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안녕ㄹ하세요 법게에 가끔 출몰하는 1년차 유부징어입니다.</div> <div>가열차에 일해야 할 시간인데, 유난히 집중이 안 되는 날씨입니다.</div> <div>그 와중에 오유에는 결혼게시판이 생기질 않나..</div> <div>주옥같은 글들을 탐독하던 중에 괜히 썰도 풀어 보고 싶고.. </div> <div> </div> <div>자세히 쓰면 왠지 신상공개가 될 듯 한데 암튼 뭐 적당히 써 보겠슴다.</div> <div>아, 아래에서는 평어체&음슴체로 쓰겠습니다. 일기는 게시판에..</div> <div> </div> <div> </div> <div><strong>1. 프로포즈</strong></div> <div> </div> <div>안주인께서는 늘 말씀하셨다. '뻔한 프로포즈는 아니한만 못하느니라'</div> <div>그래서 나는 최대한 뻔하게 레스토랑을 예약한 뒤 그 날 시간을 비워 놓으라고 뻔뻔하게 말한 다음</div> <div>예약 전날 안주인의 집을 급습하여 감기로 골골대며 누워 계신 주인님께 쓰다 만 편지를 읽으며 잘 닦은 반지를 끼워주었다.</div> <div>그리고 다음날 손잡고 레스토랑에 가서 분자요리를 먹었당. 분자요리 맛있음.</div> <div> </div> <div> </div> <div><strong>2. 결혼은 셀프</strong></div> <div> </div> <div><strong>가. 스/드/메</strong></div> <div> </div> <div>안주인은 참 검소한 사람이다. 돈을 아끼고 아껴서 신혼여행 때 비즈니스를 타고 갔다.</div> <div>비즈니스를 타기 위해 결혼식을 작게 하기로 했다.</div> <div> </div> <div>셀프 웨딩이란 말을 그때 처음 알았다.</div> <div>드레스와 볼레로? 케이프?(암튼 어깨를 두르는 레이스 달린.. 이것도 이때 처음 알았다), 티아라 기타 등등 해서 20만원 주고 샀다.</div> <div>도우미를 안 쓸 예정이었으므로 바닥에 안 끌리는 심플한 A자 드레스로.</div> <div>안주인 괜히 머메이드 입고 싶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셨음.</div> <div> </div> <div>드레스는 식 끝나고 중고나라에 올려서 12만원에 팔았다. 개이득.</div> <div>턱시도 없이 검정색 양복 사이즈 딱 맞춰서 새로 장만. 약 20만원</div> <div> </div> <div>스튜디오 촬영은 생략.</div> <div>아무래도 그 사진은 아무도 안 볼 것이 분명했다.</div> <div>결혼식 사진도 아는 동생에게 부탁. 수고비로 20만원? 30만원? 아직도 그가 찍어준 결혼식 사진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없다.</div> <div>몇 장 보정해 준 사진 인화해서 액자에 넣어 부모님 드림. 울집엔 없음.</div> <div> </div> <div>메이크업은 집 근처 미용실에서 헤어+메이크업해주는데 안주인, 장모님 합해서 20만원. 신랑은 덤.</div> <div>내 눈썹도 조금 그렸는데 외모가 +1 되었다. 그래서 식 끝나고 눈썹 시술받음. 잘생김이 묻었다?!(거짓말입니다)</div> <div>샵 원장님 말이, 자기는 일주일에 몇 번 성형외과 출장 다니는데 거기서 하면 열배는 비싸게 받는다고 하셨다.</div> <div> </div> <div>신부화장이 끝난 후 신부님은.. 예뻤다. 음.. 누구세요? 너님같이 이쁜 분이 왜 나랑..?</div> <div>보통 신부화장하면...??? 원장님 금손..?? 워터프루프 뭐 쓰시는건가요.. 왜 울어도 안 지워짐?</div> <div> </div> <div> </div> <div><strong>나. 예식</strong></div> <div> </div> <div>결혼식장은 안주인이 다니던 교회를 빌리기로 했다. 대관료는 없음. </div> <div>다만 1층 까페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장소 대여료 60만원? 그 정도로 기억남.</div> <div> </div> <div>사실은 식사도 뺄까 했는데, 이것저것 생략하면서 장인어른께서 다신 조건이 딱 한 가지</div> <div>식사는 꼭 대접하라는 것이었으므로 이건 뺄 수가 없었다.</div> <div> </div> <div>예전에 사무실 오픈할 때 불렀던 뷔페가 괜찮아서 부탁드렸는데 예배당에 의자도 놔 주시고(예배당이 좌식으로 되어 있었음),</div> <div>음식이 참맛. 쓸데없는 종목 없이 알찬 구성으로.. 에 얼마였더라....? 아 이 부분이 기억이..</div> <div>1인분 2만원이었던 것 같은데 50인분만 했던 걸로 기억나지만 잘 모름. 100인분이었나? 그렇게 많이 안 불렀는데..</div> <div> </div> <div>식장 꾸밈은 교회 동생분들이 재능기부(라고 쓰고 노예착취라 읽음) 해주셨다. 정말 예쁘게 꾸며주셔서 무한감동.</div> <div>새벽까지 꾸며주신 한 자매님은 결혼식이 끝나고 나타나셨다.. 아 지금도 죄송..</div> <div>'다시는 교회에서 결혼식 할 생각을 하지 말라'며 신랑신부를 교회 십자가에 매달려는 동생분들께</div> <div>신사임당 열 분을 모시고 식사 하시도록 귀가조치.