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탱이가 없으므로 음슴체

필자는 충북 영동군에 사는 흔한 남자사람임

영동이 좀 많이 시골이고 그래서 영동하면 

서울 영동이나 영동지방, 영동고속도로 등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 그런 인지도 없는 동네임...

 그래도 나름 과거엔 교통의 요충지여서 번화했었지만 지금은 그 흔적만 어렴풋이 남아있다 함(아직 이사온지 얼마 안됨) 

 사실 지금도 기차는 서울역 못지 않게 각지방 모든 방향으로 가는 기차들이 나름 빼곡히 배차되어있음 ㅋㅋ 남한 영토 배꼽부분임 딱 한가운데정도..??

서두는 이만하고 아무튼 영동의 기차역인 영동역엔 작은 광장이 있고 시계탑과 동상이 하나 있는데 이 동상이 오늘의 주인공.

동상은 송병순 혹은 심석재라고 불리시는 항일순국열사의 동상임. 
학교다닐적에도 국사교과서에서 봤던 적도 없고 이동네로 오기전엔 몰랐던 분이지만 이지역 연고지의 독립운동가니 세워놨겠지 싶었음. 
그리고 나름 알게 되서 뿌듯함. 잘 알려지지 않은 고마우신 분이니까.

 근데 문제의 할배가 몇달 전부터 눈에 띔.

 일주일에 서너번정도 한 11시?즈음 나와서 그 동상앞에서 파렷자세로 군가부르듯 팔을 리드미컬하게 흔들며 무슨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음.

 나는 그냥 순국열사니까 그사람을 기리기 위해 군가같은거나 옛날노래같은거 부르나보다 하고 신경을 껐지만 오늘 그 실체를 보고야 말았음... 

 영동역 앞을 지나쳐가고있는데 오늘도 그 할배가 노래를 부르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고 있는거임. 

'저아저씨도 참 꾸준하시네'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동상 받침대부분 밑에 그 할배가방과 함께 그 위에 무슨 종이가 얹혀져있는게 눈에 들어왔음.

뭔가 하고 유심히 보는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음. 육성으로 '이런 미친 씨발'이라고 욕이 튀어나오고야 말았음 ㅋㅋㅋ

그 종이(찌라시)는 독재자 박정희의 치적을 광고하는 찌라시였던거임 ㅋㅋㅋ그걸ㅋㅋㅋㅋㅋ항일순국열사 동상밑에 영정사진마냥 세워놓고 뭔 노래를 불렀던거임.
나중에 아는분께 얘기 들어보니 노래도 사실 새마을운동노래였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바로 딴지걸기 발동.

나 : 아저씨 박정희전대통령이 일제한테 충성까지 맹세한 일본군 장교였던건 아세요?? 순국열사 동상에다 대고 이런짓 하고 싶으세요??

할배 : 박정희 대통령께서 우리나라를 사랑해서 해준게 몇갠데 그게 중요하냐! 서로 똑같이 애국자이니까 같이 모시는 것 뿐이다!!

라는 개 병신 헛소리를 지껄이시기 시작하심. ㅎㅎㅎㅎ

그래서 나는 이분은 말이 통하질 않겠구나 싶어서 그냥 송병순 선생님은 당신이 이러는거 하나도 달갑지 않을거라고.
새파랗게 젊은놈에게 욕드시기 싫으시면 이런짓은 그만하시라고 말씀드렸지만 뭐 마이동풍,....

결국 설득하지 못하고 분만 삭이며 가던길 감....

더 멘붕에 빠진 건 그런 할배를 보고 빨리 돌아가셔서 세상에 없었으면 좋겠다는 나쁜 생각을 해버린 나한테도 멘붕을 겪었음.

이 갈등의 격차가 아득하게 메워질것같지도 않고.. 우울한 하루가 될것같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