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소회를 공유해보고 싶어 올려봅니다. 개인 글이라 평어체로 되어 있음을 양해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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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2012년 대선 때를 추억해본다. 그땐 그에게서 노무현의 그림자가 더 짙게 느껴졌다. 권력의지보다 부채의식이 더 강했던 것 같다. 운명이란 책 제목은 수동적인 느낌을 주었다. '어쩔 수 없지만 이게 내 운명이니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그때와 비교해보면 정말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생각이다. 노무현은 여전히 그의 친구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문재인은 문재인이고 노무현은 노무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무엇이 아니라 스스로 우뚝 선 한 명의 개척자가 된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채 5년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그는 나아갔고 버텼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많은 사람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며 여러 산과 바다에 나타나 그가 필요한 곳에서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옆에 있었다. 운명의 여신에게 붙들려 억지로 끌려다니는 모습은 더 이상 없었다.
뼈아픈 실패를 곱씹으며 복기하였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효과적인 전략을 시의 적절히 활용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람을 모았고 숨은 진주와 같은 인재들을 낭비하지 않았다. 지지자들의 자발성을 뿌리부터 빨아올렸다. 대세론에 안주하지 않고 차분하게 걸음을 옮겼다.
공식 선거운동이 끝나고 투표날이 되어 그는 산에 올라가 기자들에게 "하나도 홀가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단히 안심되는 대목이다. 이 말은 대통령이 되는게 그의 목적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국정수행은 선거보다 100배는 힘들 것이고, 이미 그 무게를 알고 있기에 도저히 홀가분할 수 없었던 것이다. 503번이야 대통령 되는게 목적이었으니 국정 따위 부담될 리 없었겠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5년 동안 그가 정말 대단히 달라졌고 5년 전에 비해 매우 발전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대통령이 되었고 대세론이 있었으니 원래 그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총선 전의 민주당을 생각해보면 동네북도 그런 동네북이 없다.
물론 2012 대선의 유산이 있었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지금 그의 자리는 온전히 그가 바닥에서부터 하나하나 쌓아올려 획득한 것임을 알만한 사람은 알 것이다. 속된 말로 고스톱으로 딴 자리가 아니다. 공짜는 없었다.
찬가가 좀 길었지만 핵심은 이것이다. 그는 안주하지 않았고 5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묵묵히 자신을 다듬어 마침내 이 나라의 수장이 되었다. 의견이 다른 사람이 있겠으나 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이 정도로 했는데 안 되었다면 깨끗이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했다고 본다.
그의 인생 여정을 낱낱이 다 알지는 못하나, 알려진 행적만을 놓고 보아도 그는 언제나 그런 사람이었다. 늘 자신의 길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뜻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매사에 최선을 다했던 그런 사람을 나의 대통령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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