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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에 대해 쓰는 게 의외로 재미있어서 가끔 글을 쓸 것 같다.
이번엔 녀석의 외모에 대해서다.
01.
동생은 나와 전혀 다르게 생겼다.
나와는 다르게 피부도 하얀 편이고
나와는 다르게 머리도 정말 까맣고
나와는 다르게 얼굴도 작고 (젠장, 이거 쓰는 게 힘들었다)
목도 길고
쌍꺼풀도 없고
살도 잘 안 찌고
아무튼 그렇다.
개인적으로 동생의 손이 참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동생은 부모님 가게에 나가서 일을 하는데
짐을 나르기도 하지만
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영수증을 쓰기도 한다.
하루는 영수증을 쓰고 있는 동생의 손만 보고
주문을 하시려던 손님이 ‘아가씨, 이 모델로 몇 개 주세요’라고 하셨는데
동생이 낮은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하자
그제야 고개를 드시고는 그 아가씨가 남자란 걸 확인하셨다.
손님은 몇 번이고 동생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 보셨다고 한다.
02.
동생은 심한 동안이다 (만 스물셋인 인간에게도 ‘동안’이라는 수식어가 가능하다면 말이다)
작년에 한국에 마지막으로 동생과 간 적이 있는데
아버지의 친구분께서 동생과 날 데리고 고깃집에 가셨다.
아저씨의 아들은 아직 고등학생이라 함께 술을 할 수가 없는 사실이 아쉬우셨나 보다.
동생만 보면 술을 사주려 하셨으니 말이다.
식당 안에 들어선 아저씨는 아마도 맥주 두 병을 시키셨는데
(나는 살 뺀다고 금주 중이었다)
정말 자연스럽게 주인아주머니께서 나와 아저씨 앞에 잔을 두셔서
내가 내 잔을 그대로 동생 앞으로 밀어 줬다.
그리고 맥주를 따르는 동생을 보신 아주머니께서
‘아니, 몇 살인데 술을 마셔?’라고 물으시자
아저씨께서 조금 과장을 보태
‘허허, 이 녀석 이렇게 보여도 스물은 한-참 넘었습니다’라고 설명하셨다.
아주머니는 웃으시며 이렇게 받아치셨다.
‘에이, 농담도 참’
그렇게 동생은 그날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맥주 몇병을 해치웠다.
03.
동생은 흡연자다 (언젠가 나한테 담배 피운 걸 처음 들킨 일에 대해 쓰고 싶다).
가게에서 점심시간 때면 앞에 나가서 담배를 피우는데
처음 그 광경을 본 이 나라 직원들이 깜짝 놀라 어무니께 이 사실을 고발했다.
(우습지만 부모님 가게 앞의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나중에 어무니께 얘길 했다고 한다)
어무니는 웃으시며
‘저놈 저래 봬도 장가갈 나이 한참 지났어’라고 하셨다.
(이 나라에선 만 열여덟이면 결혼하는 사람들이 흔하니까)
그걸 들은 직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사람들은 동생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빤히 보곤 한다.
04.
아... 동생이 어렸을 때 여장해서 사진도 찍어주고 했는데.
(예쁜 표정 지으라고 하면 얼굴에 꽃받침도 하고 그랬다)
그때가 그립다.
05.
이건 외모에 관련된 이야기가 맞는 건가 싶지만 그래도 쓰련다.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동생은 이성에게 인기가 많다.
아마 중학교 1학년때인가 2학년 때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왔을 것이다.
누가 이런 놈을 좋아할까 싶었는데
수줍게 집에 들어오는 놈의 여자친구를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정말 예쁘고 귀여운 처자였다.
아직도 기억난다.
동생이 얼마 안 되는 용돈을 모아 여자친구에게 귀걸이를 사서 선물한 걸.
(귀걸이 골라 줘서 고맙다고 나한테 팔찌도 하나 사줬다. 아직도 차고 다닌다.)
그 이후로 동생의 인기는 놈이 고등학생이었을 때 하늘을 찔렀다.
물론 이건 나중에 안 사실이었다.
동생은 이런 쪽으로 아예 티를 내거나 자랑을 하지 않았다.
(물론 여자친구가 있는지 없는지는 대충 보면 알 수 있지만)
내게 동생이 이 얘기를 털어놓은 계기는
나의 안타까운 연애 능력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둘이 지내는 동안 동생과 진솔한 얘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그리고 그 날은 연애에 관해서 얘기를 나눴는데
모태 솔로인 나를 안타깝게 여긴 동생이 한숨을 쉬며 말을 꺼냈다.
‘께소, 너는 눈치가 없어.’
‘응? 뭔 소리야? 눈치가없다니.’
‘누가 널 좋아하는지 눈치를 못 채.’
‘아니, 날 좋아하는 애가 있었어? 누구?’
‘말하면 뭐해, 이미 다 지난 일인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눈을 반짝이며 묻는 내게
동생은 자신의 연애 경험을 꺼내기 시작했는데...
‘잘 모르는 사람이 다짜고짜 마음에 든다고 사귀자고 하면 바로 예스라고 안 해.’
‘적어도 서로 대화도 나눠 보고 그래야지. 친구처럼. 상대방을 아는 게 중요해.’
‘맞지 않으면 그때 가서 거절하면 되는 거야. 상대방도 잘 이해할 수 있게.’
응?
잘 모르는 사람이 나한테 다가와 사귀자고 한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동생은 그렇게 내겐 전혀 도움이 안 될 얘기만 실컷 해줬다.
덕분에 나는 아직도 모태 솔로다.
디 엔드.
출처 | 사과같은 네 얼굴 호박같은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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