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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442909
    작성자 : 소울메이커
    추천 : 77
    조회수 : 7856
    IP : 118.32.***.243
    댓글 : 23개
    등록시간 : 2015/12/22 01:19:48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42909 모바일
    오빠 둘, 남동생 하나32-비글들과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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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가 둘, 남동생이 하나. 셋째이면서 외동딸. 그리고 끼이는 중간다리.
    부모님을 떠나 넷이 함께 자취를 하고 있다.
    오랜만에 글을 쓰기에 혹시나 하고 내 설명을 해본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이번주,
    온화의 상징이자 집안의 컨트롤러 큰오빠는 일찍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하려고 했는데, 내가 국을 끓이는 날이면 모두들 국그릇을 앞에 두고 제사를 지내는 듯 가만히 있거나,
    별 생각없이 수저를 들고 먹던 막내가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큰오빠가 대신 해주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정말이지 국끓이는 건 늘지가 않는다. 어느날은 화장품 맛, 어느날은 향수맛이 나는 신기한 국을 끓인다)
     
    큰오빠가 저녁 준비를 하니까 양심상 옆에서 파라도 까야겠다고 생각하며 돕는데(돕는다고 쓰고 거치적이라 읽는다)
    막내가 대뜸 부엌으로 오더니
     
    막내: 큰형아, 우리 크리스마스때 뭐해?
     
    라고 물었다.
     
    큰오빠: 굳이 뭘 같이 해야해?
    막내: 당연한 거 아니야?
    큰오빠: 왜?
    막내: 몰라. 그냥 그래야 할 거 같은데?
     
    그러고 보니, 이번 크리스마스는 모두 솔로다. 작은오빠의 연애 사업이 부도에 이르렀고,
    어쩌다보니 올해 다 솔로... 인 것이다. (비참)
     
    나: 작년 크리스마스때 뭐했지?
    막내: 나나랑 술마시지 않았나.
    나: 아니거든. 니 청춘도 참...
    큰오빠: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막내: 그런 건 없는데 그냥 의무적으로 뭘 해야할 거 같아.
    작은오빠: (거실에서 소리지른다) 아 남의 생일에 왜 니가 난리야!
    막내: 봤지? 작은 형 완전 히스테릭하다니까! 달래주자고.
    큰오빠: 음, 그럼 하고 싶은 거 생각 해서 얘기해줘.
    막내: 게임방 갈까?
    나: 이게 진짜.
     
    뭐 그런 대화를 하고 저녁을 먹는데, 어릴 적 크리스 마스가 생각이 났다.
    어린시절 크리스마스에는 항상 가족끼리 케잌을 먹던 날로 기억을 했던 거 같다. 뭘 축하하는 날인지는 모르고.
    유치원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라니 만들었고, 빼뚜름한 글씨로 엄마아빠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특히나 어린 막내에게 크리스마스는 늘 특별한 날이었다. 마치 제 생일처럼.
     
    아빠는 꽤 오랫동안 산타 노릇을 했다.
    이유는 물론 막내가 어렸기 때문이다.
    막내와 나는 항상 크리스마스 이브에 쿠키, 당근, 물을 문 앞에, 깨끗한 운동화를 머리 맡에 두고 잤다.
    혹시 산타할아버지와 루돌프가 배고플까봐. 그리고 신발에 선물을 담아주십사 하는 마음을 담아서.
    그렇게 잠이들면 어느새 쿠키 그릇과 물은 비어있고 선물이 놓여져 있었다.
     
    나: 일어나봐!
     
    하고 막내를 깨우면 어린 막내는 칭얼거림 없이 일어나 선물을 뜯어보며
     
    막내: 나나! 나 로보트 바다쪙!
     
    하고 기뻐했다. 그럴 때마다 큰오빠와 작은오빠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지나갔지만.
    내가 기억하기로는 나랑 다섯살 차이가 나는 큰오빠는 산타할아버지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큰오빠보다 좀 눈치가 띨띨한 작은오빠는 모르겠다. 지 말로는 알았다고하는데 꽤나 오랫동안 믿었을거 같다,
    큰오빠가 산타를 알게 된 계기는 일곱살 되던 해에, 아빠가 선물을 놓는 것을 봤다고 한다.
    아빠는 "꿈을 꿨나 보네~"라고 넘겼지만 큰오빠는 조숙한 어린이였다.
     
    아빠: 그래도 동생들은 어리니까, 모르니까. 막내가 일곱살이 될 때까지는 모른 척 해주면 좋겠어.
    큰오빠: 그럴게.
     
    하지만 의외의 곳에서 비밀은 드러나는 법.
    어린 작은 오빠는 날 불러놓고, 실은 산타할아버지 같은 건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나: 아닌데, 선물 줬는데.
    작은오빠: 바보야. 그거 아빠야!
    나: (충격) 그럼 산타 할아버지는?
    작은오빠: 죽었지!
     
    내가 결국 울고 불고 하고 난 뒤, 작은오빠는 내 동심을 깨부셨다는 이유로 엄마한테 혼났고.
    입이 십원짜리인 나는 자다가 막내에게 진실을 말해줌으로써, 막내가 다섯살 되던 해에 산타 이벤트는 끝이 났다.
    (막내는 산타할아버지가 당근이 모자라서 죽은 줄 알고 자기 탓이라며 울었다)
    아빠는 차라리 잘 됐다며, 원하는 선물은 트리에 적어서 달아놓는 것으로 바꾸자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어른이 되고 나서는 각자의 친구들이나 이성 친구들과 보내는 크리스마스로 가족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낸 기억이 없다.
    마침 모두 솔로인 올해 어릴 때 기분을 살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결론이 모아졌고,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는 함께 보내기로 했다.
     
    일단 다 같이 영화를 한 편 보기로 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창덕궁에 놀러가기로 했다.
    다음은 크리스마스카드와 선물을 하나씩 준비해보기로 했다.
    서로의 산타가 되어주자는 것은 너무 일찍 진실에 몸을 맡긴 막내의 의견.
     
    이번 크리스마스는 특별하진 않지만 매우 특별할 것 같다.
    아빠 엄마는 이 소식을 전화로 들으시곤 굉장히 크게 웃으셨고, 그 웃음 소리에 우리도 웃고 말았다.
    왠지 이틀동안 다섯번 이상 싸울 거 같은 강렬한 예감이 들지만, 어쨌든 그러기로 했다.
    누군가 배우자가 생기면 다시는 없을 겨울일테니까.
     
    우리는 넷이고, 이토록 사소한 나날을 함께 지나고 있다. 
    출처 형제님들이여, 내년엔 솔로 탈출 하소서
    물론 니들보단 내가 급하지만
    소울메이커의 꼬릿말입니다
    큰오빠: 올해는 산타할아버지 안 오시겠다.
    나: 왜?
    큰오빠: 말을 안 들었으니까.
    나: 지금이라도 잘 들으면 안 될까?
    큰오빠: 우는 애들한테는 선물 안 준다잖아.
    작은오빠: 심지어 우는 처자야. 애도 아니네.

    내가 올해 울 일이 좀 많았다는게 마음에 걸린다.
    오시면 좋겠는데.
    모두 해피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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