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size="2">무화과<br><br><br><br>무화과를 반으로 쪼갠다<br>혀에 닿으면 녹을 그 빨간 속이<br>내 몸에 핀 상처처럼 벌어진다<br>한 입 베어 무니<br>진득한 눈물이 흐른다<br>너만치나 달다<br><br>지금 내가 삼킨 상처가<br>뱃속에서 싹을 틔우고<br>무럭무럭 자라기를<br>그렇게 나조차도 들여다보지 못할<br>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는<br>꽃말 없는 꽃을 피우기를<br><br><br><br><br><br>담배<br><br><br><br>제가 스무 살 때였어요. 얼마나 힘들었냐면, 매일 밤 담배를 피우는 꿈을 꿀 정도였어요. 미치겠더라고요. 저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그 꿈을 계속 꾸다 보니까 어느 순간 담배가 피우고 싶어지는 거예요. 왜, 그럴 때 있잖아요. 평소에는 관심도 없었던 아이가 대뜸 꿈에 나타나 날 두근거리게 했는데, 눈을 뜨고 나니 진짜 그 아이가 좋더라는. 인터넷의 어느 해몽 사이트는 제 꿈의 이유가 스트레스라고 설명했지만, 저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그런 의미 있는 의미를 찾고 싶었어요.<br><br>그래서 저도 모르게 담배를 피우는 사람 옆에 붙어 다녔어요. 그중 한 명은 저보다 어린 아이였는데, 그 애는 밥을 먹고 난 후에 항상 담배를 피웠어요. 한 번은 제가 비싼 고기를 사줬거든요. 밥을 다 먹고 바깥의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그 애 옆에서, 제가 그랬어요. 나도 담배 피울까? 그 애는 조금 놀랐나 봐요,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담배 피우지 마요. 왜? 궁금해서 그래. 몸에 해로워요. 그러면 너는 왜 피우는 건데? 그건 그거고, 아무튼, 될 수 있으면 담배 피우지 마요. 어떻게 할까? 아니다, 그냥 누나 마음대로 해요. 알았어. 저는 말했어요, 안 좋다고. 응.<br><br>만약 그때 그 애가 한 번 피워보라면서 담배를 건넸더라면, 저는 지금쯤 골초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겠죠. 제 인생도 조금은 바뀌지 않았을까요? 이를테면,<br><br>아무리 시야가 뿌옇더라도 겁내지 않고<br>나쁜 말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동안에도 콜록거리지 않고<br>내 앞에서는 절대 담배를 꺼내 물지 않는 동생을 이해하고<br>얼 그레이가 좋아서 담배에 얼 그레이를 묻혀 피운다는 친구의 친구와 친구가 되고<br>가해害자라든가 피해害자라든가, 그런 차가운 표현을 아무렇지 않아 하고<br>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향해 한숨을 내쉬는 이를 쉽게 포기하고<br>그리고 그러다가 언젠가 담배를 끊게 되면<br>담배도 끊었는데 널 못 끊을까 보냐, 라며 사람이 아픈 나 자신을 다독이고<br>그랬을 텐데.<br><br>이제 더는 담배를 피우는 꿈은 꾸지 않아요. 저 괜찮아요. 정말이에요. 그런데 만약 그 꿈을 또 꾸게 된다면. 잘 모르겠어요. 그때는 담배를 피우게 될지, 아닐지. 상처받을지, 그러지 않을지.<br><br><br></font> <hr><font size="2"><br><br>제가 무화과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이번에 시향도 해보지 않고 '무화과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향수 꼭 마음에 들 거예요'라는 글만 보고 향수를 하나 샀어요. 그리고 어제 드디어 개봉을 했는데, '응? 이게 진짜 무화과 향인가?' 싶었어요. 익숙해지길 기다리고 있는 중이에요. 킁킁. 아, 뭔가 양초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해요. (냄새라고 하면 이상한가요? 예전에 '이 볼펜에서는 좋은 냄새 나.'라고 했더니 '냄새라는 표현은 좀 아니다. 향기지.'라는 답을 들어서) 여름이면 밤에만 뿌리고, 겨울이면 온 종일 뿌릴 그런 향이에요. <br><br>담배를 피우는 꿈속에서 저는 정말 담배를 맛있게(?) 피우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일단 깨고 나면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았어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건강이 나빠지는 것 같기도 했고. 어쨌든 끝까지 담배를 피우지는 않았는데, 간접흡연은 상당히 많이 한 듯해요. 몸에 해로운 건 둘 다 똑같지만.<br><br>아, 그리고 저 담배에 얼 그레이를 묻혀 피운다는 친구의 친구, 진짜 만나보고 싶어요. 덕분에 얼 그레이 차 많이 마셨거든요.<br><br><br></fo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