다고 할수있나요?"

    "그럼요 남들에게는 가치가 없는 일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자신에게는 큰 가치가 있는것일테니까요"

    "물건에대한 객관적 가치면 또 몰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것의 가치는

    남들의 의견과 전혀 상관 없이 자신이 만드는 겁니다"

    "거기에 타인이 끼어들어 간섭하게 되면

    당사자의 옳은 결정을 흐리게되고 그건 결국 당사자의 불행과 직결됩니다

    손님은 지금 그런 자들의 말에 피해를 보고있는 겁니다"

    여자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또한 손님의 일은 손님 자신이 가장 잘안다고 할수있습니다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아니 당연히 그럴수밖에요...

    전문적인 지식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의 조언을 받는건 괜찮지만

    그건 부분적일뿐입니다"

    "그저 전문적인 지식을 얻을뿐 그것과 지금 자신의 상태를 토대로

    결정을 내리는건 무조건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거죠"

    "그러면 제가 다른 사람들의 말이 어떻든

    그들의 말을 참고하기만 하되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

    아셨습니까? 다른이들의 말은 어느정도 필요한 부분만 수용하면됩니다

    가장 중요한건 자신의 생각입니다"

    무언가를 깨달은듯 여자의 표정이 비로소 밝아졌다

    그것을 본 남자는 괜시리 뿌듯해졌다

    "상담비는 받지 않겠습니다"

    남자는 의자에서 일어나 커피포트에 물을 얹으며 말했다

    그에 여자는 벌떡 일어나 남자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을하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남자는 상담사라는 직업이 상당히 보람있다고 생각했다

    오늘 그 소녀는 자신의 조언을 귀담아 들으므로써

    선택의 폭을 넓히고 좀더 만족하는 삶을 살수있을것이다




    커피포트에서 끓인 커피를 잔에 붓고 손에 쥐자 온몸이 따뜻해 지는듯 했다

    그녀가 간후 다시 책상앞에 앉은

    그가 커피를 두모금 정도 마셨을때

    돌연 창문밖으로 한 인영이 떨어지는게 비쳤다

    몸이 뒤집힌채 머리가 땅을 향하고 있었다

    '철퍼덕'

    지점토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곧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어느새 날씨는 개어있었고

    물러간 구름 사이로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방금전까지 도시의 칙칙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밝은 햇살이 도시전체로 내려왔다

    정말 화창한 오후였다










































    출처




    웃대 - 우리결혼했음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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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24 00:09:07  124.63.***.69  Alexai
    [2] 2011/04/24 00:28:57  183.101.***.97  인중없는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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