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일한다.
어제 이브에는 바빴다. 커플들이 마치 샴쌍둥이처럼 붙어 가게를 찾아온다.
알콩달콩, 나도 저들과 비슷한 나이인데 난 카운터 안에 그들은 카운터 앞에.
나도 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랑 놀러가고 싶다.
그리고 더 열심히 살아서 끝내주는 게임 하나 만들어서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다.
꿈이 있지만 녹록치는 않다. 대한민국 흔한 여느 어려운 집 집안 장남이다. 여자친구도 집안이 넉넉하진 않다.
정말 운이 좋게 기회가 와서 카페를 열어 장사를 하고 있지만 매출은 괜찮게 나오는데도 막상 월말에 수중에 남는 돈은 얼마 없다.
학자금 이자, 가게월세, 집월세, 세금 등등 빠지고 나면 물에 넣은 솜사탕처럼 사라진다. 어리둥절
허투루 쓰는 돈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장부를 뒤져봐도 없다. 아아, 딱 하나 있네.
결국 아낄 건 담뱃값인가 ㅋㅋ 하면서도 막상 심신이 고단해질때 이마저도 없으면 당장 내일에라도 옥상에서 몸을 던질 것만 같다.
내가 하고 싶은걸 이룬다는건 꿈같은 얘기라는 걸 내가 잘 알겠다.
꿈에 타협을 봤다. 지금 여자친구와 결혼해서 없는 형편일지라도 열심히 한 번 점점 더 잘 살아보는거
어떤 길이든 간에 앞길에는 가시밭길이지만 피가나던 찢어지던 결국 지나가야 할 길이다.
그런 가시밭길을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걷기 위해 난 권리당원에 가입하고 내가 바라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줄 사람을 지지한다.
친구들은 나보고 정치병이 들었댄다. 뭐가 병이란 말인가? 내 창창한 앞길을 더 편하고 덜 아프게 가게 해줄 신발을 고르는데 그게 뭐가 나쁘단 말인가.
누구누구는 가마태워져서 그 가시밭길을 지나가지만 나같은 사람이 같은 곳을 지나가려면 맨발이 아니라 짚신이고 나막신이고 장화고 간에 뭐든 신고 가야할 것이다.
그 신발을 고르고 고르는 과정이다 정치는. 8년 전 중학생일 때 이명박을 시작으로 내 인생은 악화일로였다. 신발은 커녕 양말한짝 못 신은지 오래됐다. 아파서 못견딜거 같아 내손으로 한 번 바꿔보고 싶다.
나도 아픈와중에도 물속에 갇혀버린 어린 친구들 생각도 나고 그걸 2012년에 막지 못했던 나에게도 화가 치민다.
지금은 앞으로 가기 위해 신발을 고르고 있지만 언젠간 뒤따라올 이들을 위해 내가 지나온 가시덩굴을 다 잘라버리고싶다.
내 세대에 내가 꽃피기엔 좀 늦은 것 같은 생각이 문득 든다.
카페 브금으로 틀어둔 캐럴이 귀를 울리고 몰래 카운터 밑에 앉아 눈물이 찔끔 난다.
엄마랑 아빠랑 다 보고 싶다. 잘 살고 싶다. 정치병이라 하지 말아라.
나도 좀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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