</div> <div> </div> <div>예식을 의미있게 만들고 싶어서 머리를 여러모로 씀.</div> <div>그래서 생각한게 1)부모님 입장 2)덕담강요였음</div> <div> </div> <div>부모님 입장은, 신랑신부 입장하기 전에 양가 부모님들께서 손잡고 먼저 입장하시도록 함.</div> <div>울아부지&어머니, 장인어른&장모님 입장 전에 긴장하시는게 눈에 보임..ㅋㅋ</div> <div>하지만 내 두다리는 이미 떨고 있지..</div> <div> </div> <div>덕담강요는, 사실 강요는 아니고</div> <div>축가 순서 뒤에 무작위로 아무나 나와서 신랑신부에게 덕담해주도록 하는 시간을 준비해 놓았다.</div> <div>사실 몇 분 안 나오실 줄 알고 미리 말해주실 분 정해 놓았고</div> <div>물론 그분들께 미리 귀띔해 드리진 않았다..ㅋㅋㅋ</div> <div>주례자님께 드린 대본에 써 놓음. xxx씨 한 말씀 하시죠~ 뭐 이런식으로.</div> <div> </div> <div>그런데 너도나도 나와서 말씀하시겠다고 마이크 쟁탈전이ㅋㅋㅋㅋㅋ</div> <div>미리 찜해놓은 분들도 주례자가 부르기 전에 나와서 말하고ㅋㅋ 암튼 흐뭇했다.</div> <div> </div> <div>순서가 한 가지 더 있었는데 이건 생략.</div> <div> </div> <div> </div> <div><strong>다. 예물, 예단, 폐뷁/한복</strong></div> <div> </div> <div>전부 x</div> <div>반지는 프로포즈할 때 주인님께 드렸던 것과 같은 디자인으로 얻어 끼게 됨. 둘이 합쳐 70 안 됨.</div> <div>결국 결혼반지 디자인을 고른 것은 나 혼자..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div> <div>그리고 옷이 반지에 자꾸 걸린다고 핀잔받음.</div> <div>일상생활에서 낄 수 있게 그린랜턴.. 아니 평범한 링에 모기눈알만한 다이아 푹 들어가 있는 그런 디자인으로 했는데도</div> <div>다이아 고정용 고리가 튀어나와 있어서 마누라 니트, 스타킹 등 자꾸 해먹어쌈.</div> <div>나도 잔소리 먹었쌈. 지금도 잘 끼고 있음. 손가락 홀쭉해짐.</div> <div> </div> <div> </div> <div><strong>라. 집</strong></div> <div> </div> <div>나는 변호사지만 돈이 엄씀.</div> <div>앞으로도 많이 못 벌 것이 거의 확실함. 여러분 법조계는 망했습니다(엄격/진지).</div> <div>사실 망했다는게 예전에 비해서 망했다는 것이므로 입에 풀칠할 만큼 벌고 있음. 혹시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div> <div> </div> <div>하지만 서울에서 집을 살 정도는 아님. 앞으로도 집 살 가망은 없어 보임... 하지만 우리에겐 부동산담보대출이 있지요?!</div> <div>당연하게도 부모님으로부터 결혼비용은 한 닢도 받지 않았다. 신혼여행 용돈으로 조금씩 받은게 전부.</div> <div> </div> <div>결혼 전 마누라 집 보증금 + 마누라 저축 + 마누라 돈 + 마누라 이렇게 해서 투룸 월세 보증금 마련. 야 신난다~!</div> <div>혼수는 선물도 받고 어쩌고 해서 대충 구비함. 세탁기-선물, 냉장고-구입, 침대-선물, TV-선물. 야 신난다~!</div> <div> </div> <div>주인님 내가 잘할께.. 엉? 아니 등짝은 왜..?</div> <div> </div> <div> </div> <div><strong>마. 신혼여행</strong></div> <div> </div> <div>신혼여행을 결혼식 전에 다녀왔음.</div> <div>여러분 돈 아껴서 비즈니스 타는게 정신/육체 건강에 참 좋습니다.</div> <div>어떤 항공사는 비즈니스석을 1+1로 팔기도 함..ㄷㄷㄷ</div> <div>신혼여행 가려고 결혼한 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ㅋㅋ아니라고 딱 잘라 말할 수가 엄써..</div> <div> </div> <div> </div> <div><strong>3. 결론</strong></div> <div> </div> <div>이래저래 약소하게, 그러면서도 의미있게 해보려고 애를 많이 썼는데</div> <div>지나고나서 생각해보니 참으로 잘했다는 생각입니다.</div> <div>처음에는 어른들께서 약간 부담스러워 하셨는데, </div> <div>생각보다 진행이 너무 잘 되어서 참석하신 분들이 결혼식 잘했다고 칭찬을 많이 하시자</div> <div>마치 처음부터 적극 찬성하신 것처럼... 읭?</div> <div> </div> <div>1년이 지난 후 느끼는 소회는..</div> <div>결혼식 다시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div> <div>그리고 결혼 전보다 아내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특이한가요?ㅎㅎ 저는 그렇습니다.</div> <div>결혼생활 썰도 차차 써보고 싶네요.</div> <div> </div> <div>그나저나 왜이리 말줄임표(...)가 많은지.... 킁킁 어디서 아재 냄새가</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