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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오올리이쓑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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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4401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3
    조회수 : 2417
    IP : 121.170.***.74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1/04/22 23:06:08
    http://todayhumor.com/?panic_14401 모바일
    브금주의]804호의 해피엔딩















    지금은 예수탄생일로부터 2009년 3개월 17일째 되는 날의 저녁 7시 30분.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 종일 갈굼만 당하는 회사 일과가 끝나고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나쁜 자식들. 맨날 와서 무슨놈의 게임만 쳐 하고 놀다 가는 주제에 출근은 제일 먼저 시키면서 차는 제일
    후진 자리에 대라니. 그놈의 직책이 뭐고 짬이 뭔지, 이런 빌어먹을 계급사회는 나처럼 보석같은 인재를 너
    무 오래 썩혀 둔단 말이야.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걸음은 어느새 주차장 맨 구석에 다다랐고,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차키를 꺼내
    어 내 은색 젠트라의 운전석 문을 열었다. 차 안에서 여자친구가 사준 방향제 향기가 흘러나와 내 코를 자
    극했다.



    내 이름은 이무현. 26살.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교수님이 추천해 주신 어느 벤쳐기업에 취직했고 부모님께
    서는 없는 살림 보태어서 선물로 차를 사 주셨다.

    하필 왜 차냐고 묻는다면, 집에서 회사까지 출퇴근하는데에 그놈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한 시간이 걸리는
    데 비해 자가용을 타고 요리조리 샛길로 잘 찾아가면 거의 30분 이상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아예 집에서 나와, 약간의 대출과 벌어놓은 돈, 여자친구 돈을 합쳐서 함께 회사 근처 조그
    만 아파트에 전세를 얻어서 살고 있다.



    아파트 주차장에 대충 주차를 해놓고 집으로 가려는데 저 멀리 익숙한 실루엣이 양손에 커다란 봉지를 하나
    씩 들고 낑낑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이 보여 냅다 달려갔다.



    -어라! 영우어머님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하하하, 장보고 오는 길이신가보네요. 그 봉지 이리 주세요. 들어드릴게요.



    아파트 입구에서 마주친 이 여자는 우리 옆집 804호에 사는 사람이다. 미혼모이고, 나이는 나랑 같은 스물
    여섯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벌써 애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거 참, 난 스물다섯살짜리 여자아이 키우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어떻게 저렇게 사는지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다. 그나마 부모님이 재력이 좀 있으셔서 애기랑 살 집까지 구해주시고, 벌이가 시원찮은 그녀를 위해
    다달이 조금씩 용돈까지 부쳐준다고 들었다.

    미친듯이 무거운 짐들을 들고 우리집보다 그녀의 집에 먼저 발을 디뎠다.



    -영우야! 형왔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컴컴한 그녀의 집 거실 전등을 켜고 짐들을 부엌까지 옮겨준 후 몰래 이마
    에 맺힌 땀을 스윽 닦아냈다. 이정도는 뭐 별로 힘들지도 않다는 사인, 그정도?



    -얘가 또 무현씨 집에 컴퓨터 하러 갔나 보네요. 죄송해서 어쩌죠..

    -아, 아니에요. 그거 뭐 전기세 한 달에 몇천 원 더나오는거 뿐인데요 뭐. 하하하하하. 냅두세요. 나중에
    저녁준비 다 하시면 보낼테니까 그 때나 전화 주세요.

    -휴.. 우리 영우때문에 귀찮게 해서 죄송해요. 그런데 안색이 안좋으시네요? 몸이 불편하신가..후훗

    -아, 아닙니다! 전 가보겠습니다. 안녕히계세요!



    씽긋 웃으며 묻는 이 여자. 왜 이렇게 눈치가 빠른거야. 한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집에서 나와 드디어 '우
    리'집 문을 열었다. 그런데, 거실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을 줄 알았던 영우가 보이지 않았다.



    -오빠 왔어?

    -응, 세진아. 혹시 영우 안왔었냐?

    -뭐야, 이제 대놓고 저쪽집 걱정해주는거야? 아주 그여자랑 결혼을 하세요!

    -치, 질투하네.

    -그런데 영우는 갑자기 왜 찾아? 무슨 일 있어?

    -별 일 아냐. 못봤어?

