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우리 큰오빠에 대해서 여러번 말했다. 침착하고 말수 없고 화 잘 안내고 온화한편이라고.</div> <div>큰오빠가 나한테 화를 낸건 살면서 고작 세번 정도 될까 싶을정돈데, 오늘은 최근에 오빠가 화난 일에 대해</div> <div>오빠의 시점에서 적어보려고 한다. 크노빠로 빙의!</div> <div> </div> <div> </div> <div>7월 X일 </div> <div>마트에 갔다. 셋째가 수박을 사달라고 했다. 사주지 않았다.</div> <div> </div> <div>7월 X일</div> <div>마트에 갔다. 셋째가 복숭아를 사달라고 졸랐다. 제철이라 그리 비싸지도 않았고,</div> <div>사줄수도 있었지만 사주지 않았다.</div> <div> </div> <div> </div> <div>냉장고를 열때마다 먹지 않아서 상한 배달음식과 반찬, 오래돼서 물러터진 과일들로 냄새가 난다.</div> <div>사다두고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치우기 귀찮아서 냉장고에 넣고 다시 꺼내지 않는 것도 많다.</div> <div>다시 먹지 않을 걸 알면서 보관하는 동생들에게 짜증이 났다.</div> <div>상한 음식들을 버리고, 셋째가 먹겠다고 사와서 그냥 방치된 오래된 자두 봉지를 꺼냈다.</div> <div>여기저기 물러서 곪아버린 부분을 도려내고 혼자 일곱알을 먹었다. </div> <div>손에 남은 끈적함과 함께 동생들의 행동에 화만이 남고 말았다.</div> <div>입도 달고 속도 달아서 저녁을 건너 뛰었다. 막내는 "저녁 안먹어?" 라고 물었지만 대꾸할 기운도 없었다,</div> <div>결국 남는 것이 모두 내차지구나 싶은 기분으로 저녁시간 내내 방에 혼자 있었다.</div> <div> </div> <div>셋째는 어릴 때부터 입도짧고 실증도 잘내는터라 밥을 먹을 때도 두끼니 이상 같은 반찬이면 먹지않아 부모님의 애를태웠다.</div> <div>같이 자취를 하겠다고 했을 때, 역시 그부분이 가장 걱정이었다.</div> <div>밥은 매일 먹는 것이니까. </div> <div> </div> <div>요 며칠 배달음식에 패스트푸드에 인스턴트를 먹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div> <div>그런 셋째를 보니 화가났다. 바빠서 반찬을 해두지 못했던 이유도 있지만, 제대로 챙겨먹지 않는 애들이 염려스러웠다.</div> <div>결국 그러한 감정들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터져버렸다. </div> <div>식탁에 와서 앉지도 않는 셋째에게 낮은 윽박을 지르고 말았다.</div> <div>내 소리에 놀란 눈으로 나를 보던 셋째는 쭈삣거리며 식탁에 앉았지만 도통 먹지 못하고 있었다.</div> <div>분위기 탓에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내 입은</div> <div> </div> <div>나(큰오빠): 먹기싫으면 먹지마. </div> <div>셋째(나): 그게 아니라...</div> <div>나: 내가 너 너무 오냐오냐 해주지? 그래서 이러는거지.</div> <div> </div> <div>라고 말해버렸다. 결국 수저를 내려놓은 셋째는 말을 하려다가 내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div> <div>큰눈을 이리저리 돌리더니 이내 빨개진 눈으로 날 보았다. 눈물이 떨어진다. </div> <div>이럴 땐 정말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div> <div>남동생은 둘이나 있지만 여동생은 얘 하나다. 둘째는 어찌저찌 잘 달래주던데, 어떻게 달래주는 건지 진작 물어볼걸.</div> <div> </div> <div>나: 들어가. 방에서 울어. 내 앞에서 울지 말고.</div> <div> </div> <div>모진 말을 듣고야 방으로 들어가는 셋째. 막내는 식탁에서 내내 눈치만 보다가 셋째의 방으로 들어갔다.</div> <div>그렇게 화를 내고나면 후회를 한다. 그냥 한 번 참을걸. 서운하게 하지 말걸...</div> <div>막내에게 전해들었는지, 밖에 있던 둘째에게 문자가 왔다.</div> <div>"형, 나올래? 소주 살까?" 내키지는 않았지만, 내가 없어야 뭐라도 먹을 애들을 생각해서 나가기로 했다.</div> <div> </div> <div>둘째는 별말 하지 않았다. 내 행동에 대해서도, 여동생에 대해서도.</div> <div>둘째는 그런 애다. 말이 필요없는 순간을 알고 있다. 지금처럼.</div> <div>둘이 소주를 두병쯤 마시고, 둘째는 마음 불편하면 얼른 사과를 하는게 좋지 않겠냐고 했다. </div> <div>그래서 난 자리털고 가자고 했고, 우리는 말 없이 걸었다.</div> <div> </div> <div>집 앞에 24시간 커피점이 눈에 들어왔다. </div> <div> </div> <div>나: 너 먼저 가.</div> <div>둘째: 왜?</div> <div>나: 커피한잔 하고 가게. </div> <div> </div> <div>둘째는 더 묻지 않고 돌아섰다. 나는 커피를 시키고 셋째에게 나오라고 문자를 보냈다.</div> <div>퉁퉁부은 눈으로 셋째가 왔다. 어릴때부터 울기만하면 눈두덩이가 새빨갛게 변해서, 아빠는 그게 속상하다고 했다.</div> <div>주눅들어 앞에 앉는 셋째를 보니 나 역시 빨간 눈두덩이에 속이 상해버렸다.</div> <div>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서.</div> <div> </div> <div>셋째: 오빠 미안해.</div> <div>나: 왜 울고 그래. 화도 못내게... 난 너 어떻게 달래주는건지 모른다고 했잖아.</div> <div> </div> <div>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린 집으로 왔다.</div> <div>다음날, 일을 마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여름내내 그렇게 먹고싶다던 수박을 사오는 일이었다.</div> <div>가장 비싸고, 가장 맛있는 걸로 사오기 위해 백화점까지 들렀다.</div> <div>음식물 쓰레기 그거 버리는 일이 어려워서 먹지 못하게 했던 건 아닌지 생각했다. </div> <div> </div> <div>우리는 넷이고, 별일도 아닐 걸로 서로에게 화를 내지만 결국 우리는 넷이다.</div> <div> </div> <div>--------</div> <div>큰오빠랑 싸우고, 오빠가 나중에 했던 말들을 토대로 오빠 입장에서 써봤습니다.</div> <div>부실할지도 모르겠네요.ㅎㅎ 큰오빠는 싸우면 꼭 밖으로 불러서 화해를 합니다. 그게 말로하는 건 아니지만요.</div> <div>궁금해하실까봐... 수박은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