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백화점 고객센터 직원입니다.
저는 의류와 신발, 악세사리 담당부서에서 일합니다.
제 부서에서 고객을 담당하는 사람은 저와 박수정이라는 여직원 둘 뿐입니다.
제가 그 메일을 처음으로 받은 것은 두번째 살인 사건이 발생한 후 였습니다.
[뱃살을 도려냈고, 이번엔 발을 잘라냈다.기쁘지?]
메일 내용은 뉴스에 보도된 사건과 같았습니다.
저는 왜 이런 메일이 저에게 왔는지 알 수 없었으며, 누군가의 장난일거라고 생각하고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세번째 메일을 확인한 후 저는 이것이 장난이 아님을 알게 되었죠.
[내일은 그 년의 눈을 파버릴 것이다.]
다음 날 뉴스에 40대 여자가 두 눈이 파인 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견되었다고 나오는 겁니다.
저는 손발이 떨리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왜 그때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냐구요?
바로 다음에 읽은 두번째 메일 때문이었죠.
[신고하지 마라. 다 널 위해서 이러는 것이다.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다.]
그리고 네번째 살인이 일어났습니다.
20대 여성의 두 가슴이 도려진 사건 말이죠.
역시나 그 놈은 저에게 예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직접 메세지를 남겼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현관문 안쪽에 살인 예고 쪽지가 떨어져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걸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왜 그 놈이 나에게 이러는지, 왜 나를 흉악스런 살인사건에 엮으려 하는지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사는 집까지 알고 있으니 제가 살해당하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용기를 내어 경찰에 신고하기로 다짐하였습니다.
여기까지입니다. 형사님"
"그 동안 본인에게 일어났던 다른 점은 없었나요?
"다른 점이요?
음........하나 있었습니다. 너무 일찍 잠든다는 것이었습니다.
밤새 강도가 들어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심문 과정을 양면유리로 통해 지켜보던 정신과 전문의 김박사는 박형사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스마일마스크 증후군입니다."
"네?"
"주로 서비스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걸리는 병으로 자신의 기분 상태와 관계없이 항상 웃어야 되는
이중적인 생활이 오래되면서 감추어진 본성이 비뚤어지는 것이죠. 보통은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 조울증을
앓게 되는데 피의자는 더 심각한 형태로 발전한 것 같습니다.
잠 든 사이에 자신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증오와 복수의 본능이 살아나
자신도 모르게 살인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음....그렇군요. 일종의 다중 인격체가 된 거군요.
뱃살이 도려진 첫번째 피해자는 40대 여성으로 옷을 구입한 후 뚱뚱하지도 않은데 허리가 맞지
않는다며 고객센터에서 난동을 부렸다고 하더군요.
발이 잘린 두 번째 피해자도 구두 때문에 저 친구에게 심한 욕설과 모욕감을 줬다고 합니다.
눈이 파여진 세 번째 피해자는 썬글라스 때문에 행패를 부린 적이 있구요.
그런데........이상한 건 가슴이 도려진 네 번째 피해자는 저 친구와 연관성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형사님. 저 친구가 범인인 줄 어떻게 아셨죠?"
"저 친구가 메일을 주로 매장 점심시간 때 확인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발신자 주소가 저 친구의 것이더군요. 본인은 그 계정을 만든 적이 없다고 급구 부인하지만
발신자 아이피를 추적해보니 저 친구의 집 컴퓨터로 밝혀졌습니다.
주로 새벽 시간 대 발송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의심하게 되었고,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을 하여 화장실 천장에서 범행에 사용된 칼과
옷가지를 발견하게 된 겁니다. 메일을 자신에게 보낸 것은 자신의 존재를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그럴 대상이 반대편에 있는 또 다른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겠죠."
"허허..그것 참 희한하군요. 낮 시간대의 자신은 밤 시간대의 자신을 모르고, 밤시간대 자신은
낮 시간대 자신을 알고 있다니....좀 더 연구해봐야 하겠습니다.
어찌되었든 젊은 친구가 안됐습니다. 쯧쯧"
김박사는 안타까운 듯 피의자를 주시하며, 혀를 찼다.
열차에 몸을 담은 수정은 오랫동안 도심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수정은 자신이 몰래 음료수에 넣은 수면제를 먹고 그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면 죄책감도 들었다.
그러나 그가 선택한 연인이 자신이었으므로 그도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정은 자신의 계정으로 그에게 마지막 메일을 보냈다.
[미안해요]
-끝-
출처
웃대 - 하드론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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