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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물 마시는 걸 싫어하는 내게 물을 먹이는 계절. 한낮에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게 되는 계절. 그리고 자연스레 눈이 먼다는 건 무엇인지 상상하는 계절. 그러나 밤에는 결국 고개가 하늘로 향하게 되는 계절. 매미의 울음소리가 아닌 매미의 삶에 대해 생각하는 계절. 땅속에서 7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린 끝에 길어봤자 한 달 동안 울다 죽는 그 곤충을 따라 울고 싶은 계절. (지금 7년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어떤 기사를 읽었는데, 이런 문장이 눈에 띄었다: "여름에 세상 밖으로 쏟아지듯 나온 매미는 달콤한 사랑을 한 달 정도 나눈 뒤 생을 마감한다.") 쉽게 지치는 계절. 하지만 맨몸에 걸친 티셔츠 한 장에 행복해지는 계절. 비를 맞으며 텅 빈 야외수영장에서 혼자 수영하고 싶은 계절. 내 인생 속 모든 도서관이 떠오르는 계절. 내 이름을 일부러 잊는 계절. 내가 태어난 계절.
겨울
아이스크림을 먹는 계절. 내가 손이 따뜻한 사람임을 감사하는 계절. 그래서 잡아줄 누군가의 손을 찾는 계절. 내겐 마음 편히 머무를 곳 하나 없는 한국이 떠오르는 계절. 소설보다는 시를 읽는 계절. 혼자 걷고 싶은 계절. 핸드폰을 들여다보기 싫은 계절. 내리는 눈마다 이건 어떤 이의 첫눈인가 궁금한 계절. 그리고 눈을 그리워하는 계절. 두 손 모아 기도하는 계절. 사랑에 빠지는 계절. 결혼하자는 말을 듣는다면 바로 고개를 끄덕일 계절. 어쩌면 내가 먼저 용기 내어 결혼하자 말할지도 모를 계절. 누구에게도 주기 싫다고 생각한 적 있는 계절. (만약 진짜 내가 이 계절을 독차지하게 된다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종이만큼 시린 세상에 홀로 서 있어도 웃을 수 있을 거다) 그만 좋아할 거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사랑하는 계절. 나의 계절.
출처 | http://blog.naver.com/rimbaudiz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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