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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23399
    작성자 : bosquemadura
    추천 : 5
    조회수 : 509
    IP : 211.125.***.22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5/12/31 23:07:46
    http://todayhumor.com/?readers_23399 모바일
    안티여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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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class="MsoNormal"><span style="font-family:'굴림체';">태어나서 처음으로 묵직한 필름 카메라를 목에 걸고 하는 여행이었다<span lang="en-us">. </span>삼박 사일<span lang="en-us">. </span>떠나기 바로 하루 전<span lang="en-us">, </span>크리스마스이브에 비행기 표를 샀고 계획 같은 건 당연히 짜지 않았다<span lang="en-us">. </span>몇 주일 전에 아버지께 지나가는 말로 <span lang="en-us">‘</span>거기 한 번 가보면 좋을 것 같아요<span lang="en-us">’</span>라고 말했던 곳이었다<span lang="en-us">. </span>솔직히 그 말을 하면서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span lang="en-us">. </span>아버지는 그런 걸 중요하게 여기셨다<span lang="en-us">. </span>많은 곳을 보고<span lang="en-us">, </span>많은 것을 배우는 일<span lang="en-us">. </span>하지만 아버지는 정작 제일 중요한 사실을 모르셨다<span lang="en-us">. </span>내가 여행을 싫어한다는 사실을<span lang="en-us">.</span></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 </span></p> <p class="MsoNormal"><span style="font-family:'굴림체';">짐을 싸고 짐을 풀고 짐을 챙기고 옮기고<span lang="en-us">. </span>여행이 싫은 가장 큰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span lang="en-us">. </span>언제부턴가 달달거리는 캐리어를 끄는 게 싫었다<span lang="en-us">. </span>내 주위에는 없는 특별한 무언가를 여행을 통해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span lang="en-us">. </span>내겐 내 방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가장 감동적이었다<span lang="en-us">. </span>몇 번을 봐도 새롭고 신기로운 풍경이었다<span lang="en-us">. </span>지금 머무는 방에서는 창 밖으로 바다가 보이는데<span lang="en-us">, </span>하루에 몇 번이고 색을 바꾸는 하늘과 그 아래에 있는 바다를 자꾸 멍하니 보게 된다<span lang="en-us">. </span>어제는 저런 색이 아니었는데<span lang="en-us">, </span>그런 생각을 하면서<span lang="en-us">. </span>또 익숙하다 여겼던 동네를 걸으면서 깨닫는 사실도 수두룩하다<span lang="en-us">. </span>집을 나간 동생을 찾으러 새벽에 동네를 구석구석 돌아다녔을 땐<span lang="en-us">, </span>평소엔 예쁘다고 여겼던 보라색 꽃을 피우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span lang="en-us">, </span>떨어진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그저 무서웠다<span lang="en-us">.</span></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 </span></p> <p class="MsoNormal"><span style="font-family:'굴림체';">그런 내가 여행을 떠나겠다고 결심했다<span lang="en-us">. </span>두근거리는 마음 하나 없이<span lang="en-us">. </span>미워하는 검은색 캐리어 안에 짐을 담고<span lang="en-us">, </span>목에는 짐 중에서 가장 무거운 카메라를 걸고 말이다<span lang="en-us">. </span>공항에 일찍 도착해 편의점에서 아침으로 컵라면을 사 먹었는데 우스울 정도로 맛이 없었다<span lang="en-us">.</span></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 </span></p> <p class="MsoNormal"><span style="font-family:'굴림체';">크리스마스날 비행기를 타고<span lang="en-us">, </span>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번화가인 역에서 내렸더니 눈앞에 노래방 간판이 보였다<span lang="en-us">. </span>혼자 노래방에 가는 걸 좋아하는 나는 망설이지 않고 곧장 노래방에 갔다<span lang="en-us">. </span>몇 년 만에 가는 노래방이었기에 신나게 놀고 싶었다<span lang="en-us">. </span>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네 시간 반을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는데<span lang="en-us">, </span>이상하게 고르는 노래가 죄다 발라드에 가사도 슬프기 짝이 없었다<span lang="en-us">. </span>다행히 옆 방에서 이상한 춤을 추며 흥겹게 노래를 부르는 아저씨를 보고 웃을 수 있었지만 말이다<span lang="en-us">. </span>아저씨가 나간 뒤에도 정장을 입은 회사원들이 같은 방에 들어가 마찬가지로 이상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더라<span lang="en-us">. </span>마치 모두가 내 슬픔을 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span lang="en-us">.</span></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 </span></p> <p class="MsoNormal"><span style="font-family:'굴림체';">어디에 갔는지에 대해선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span lang="en-us">. </span>재미도 없을 게 분명하고<span lang="en-us">.</span></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 </span></p> <p class="MsoNormal"><span style="font-family:'굴림체';">여행을 하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순간이 있다<span lang="en-us">. </span>미술관에서 렘브란트의 전시회를 보고 나왔는데<span lang="en-us"> (</span>그의 자화상을 보는데 눈물이 나왔다<span lang="en-us">.) </span>앞에 바다가 있었고 날씨도 기분 좋을 정도로 추운데다가 저 멀리 다리 위에 같은 하늘색 코트를 입은 커플이 나를 등지고 선 채로 바다를 구경하고 있었다<span lang="en-us">. </span>그 뒷모습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누른 후에 한산한 도로를 건너 다시 길을 걷는데<span lang="en-us">, </span>한 아저씨께서 클로버가 잔뜩 있는 곳을 허리를 숙인 채 뒤지고 계시는 게 보였다<span lang="en-us">. </span>자세히 보니<span lang="en-us">, </span>아저씨의 오른손엔 네잎클로버가 여러 개 있었다<span lang="en-us">. </span>이유는 모르겠지만<span lang="en-us">, </span>나는 서투른 이 나라 말로 아저씨께 말을 걸었다<span lang="en-us">. </span></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 </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span><span style="font-family:'굴림체';">네잎클로버 찾으셨어요<span lang="en-us">?’