    -으음, 아까 다섯시에 왔다가 컴퓨터 한 시간쯤 했나? 하고 자기 여자친구 만나러 간다고 하던데. 걔는 뭐
    그 나이에 벌써 여자친구야, 지 엄마 꼴 만들려고 그러나.

    -야, 말이 좀 심하다. 아무리 그래도.

    -흥, 오빤 내 맘 몰라. 씻고 식탁에 밥 차려놨으니까 먹던지 말던지!



    또 삐져버렸다. 항상 저런 식이다. 특히 옆집 여자 얘기만 나오면 무척이나 민감해 지는 성향이 있다. 휴
    우, 이웃 걱정 해 주는 것도 죄인가 싶어 일부러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려고 윗옷을 벗어 그녀 옆에 툭 던져
    놓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영우는 어디 갔을까. 저쪽 집에선 식사준비 다 되면 영우가 우리 집에 있는 줄 알고 전화 할텐데.

    에이 뭐, 우리 집 일도 아닌데. 지가 알아서 집에 들어가겠지.



    그 날 밤. 결국 옆집에선 전화가 오지 않았고 난 그저 영우가 진작에 들어갔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
    겨 버렸다.



    다음 날 아침,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다. 힘겹게 눈을 떠서 시계를 보니 다섯시 반이었다. 썅, 삼십분
    은 더 잘 수 있는데..괜시리 이를 갈며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데 어련히 그치겠거니 했던 집앞의 시끄러운 소리는 그치질 않았다. 제기랄, 한두명의 말소리가 아닌
    거 같은데. 도대체 무슨 일인지 참을 수가 없어서 현관문에 나 있는 렌즈를 통해 밖을 봤다.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왔다갔다 하는 예닐곱명 되어 보이는 사람들 가운데 몇명의 경찰이 보였고, 또 잘 들어보니 바깥에서 엠뷸
    런스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뭐지?

    엉망으로 헝클어진 머리는 생각도 안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 우리 집 문 바로 앞에서 영우가 울고 있었다.



    -영우야, 왜 울어! 무슨 일인데?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으아아앙



    영우를 달래고 있자 옆에서 들락거리던 경찰 한명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 사시는 분이십니까?

    -예, 그런데요. 이게 대체 아침부터 무슨 일인지..

    -최희진씨가 사망하셨습니다.

    -최희진? 설마 영우 어머님 되시는 분 말씀하시는건가요?

    -네. 아이와 대화하시는 걸 보니 어느정도 친분이 있으신 분 같아서 말씀드리는 건데, 조사에 협조해 주셨
    으면 합니다.

    -그건 무슨..

    -이곳 상황이 적당히 수습되면 서로 출두하셔서 몇 가지 대답해 주시면 됩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죽었다고? 왜? 뜬금없이, 갑자기, 그렇게 남한테 민폐 안끼치고 조용조용 착하게 사는 사람이?

    누가 죽였을 리는 없겠지? 설마 애아빠가 찾아왔었나? 아님 강도라도 들었던 건가?



    복잡한 생각이 이리 엉키고 저리 엉켜서 언제 다 씻었는지, 언제 옷을 다 입었는지도 모르는 새에 출근 준
    비를 다 하고 집에서 나왔다. 아직 세진이는 세상 모르고 곤히 자고 있었다.

    출근길에서도, 회사에서 업무중에도 오직 그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사실 내가 기억하는 내 주변사람
    의 죽음은 어렸을 때 증조할머니가 돌아가신 것 말곤 딱히 없어서 더 충격이 컸다.

    열한시가 좀 넘어, 세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빠, 그 옆집 여자 죽었대.

    -들었어. 좀 있다가 경찰서에서 부른다는데, 넌 별일 없는거지?

    -응, 영우는 일단 내가 잠시 데리고 있는다고 했어. 그리고 나중에 나도 경찰서에서 부른다고 했는데..

    -잘했어, 나중에 오빠랑 같이 가자. 연락할게.



    전화를 끊고 얼마 되지 않아서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지금 좀 와달란다.

    세진이랑 영우랑 같이 간다고 말하곤 전화를 끊었다.

    가까스로 최대리 녀석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회사에서 나와 집으로 갔다.

