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모양인데, 어느쪽이든 야권이 합심해 만든 대표를 뽑긴 뽑겠지만 조금 섭섭하다.
문재인이 대선 후보자로서 결단력이 부족한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는 문재인이 다시 한번 대권에 표를 던졌음 하기 때문이다.
야당 대표시절 문재인이 보여준 인재영입과 시스템공천을 보면 그의 큰 단점인 결단력을 보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 수가 있다.
나야 그렇게 생각하지만, 야권 지지자들은 또 다른 모양이다.
박근혜 지지율이 14프로까지 추락하는데도, 박사모 카페는 오히려 똘똘 뭉쳐 육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박근혜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단단한 지지층이구나 싶었다.
문재인에게 박근혜와 같은 기상천외한 게이트가 발생한다면 누가 그의 곁에 있어줄까.
노무현도 그의 죽음 뒤에서야 지지층들이 돌아오지 않았었나.
어쩌면 그가 죽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이상 그에게 살아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기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때문에 그를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앞에서 속시원이 내지르는 사람보다 보이지 않아도 묵묵한 정치인이 좋아졌다.
노무현은 공격과 수비를 모두 갖춘 예외적인 정치인이었기에 열외로 치더라도, 문재인 같은 묵직한 수비수 같은 정치인은
앞으로 또 볼 수 있을까 싶다.
호남 발언으로 문재인의 정치 행보가 삐걱거리기도 하고, 호남표 없이 대선이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나는 문재인이 청와대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보통 사람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보이지 않는 기업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것처럼, 나는 그에게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정치의 일부가 되어 보이지 않는 정치인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