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신병교육대 때의 이야기입니다.<br>그날따라 추운 12월의 어느날 강원도 홍천의 모 부대 신병교육대 였습니다.<br>나이많은게 자랑은 아니지만서도, 아직 푸세식 화장실이었다 정도만 말씀드립니다.<br>물론 소변도 벽보고 일렬로 쏘는 시스템...<br>우리 소대에는 그 다음날이었는지, 그 다음 다음날이었는지 건강상 이유로<br>귀가 조치가 예정된 동기가 있어서 특별히 불침번 근무가 FM이었습니다.<br>하필 그날은 제가 새벽 두시정도에 불침번을 서게 됐습니다.<br>조용히 한 동기가 저를 부릅니다.<br>'야, 나 똥마려'<br>새벽에 화장실에 갈 일이 생기면 불침번과 똥덩어리, 아니 똥마려운 동기가 함께<br>간부소대에 가서 보고하고 밖에 있는 푸세식 화장실을 이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br>불침번은 그동안 밖에서 대기해야만 했죠.<br>왜 괜히 추위에 발발 떨며 똥누는 사람을 기다려야 하는지 짜증이 났지만<br>그 즈음 주변 부대에서 푸세식 화장실에 빠져 사망한 훈련병이 있었다는<br>말같지도 않은 소문때문이라고 위안을 삼았습니다.<br>저는 가져간 후레쉬로 그 똥덩어리... 아니 똥마려운 동기와 푸세식 화장실로 향했고<br>무서워하는 똥덩어리... 아니 똥마려운 동기에게 후레쉬를 건네며,<br>'빨리 싸 ㅆㅂ' <br>라고 쾌변을 빌어줬습니다.</p> <p>문이 닫히는가 싶더니 이내 그 똥덩어리... 아니 똥마려운 동기가 문을 박차고 쏟아져 나옵니다.<br>'ㅆㅂ.... ㅆㅂ!! ㅆㅂ!!!!'<br>'왜! 왜! 뭔데??!!'<br>'사..사람... 사람... 사람!!!!'<br>'뭐??!! 사람??!!!!!!'<br>순식간에 그 말같지도 않던 주변부대 훈련병 소문이 생각났습니다.<br>동시에 왜 하필 내 불침번 시간에 이런일이 일어나는지... 그 똥덩어리가 원망스러웠습니다.<br>제 손에는 쾌변을 빌어주며 붙였던 담배가 한모금 밖에 안빨린 상태로 꽂혀 있었습니다.<br>마음을 추스리며 심호흡과 같이 담배 한모금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뿜은 후,<br>똥덩어리에게서 후레쉬를 뺏어 조심스레 다가갔습니다.<br>후레쉬를 최대한 빠르게 휘두르듯 하며 순간적으로 푸세식 변기 안의 상황을 봤습니다.<br>분명 손이었습니다.<br>'ㅆㅂ..... ㅈ 됐다....'<br>너무 순간적으로 보고 나니 확실히 해야겠다는 용기도 생깁니다.<br>다시 한번 휙!<br>'ㅆㅂ... 맞네......팔까지....'<br>소위 똥독이라는게 색깔을 검게도 만드나? 싶었습니다.<br>그렇겠지... 똥독이라면 검게 변하는게 오히려 자연스러운거 아닌가? 라고 한가로운 생각마저 듭니다.<br>다시 한번 휙!<br>'ㅆㅂ 장갑은 꼈네..........'<br>'진짜? 어쩌냐 ㅆㅂ? 빨리 보고해야되는거 아냐?'라고 얘기하는 똥덩어리가 진짜 미웠습니다.</p> <p>잠시후...<br>.<br>.<br>.<br>.<br>.<br>.<br>그 똥덩어리, 아니 똥마려운 동기는 장갑이 '꽂혀있던' 똥탑(낮은 기온 탓에 어느때보다 얇고 뾰족하게 얼었던)에<br>신경질적으로 짱돌을 던졌고, 두개째인지 세개째인지에서 그 공포의 똥탑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br>콧노래까지 부르며 똥덩어리... 아니 똥마려운 동기는 점점 똥안마려운 동기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br>그때까지도 제 손은 약간 떨고 있었지만, 두개피째의 담배부터는 안도의 웃음이 번졌습니다.<br>'하... 장갑이 어떻게 그렇게 하늘을 보고 폭! 꽂히냐..... 그나저나 장갑 떨어뜨린 ㅅㄲ는 어쩌냐.... 야!! 빨리 싸!!'</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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