    세진은 멍하니 거실에 앉아있었고, 영우는 울다 지쳤는지 퉁퉁 부은 눈으로 소파 위에서 세진의 무릎을 배
    고 자고 있었다.



    -가자. 영우 깨우고.

    -오빠, 나 갑자기 무서워. 나도 막 죽는거 아니야?

    -말조심해. 그럴 일 절대 없을거니까. 우선 경찰서부터 가자.



    그렇게 셋이서 차를 타고 경찰서에 갔다. 그곳엔 집 근처에서 몇번 지나치다 본 것 같은 익숙한 얼굴들이
    조사를 받고 있었다.

    주위 분위기를 파악하면서 잠시 두리번거리고 있자니 뿔테안경에 한손엔 파일을 든 형사가 다가와 말을 걸
    었다.



    -이무현씨? 조금 늦으셨네요. 저기 저쪽으로 가시고, 박세진씨는 저쪽으로, 그리고 영우는 아저씨 따라오
    렴.



    젠장할. 나는 면담자리마저도 구석배기군.

    그 형사가 가리킨 곳으로 가서 인상좋게 생긴 형사의 앞에 앉았다.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물 한잔 드시구요. 제가 몇가지 질문을 할겁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편하게
    대답해 주시면 됩니다.

    -네.. 그렇게 하죠.

    -우선 여기 왜 오셨는지는 아시죠? 최희진씨가 사망하셨습니다. 최근에 고인을 보신 게 언제입니까?

    -아마 어제 저녁 여덟시쯤일 거에요. 장을 보고 오는거 같길래, 짐을 댁까지 들어다 드렸습니다.

    -아, 그때 집에 누군가 있지 않았습니까?

    -아뇨, 전혀요. 아무도 없었습니다.

    -보통 이런 말은 안하는 게 맞습니다만, 최희진씨의 사망 추정 시간이 어제 저녁 여덟시에서 아홉시 사이입
    니다.



    문득, 형사가 내 눈빛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혹시 절 의심하시는 겁니까.

    -아아, 그렇게 느껴지셨다면 죄송합니다. 최희진씨는 거실에서 그 집 부엌칼에 허리 부근을 찔려 과다출혈
    로 사망했는데, 이게 칼침 놓은 높이가 꼭 성인 남자가 뒤에서 슬며시 찌르기 좋은 높이라서 말이죠.

    -그런 걸 지금 제게 말하시는 의도가 뭡니까? 절 떠보는 건가요?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으로썬 증언이나 정황상 이무현씨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기 때문입니
    다. 혹시 제가 무례했다면 그 점에 대해선 사과드리겠습니다.

    -... 어이가 없군요. 전 그 여자 이름이 최희진이란 것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그건 그다지 좋은 변명이라곤 보여지지 않는데요.

    -그저 그집 아이가 저희 집에 종종 놀러온다 뿐이지, 직접적으로 그 여자랑 제가 별다른 관계가 있는 건 절
    대 아닙니다.

    -네, 감사합니다. 어찌됬건 이무현씨랑은 앞으로 몇번 더 볼것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우선 오늘은 이쯤 하
    고, 다른 조사결과가 나오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첫인상과는 달리 기분나쁜 그 형사를 뒤로한 채 일어나 출입문으로 가자 세진과 영우가 먼저 기다리고 있었
    다.

    왜 이렇게 안색이 좋지 않냐는 세진의 물음에 대충 얼버무리고 둘을 차에 태워 집에 대려다 준 후 다시 회
    사로 핸들을 돌렸다.



    옆집 여자의 죽음.

    그리고 내가 용의자라는 의심.



    이 두가지는 회사에서 업무의 효율을 떨어트리는 데 충분한 사유였다.

    어영부영 퇴근을 하고 집에 가니 영우는 없고 세진이만 있었다.



    -영우는?

    -학교에 선생님한테 말씀드리러 같이 갔다가 오는 길에 잠시 어디 간다고 해서 보냈는데 아직 안오네.

    -뭐? 지금 그런 애를 혼자 밖에 냅두고 오면 어쩌냐, 휴..

    -미안해. 아 그리고 영우 할머님이랑 통화했었는데 일본에 계신다더라고. 아무리 빨라도 다음주나 되야 오
    실거라고 그때까지만 애 봐달라고 하셨어.

