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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4403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6
    조회수 : 3550
    IP : 121.170.***.74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1/04/22 23:16:47
    http://todayhumor.com/?panic_14403 모바일
    브금주의]왕따


















    ‥이것으로,산내중학교의 2009년도 입학식을 마치겠습니다."

    그것을 끝으로 난 끝내 참았던 신음을 내뱉었다.와이셔츠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나온 까닭이었다.내내 속살에 까끌까끌한 옷감이 닿았다.그때마다 뭐라 할 수 없는 고통이 날 휘감았다.몰래 눈치를 보다가 결국은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고 만다.입학식이 끝나기 오분전 엄마가 가까스로 흰티를 사오셔서,난 다행히 남은 5교시를 편안한 상태로 보낼 수 있었다.

    몇몇 익숙한 얼굴도 있었지만 대부분 처음 보는 녀석들이었다.내 뒷쪽에는 내 초등학교에서 세손가락안에 든다는 녀석이 앉아있었고,그옆에는 무표정한 녀석이 있었다.앞에는 머리가 큰 놈.옆에는 비리비리 하게 생긴 멸치한마리.더 건너가보면 여자애들이 있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나 놉니다' 하는 여자애들 두어명이 보였다.치마는 짧다 못해 조금 뛴다 싶으면 안이 허옇게 들여다 보일정도로 짧았다.

    그게 우리반에 대한 첫 인상이었다.본격적인 중학교생활이 시작되었다.알고보니 무표정한 녀석은 굉장히 웃긴 녀석이었다.덕분에 난 한번도 수업시간에 웃어보지 않은 적이 없었다.옆옆에 앉아있는 녀석은 유명한 녀석이였는데,주변 초등학교에서 가장 싸움을 잘한다고 해서 유명했다 한다.다행히 그녀석과도 친해졌다.그렇게 난 익숙해져가는 듯 했다.

    전부 짝을 짓고 놀고 있는데,거기서 걸러낸듯한 녀석도 있었다.안경을 쓰고 치아교정기를 끼고..딱 봐도 그녀석은 논다고 할만한 녀석이 아니었다.이름표를 보니 송승진 이라고 써져있다.그리고 한달 후,송승진은 본격적인 '왕따'가 되었다.시비를 걸다 못해 구석으로 몰아 때리기도 했으며 그녀석의 참고서,펜 등을 뺏어가기도 하였다.하지만 그녀석은 반격도 하지 못했다.

    내가 그녀석을 보면서 하는 생각은 단 하나.'약자'.보기도 싫었다.난 때리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레 그녀석은 나보다 뒤떨어져 있다고,어울려서는 안된다라고 생각했다.이제 그녀석은 돈까지 뺏기기 시작했다.반장이란 놈도 우리랑 친했기 때문에 아무도 알지 못했다.부반장은 송승진이 왕따라는걸 잘 알고 있었다.웃기게도 반장과 부반장이 애인관계였기 때문에 선생님의 귀에는 그런 소식이 들어가지 못했다.

    세달이 흘렀다.그녀석은 우릴 보기만 해도 벌벌 떨고 마지못해 돈을 꺼낸다.네달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치뤄지고 서로서로 공부를 하는지 못하는지 알게 되었다.송승진,이녀석은 성적이 형편없었다.350명중 235등.형편없는 성적.반면 난 350명중 25등.우월한 성적이다.무난하게 상위권에 장착한 것이다.

    여름방학이 지나가고 그녀석이 우리의 걸림돌로 확고한 자리를 잡은 후,어느날이었다.그날도 다름없이 선생님이 내어주신 수학문제를 쓱쓱 풀어나가고 있었다.이따끔 한숨소리와 사각거리는 소리만 들려올뿐 아무런 잡음도 들리지 않았다.그리고 예기치 못하게,정말 걸어가는 사람의 뒤통수를 갈기듯 벌벌 떨리는 목소리가 나왔다.

    "난...약하지 않아."

    그말을 끝으로 왕따는 창문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우리 교실은 4층.떨어지면 최소한 중상,심하면 즉사였다.그녀석은 거리낌없이 창문으로 다가가,창살틈으로 몸을 넣었다.그리고 미끄러지듯 떨어졌다.그뿐이었다.우리가 20번문제를 끝내고 21번을 풀듯,시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흘렀다.

    그 소식은 전교를 한바탕 뒤짚어 엎을만큼 큰 소식이었다.하지만 그 녀석은 왕따라는 것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서서히 그소식은 잠잠해지기 시작했고,교장은 떨어진 장소가 재수없다며 그 자리를 갈아버리고는 꽃밭을 만들었다.꽃은 무럭무럭 자라났다.물을 많이주듯 말이다.그 꽃이 자라듯 내맘에 있는 어떠한 마음도 커져갔다.이 마음은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기 직전까지 계속 되었다.졸업식을 하루앞두고 내가 집으로 가고 있을때.

    1시,학원이 모두 끝나고 집으로 걸음을 재촉할때 불연듯 그 왕따 생각이 떠올른다.천천히 그녀석을 되새김질 해보자 그 마음은 더욱 무겁게 날 짓눌렀다.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핸드폰이 만져진다.난 이제서야 내가 느낀 마음이 무언 마음인지 알게 되었다.'죄책감'. 그것이 내가 느낀 감정이었다.순간 내귀에 그녀석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난 약하지 않아...' . 왜 그 목소리가 생각났을까, 알 수 없었다.내가 그 마음이 죄책감이라는걸 깨닫자 그 마음은 없어졌다.

    하지만 새로운 마음이 추가되었다.난 방관자였다는 그 마음.그마음은 영원히 내 맘속을 떠나지 않을 것이고 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 어떤 녀석이 될지는 눈앞에 있듯 생생하게 보였다.그뿐이였다.





























    출처




    웃대 - Nile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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