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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
I 이젠
D 더 이상
S 살 수가 없구나.
--
"뭐..라구요..?"
달칵-
수화기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 그와 동시에 진성의 마음도 땅에 떨어지는 듯 했다.
"어째서? 왜?"
진성은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24년차 솔로였던 진성은 성관계는 물론이고 키스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진성이.
"왜 내가 에이즈 양성반응이냐고.."
눈물이 나왔다. 아직 해보지 않은게 많은데, 아직 앞날이 밝은데, 이제 군대에서 나왔는데. 진성은 일단 병원에 찾아가보기로 했다. 혹시 오진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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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너희가 없어져 버렸으면 내가 감염되는 일도 없잖아. 안 그래?"
"흐어..흐윽.."
피 묻은 칼을 든 사람과, 그 칼에 찔린듯한 한 사람.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쨍강-
"자. 너 가져."
남자는 칼을 칼에 찔린 여자 앞에 던졌다. 여자는 망설이는 눈빛을 하더니 칼을 집어들고 남자에게 덤벼들었다. 눈 속에 가득 차 있는 단 하나의 감정.
"죽어어!"
칼에 찔린 사람의 힘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속도. 아마 자신을 제물로 바쳐 힘을 뽑아내는 분노일 것이다.
"큭."
남자는 예상대로라는 듯 입꼬리를 말아올리더니 뒤로 피했다. 하지만 여자의 칼은 남자의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칼이 남자를 베는 순간 남자의 눈빛이 변하더니 여자의 칼을 빼앗고 여자를 찔렀다.
푸욱-
"정당방위 성립."
"끄..끄흑.."
여자는 가래 끓는 소리를 내더니 쓰러졌다. 남자는 뒤를 흘긋 바라보더니 자리에 쓰러졌다.
골목 구석에 설치된 CCTV.
그곳엔 여자가 남자에게 칼을 들고 덤벼드는 장면만이 찍혀있었다.
남자는 진성이었다.
--
'머리 속에 모두 들어있는 이 동네의 CCTV의 위치와 각도, 촬영범위, 시야. 모두 한번, 두번씩은 입은 상처의 크기와 '정당방위'의 정의. CCTV의 범위에 들어올 때의 행동과 표정. 모든것이 완벽해'
진성은 모두 4차례의 살인을 저질렀다. 모두 에이즈 환자만. 이게 다 병원 차트에 있는 집 주소 덕분이었다.
진성은 자신이 에이즈에 왜 걸렸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고, 그 분노를 같은 에이즈 환자들에게 쏟아부은 것이었다. 마치 너희들이 없었다면 에이즈에 걸릴 일도 없었단 듯이.
그렇게 진성은 4명의 에이즈 환자를 죽였다.
진성은 4차례에 걸친 살인마다 모두 정당방위의 증거가 있었고, CCTV에 찍힌 화면도 명백히 그가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
"끄륵.."
피 끓는 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남자. 그리고 앞에 서 있는 진성. 진성의 몸에는 방금 입은 듯한 상처가 4~5개 정도 새겨져 있었다.
"이번 상대는 어려웠어.."
숨을 몰아쉬며 진성은 CCTV를 보았다. 진성은 자신의 충실한 살인도구에 걸리지 않게 씩 웃고는 쓰러졌다.
--
'더 이상의 살인은 위험하다. 경찰 측도 5번이나 살해 위협을 받은 날 의심하고 있다. 방금 그 살인이 마지막이야. 이제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만 남았군.'
생각해보니 자신이 더욱 비참해졌다. 에이즈 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살인을 하다니. 자신이 한심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 위로했다.
따르릉-
-아 진성씨, 죄송합니다. 에이즈 환자가 아니셨어요. 전산작업 중 진료 차트가 엉키면서 진료 기록이 뒤바뀌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뭐..라고?"
어이가 없었다. 그럼 자신의 손에 죽어간 5명의 사람들은? 내가 그동안 겪은 심란한 마음은? 항상 마음 졸이며 살았던, 감기에나 걸릴까 두려워 떨었던 나는?
하지만 그 모든 감정을 덮고 생각나는 것은 하나, 기쁨.
정말 기뻤다.
"크하하하하! 하하하!"
마음껏 웃었다.
"크하하하하! 하하하하!"
미칠듯이 웃었다. 정말, 멈추고 싶었는데도 계속 웃음이 나왔다.
"크흐..크하하! 하하하하!"
눈물이 나온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아닐거야, 아닐거야 하면서도 내 눈운 통제를 벗어나
"흐아아아아악!!"
몸에 새겨진 상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출처
웃대 - 호그와트의비밀지도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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