    -그래. 그건 그렇고, 너 뭐 짚히는 거 없냐?

    -오빠, 지금 나랑 장난쳐?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도 지금 심난하고 불안해 죽겠는데 오빤 내걱정은 하
    나도 안되?

    -아니, 그게 아니라..

    -됬어. 실망했어. 나 잘래.

    -경찰들이 날 의심하고 있어.

    -..?

    -사실 어제 퇴근길에 그여자 만났거든. 장 보고 오는거 같길래 짐을 들어줬는데 그것때문에 그런가봐.

    -바보. 진짜 바보야 오빤.



    꽤 오랜만에 세진이가 눈물을 보였다. 그래, 난 잘한거 하나도 없지. 세진일 꼭 안아주는데 거실 한쪽 구석
    에 영우의 물건들이 눈에 띄었다. 책가방과 스케치북, 색연필, 그리고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그려진 공책 몇
    권.

    나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영우를 찾아서 집을 나섰다. 나오는 길에 몇몇 아파트 주민들과 마주쳤는데, 그
    들이 나를 슬금슬금 피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를 살인자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한동안 동네 피씨방과 오락실을 돌아다니며 영우를 찾고 있는데 세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영우가 집에 왔
    다는 것이었다.

    급한 마음에 집에 가보니 영우는 작은방 한구석에서 공책에 뭔가를 끄적거리고 있었다.



    -영우야.



    조용히 불러봤지만 영우는 들은 척도 안하고 하던 일만 하고 있었다.

    그래, 충격이 크겠지. 어린 나이라 더 심할거야.



    영우를 내버려두고 나는 저녁밥도 거른 채 잠을 청했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기 전 영우가 자고 있는 작은방의 문을 열어보았다. 영우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
    다. 그리고, 영우의 머리맏에 '일기장'이라고 써져 있는 공책이 눈에 들어왔다.

    영우에겐 미안하지만, 순수한 어린아이의 눈으로 보고 쓴 일기장을 통해서 그 집안에 일어난 일을 알 수 있
    고, 또 그렇게 해서 내가 범인이 아니란 걸 밝혀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조용히 그 공책을 내 가방속
    에 집어넣고 출근했다.

    설마 절도행위란 죄목까지 뒤집어 쓰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출근하자 마자 쏟아지는 엄청난 갈굼에 한동
    안 읽을 엄두도 못내고, 저녁 6시가 다 되어 프로젝트를 하나 끝마치고서야 문득 생각이 나서 급히 영우의
    일기장을 펼쳤다.



    2009년 3월 3일 화요일 날씨 구름


    학교에서 애들이랑 구슬치기를 하다가 손가락이 다쳤다

    울었다 그런데 집에 오니까 이쁜누나가 있었다

    이쁜누나는 엄마한테 지가 온걸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중에 밤에 엄마가 왔는데 갑자기 누나가 없어졌다

    이쁜누나랑 놀아서 참 재미있었다



    2009년 3월 7일 토요일 날씨 햇님


    학교에서 일찍 끝나서 집에 왔다

    집에 오니까 엄마가 있어서 무현이형아집에 가서 서든어택을 했다 헤드쌰도 했다

    나중에 집에가니까 엄마는 일가고 없었다

    그래서 이쁜누나가 나와서 놀았다

    그런데 누나는 우리엄마가 싫다고 했다



    이쁜누나? 내가 알기로 영우네 집엔 영우랑 영우엄마 둘밖에 안사는 걸로 아는데. 도대체 이 '이쁜누나'가
    누구를 말하는거지? 설마 그날 세진이가 말하던 '여자친구'인가.

    나는 그 존재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며 일기장을 몇장 넘겼다.



    2009년 3월 12일 목요일 날씨 비


    나는 이쁜누나가 좋다

    근데 이쁜누나는 엄마가 있을땐 안온다

    왜냐면 엄마가 싫어서이다

    그래서 나도 엄마가 싫다

    그래야지 이쁜누나를 빨리 볼수있기때문이다

    그리고 이쁜누나는 밤이랑 비가 오는날에 더 잘보인다



    그리고, 중간중간 빠져먹은 날짜와 언급이 없는 날짜를 넘기다 보니 사건 전날까지 오게 되었다.