</span></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span><span style="font-family:'굴림체';">그래<span lang="en-us">, </span>이건 저기 건너편 공원에서 찾은 것들이야<span lang="en-us">.’</span></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span><span style="font-family:'굴림체';">그렇군요<span lang="en-us">.’</span></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span><span style="font-family:'굴림체';">아가씨<span lang="en-us">, </span>예쁜 거로 골라서 하나 가져가<span lang="en-us">. </span>겨울이라 그런지<span lang="en-us">, </span>그렇게 예쁘진 않지만<span lang="en-us">.’</span></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 </span></p> <p class="MsoNormal"><span style="font-family:'굴림체';">아저씨는 그렇게 손에 가만히 쥐고 계셨던 네잎클로버들을 내게 건네셨다<span lang="en-us">. </span>네잎클로버를 찾은 누군가의 모습을 목격하는 건<span lang="en-us">, </span>그게 처음이었다<span lang="en-us">. </span>나는 아저씨께 고맙다는 말을 하며 작은 구멍이 난 이파리 하나가 있는 녀석을 골라 공책 사이에 집어 넣었다<span lang="en-us">. </span></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 </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span><span style="font-family:'굴림체';">이것도 가져가<span lang="en-us">.’</span></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 </span></p> <p class="MsoNormal"><span style="font-family:'굴림체';">아저씨의 왼손에 들려 있었나 보다<span lang="en-us">. </span>이파리가 다섯이나 되는 클로버였다<span lang="en-us">. </span>내 새끼손톱 만한 그 클로버를 받았을 때 아저씨와 손이 스쳤는데<span lang="en-us">, </span>손이 정말 따뜻하셨다<span lang="en-us">. </span>내 손도 따뜻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span lang="en-us">, </span>아니었나 보다<span lang="en-us">.</span></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 </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span><span style="font-family:'굴림체';">고맙습니다<span lang="en-us">.’</span></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 </span></p> <p class="MsoNormal"><span style="font-family:'굴림체';">더는 뭐라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span lang="en-us">. </span>고맙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span lang="en-us">. </span>언어가 서툴렀기 때문만은 분명 아니었다<span lang="en-us">. </span>다만 모르는 사람에게<span lang="en-us">, </span>나 같은 사람에게 당신이 찾은 행운을 이렇게 나눠 주셔도 되는 건지<span lang="en-us">, </span>그게 조금 궁금했을 뿐이었다<span lang="en-us">.</span></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 </span></p> <p class="MsoNormal"><span style="font-family:'굴림체';">여행을 하는 동안 몇 시간을 걸었는지 모르겠다<span lang="en-us">. </span>길을 잃어 이리저리 걸어 다닌 시간이 참 많았다<span lang="en-us">. </span>그렇게 걷는 동안 이 여행을 하지 말 걸 그랬나<span lang="en-us">, </span>하는 후회 비슷한 생각을 잠깐씩 했다<span lang="en-us">. </span>그곳에서 유명하다는 음식은 부러 찾아 먹지도 않았다<span lang="en-us">. </span>대신 매일 밤 포장마차 비슷한 곳에 들어가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셨다<span lang="en-us">. </span>술이 다디달았다<span lang="en-us">.</span></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 </span></p> <p class="MsoNormal"><span style="font-family:'굴림체';">이 여행을 계기로 여행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span lang="en-us">. </span>아버지는 여행 첫날 노래방에 갔다는 내 말을 들으시고는 혀를 차셨다<span lang="en-us">. </span>예상했던 반응이었지만<span lang="en-us">, </span>그래도 조금 아팠다<span lang="en-us">. </span>나는 아무한테도 여행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span lang="en-us">.</span></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 </span></p> <p class="MsoNormal"><span style="font-family:'굴림체';">필름은 딱 한 통을 썼다<span lang="en-us">. </span>대화를 한 번이라도 나눈 사람은 찍지 않았다<span lang="en-us">. </span>서른여섯 장의 사진이 빨리 보고 싶다<span lang="en-us">. </span>사진이 전부 흐리게 나오거나 잘못 찍혔더라도 실망하지는 않을 것 같다<span lang="en-us">.</span></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 </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tyle="font-family:'굴림체';"> </span></p> <div style="text-align:center;"><img width="346" height="462" style="border:medium none;" alt="행운.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12/1451570342jifU8ZeUyiMOZKlLnZBSF793ELUf7k.jpg"></div>
    출처 올해 마지막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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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6/01/01 01:01:33  122.43.***.29  petrichor  540299
    [3] 2016/01/04 01:08:53  203.226.***.75  혜초  609291
    [4] 2016/01/04 01:54:10  218.38.***.3  고래연  69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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