    2009년 3월 16일 월요일 날씨 햇님


    학교에서 끝나서 집에 왔는데 엄마가 있었다

    나는 엄마가 싫다

    왜냐면 이쁜누나랑 나랑 결혼하기로 했는데 엄마가 있을땐 안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현이형아집에 가서 서든어택을 하다가 집에 가니까 엄마가 없었다

    이쁜누나가 나와서 나랑 결혼하자고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건지 물어보니까 우리 엄마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엄마는 맨날 있는건데 어떻게 없어야 되는지 물어보니까 내일 밤에 집에 불을 다 끄고 화장실에서 기다리
    면 이쁜누나가 다 알아서한다고했다



    뭐지?

    이 '이쁜누나'란 인간. 설마, 설마 이 인간이 영우엄마를 죽인건가?

    그리고 영우는 왜 '집에 온다'라는 표현을 안쓰고 '나온다'라는 표현을 쓰는거지?

    도대체 누구냐. 니 정체가 뭐냐.



    황급히 다음장으로 넘겼는데, 사건 당일날의 일기는 없었다. 대신 어제날짜의 일기가 쓰여져 있었다.

    과연 내용이 뭘까. 나와 세진이의 눈을 피해서 방구석에서 혼자 끄적거리던 그 일기의 내용이 뭘까.



    2009년 3월 18일 수요일 날씨 구름


    이쁜누나가 엄마를 없어지게 했다

    처음엔 슬펐지만 이쁜누나랑 결혼할 상상을 하니 재미있었다

    경찰아저씨가 어제 뭐했냐고 막 물어봤는데 그냥 우니까 보내줬다

    역시 똑똑한 이쁜누나가 가르쳐준대로 하니까 됬다

    몰래 우리집에 들어가서 깜깜하게 하니까 이쁜누나가 나와서 얘기를 했다

    그런데 누나한테 거짓말을 했다

    일기는 쓰냐고 물어봤는데 안쓴다고 했다

    이건 아무한테도 안보여주는거다 비밀이다

    그리고 내가 무현이형아집에서 잔다고 하니까 그러면 또 이쁜누나를 못본다고 했다

    나는 무현이형아랑 세진이누나가 갑자기 싫어졌다

    그래서 누나한테 말하니까 또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했다

    내가 가야된다고 말하니까 갑자기 누나가 나한테 막 들어왔다



    또 '이쁜누나'가 알아서 해?

    알아서 한다고? 나랑 세진이를?

    영우엄마처럼?

    ..

    ...

    ..

    .

    다른 건 모르겠지만.

    세진이가 위험하다.





    뒤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최대리녀석의 포효를 들은체만체 하고 사무실에서 뛰쳐나와 곧장 차에 시동을
    걸었다.

    무리해서 악셀레이터를 밟으며 세진이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세진아! 지금 당장 집에서 나와! 빨리!

    -뭐래. 오빠 지금 근무시간 아냐? 끝나고 전화해.

    -아니 빨리 나오라고!너 위험해!



    나의 마지막 말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세진이는 별 대수롭지 않은 듯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전화가 끊
    기면서 전화기 너머에서 희미하게 영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나야, 일로와봐.'

    다시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졌다. 그리고 심하게 화가 났다. 난 평생 전화해본 적이 없는 아
    파트 관리실에 전화를 걸었다.



    -예~ 관리실입니다.

    -804호 뭡니까.

    -네? 갑자기 무슨..

    -804호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냐고요! 나 당신들이 살인자라고 몰아가는 805호 이무현인데, 좀 이상한 말을
    들었습니다만.

    -저기 이무현씨, 진정하시고..

    -진정? 지금 나랑 장난쳐?! 거기 뭐야, 뭔 일이 있었냐고 묻잖아!

    -....

    -지금 집에 가는길인데, 바른대로 말 안하면 관리실 먼저 다 엎어버리는 수가 있어!

    -804호라.. 지금 살고있는 영우네가 오기 전에 거기서 한 여중생이 자살했었습니다.

    -뭐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언젠가 한번 부모님께 큰 꾸지람을 들은 그 아이가 다음날 베란다에서 뛰어내렸었고,
    한달도 안되서 그 애미애비들은 자기 애가 자꾸 나타난다며 반 미친사람처럼 헛소리를 해대더니 급기야 이
    사를 가버렸었어요.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씨발 영우가 '이쁜누나'가 죽였대잖아! 지금 당장 805호로 가!



    부아가 치밀어 핸드폰을 던져버렸다.

    이건 말도 안된다.

    영우의 일기와 관리소장의 말이 맞다면 '이쁜누나'의 정체는, 이전에 살던 가족의 부모에게 보인다던 자살
    한 자기 딸일 가능성이 높다.

    생각해 보니 이렇게 낡은 아파트에 바로 옆집 문이 삐걱거리면서 열리고 닫히는 소리 정도를 거실에 있는
    내가 듣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런데 그 날 저녁은, 내가 기억하는 한 조용했다.

    그렇다면 출입자가 없었다는 말이 된다. 설마, 그날 갑자기 왠 미친 강도가 8층까지 가스배관을 타고 베란
    다로 침입해서 그 여자를 죽였다고 가정하기엔 일기의 내용과 조합해 봤을 때 너무나도 희박한 확률이다.

    답은 하나다.

    범인은 원래부터 집에 있었다.

    영우도, 그 '이쁜누나'도. 어두컴컴하게 집의 모든 불을 다 꺼놓고 숨어서 최희진이 집에 오기를 숨죽여 기
    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비슷한 방식으로 세진이까지 위험하다.



    아파트에 도착해서 입구 아무데나 대충 차를 세워놓고는 급히 엘레베이터를 탔다. 입구에서 마주친 관리소
    장이 허겁지겁 따라왔다.



    -갔는데 문이 잠겨있어서 비상키와 공구를 좀 가져가는 길입니다.

    -그거, 왜 말 안했습니까! 왜!

    -저, 저도 설마 그 계집이 다시 나타날 거라곤..



    말도 안되는 변명이다.

    말도 안되는 상황에 말도 안되는 변명을 지껄이고 있는 말도 안되는 아파트의 관리소장이다.



    오늘따라 유난히 느린 엘레베이터 숫자판이 8으로 바뀌고, 관계자외 출입금지 바리케이트가 쳐 있는 804호
    를 지나 805호 우리 집의 문 손잡이를 돌렸다. 잠겨 있었다.

    황급히 열쇠로 문을 땄지만 안에서부터 체인이 잠겨있었다. 좋지 않은 예감이 머릿속을 스쳤다.



    -세진아!! 안에 있니? 세진아! 문좀 열어봐!! 영우야!!



    하지만 대답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살짝 열린 문의 좁은 틈으로 겨우 손가락을 집어넣어 체인을 어떻게든
    빼보려 하고 있을 때, 옆에서 관리소장이 바지의 카고주머니에서 절단기 비슷한 도구를 꺼내어 체인을 잘라
    냈다.

    어둑어둑한 집에 들어서자 마자 현관 바로 옆 화장실에 영우가 쪼그려앉아있었다.



    -영..



    나와 눈이 마주친 영우는 베시시 웃으며 한손으로 안방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반쯤 열린 안방문을 확 열어재끼고 불을 켰을 때, 아. 제발 이게 꿈이기를.

    세진이가 침대에 엎드려서 뒷덜미에 왠 칼이 하나 깊숙히 박힌 채 힘겹게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관리소장은 한숨을 내쉬며 뒤로 돌아서 119에 전화를 했고, 그 사이 영우는 꺄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신발
    도 안신고 뛰어 도망가 버렸다.



    -세진아! 정신차려봐! 오빠 왔잖아. 오빠좀 봐봐!

    -아, 어, 오, 오, 빠, 영우, 영우, 영우야.

    -말하지마! 구급차 불렀으니까 가만히 있어! 힘빼면 안되. 죽지 마 제발.

    -아, 니야, 미, 미안, 미안해, 하, 하아, 사, 사ㄹ..




















    최희진과 박세진 살인사건의 용의자는 김영우 어린이로 판결이 났다.

    김영우 어린이는 의사 무능력자라는 이유로 살인의 동기 등에 상관 없이 별도의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으며
    현재 모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박세진 살인사건이 일어난 이틀 후 박세진의 동거남인 이무현은 한밤중에 그의 아파트 804호에 들어가 불

    을 지르고 그 안에서 질식사하였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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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22 23:44:08  124.63.***.69  Alex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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