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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etyl-CoA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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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boast_17044
    작성자 : acetyl-CoA
    추천 : 7
    조회수 : 935
    IP : 218.232.***.37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7/03/01 19:14:28
    http://todayhumor.com/?boast_17044 모바일
    나는 몸매가 좋다.
    <p>34-24-36. 다들 부러워한다는, 서구적인 신체 사이즈.</p> <p>하지만 낮은 자존감은 이를 필사적으로 가리게 만들었다.</p> <p><br></p> <p>어릴 적 부터 엉덩이가 유달리 컸다. 그리고 언제나 들어온 말들. </p> <p>엉덩이 빼고 걷지 마라</p> <p>엉덩이 씰룩거리지 마라</p> <p>치마 일부러 뒷쪽만 줄이지 마라</p> <p><br></p> <p>항상 밝게 웃고 다녔지만, 사회성이 좋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 말들에 받아치기는 힘들었다.</p> <p>학창시절 이유없이 왕따를 당할 때, 나를 지칭하는 말은 '그 엉덩이 큰 애' 였다.</p> <p>물론 엉덩이가 크다는 이유로 따돌림이 시작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내가 아니꼬왔는데, 특징이 엉덩이가 컸다는 것일 뿐.</p> <p>하지만 당시 내겐 그 말을 필터링 할 자존감이 없었고, 그런 말이 들려올 때마다 점점 더 몸매를 가렸다. </p> <p>그리고 학원 선생에게 당했던 성추행은, 내가 더 옷을 꽁꽁 싸매 입도록 만들었다.</p> <p><br></p> <p>언제나 다른 아이들과 비슷해 보이기 위해, 절대 튀지 않으려 무던히 노력했다.</p> <p>엉덩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리는 교복치마를 자꾸만 끌어내리고, 사복을 입을라 치면 펑퍼짐한 바지에 엉덩이를 가리는 긴 옷을 입었다.</p> <p><br></p> <p>대학에 오니 여리여리해 보이는 가디건에 플레어 스커트를 입은 동기들이 너무나 예뻐보였다.</p> <p>하지만 오랜 운동으로 떡벌어진 어깨는 가디건만 입으면 덩치가 어마어마해 보였고, </p> <p>플레어스커트는 엉덩이 때문에 자꾸만 들리고 핏도 예쁘지 않아 포기했다.</p> <p>내가 입을 수 있는 옷은 한계가 있었다. 고무줄 바지와 긴 옷. 그리고 일자로 떨어지는 베이비돌 원피스.</p> <p>거기다 얼굴이 통통하고 둥글둥글, 순둥순둥한 편이었기에 아마도 다들 '통통한 애'라고 생각했으리라. </p> <p><br></p> <p>그러다 얼마전 현장실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구매한 검은색 스키니.</p> <p>아무곳에나 들어가 사이즈도 모른채 스판 적당한 옷을 샀기에 허리는 많이 남아 돌았고, 엉덩이부터는 딱 달라붙는 모습이었다.</p> <p>벨트를 구매해 허리에 착용하자 바지의 허리부분이 쭈글쭈글 해졌다. 그 안에 셔츠를 집어넣자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p> <p><br></p> <p>그렇게 적나라하게 몸매를 드러내는 옷은 처음이어서, 출근하기 전 거울 앞에서 얼마나 망설였는지 모른다.</p> <p>목적지에 도착해 겉옷을 벗을때까지 머릿속엔 수많은 걱정들이 스쳐지나갔다.</p> <p><br></p> <p>모두들 내 엉덩이를 보고 흉을 보는 게 아닐까?</p> <p>엉덩이 때문에 둔해보인다고 하지 않을까?</p> <p>왜 그런 옷을 입었냐고 뭐라고 하지 않을까?</p> <p><br></p> <p>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들은 말들은 당황스러울 만큼 많은 몸매 칭찬이었다. 처음엔 믿지 못했다. 그냥 하는 말이겠지. 내 엉덩이가 어딜 봐서 예뻐, 무식하게 크지. </p> <p>하지만 한달가까이 이런 이야기를 듣자,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다. 그러면서 나도 조금씩 바뀌었다.</p> <p>알고싶지 않아서 줄자를 들이대본 적 없는 허리와 엉덩이 둘레를 측정해봤다. 24, 36이었다.</p> <p>맞는 바지를 좀 더 사고싶어서 시내에 갔더니 꼭 맞는 옷이 없었다.</p> <p>그래서 패션 게시판에 글을 썼더니 누군가가 축복받은 것 아니냐고 묻기에, 이런 글을 쓰게 됐다.</p> <p><br></p> <p>좋은 신체 사이즈를 가졌지만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주변이었다. 어릴 적 내 주변인들에게 내 몸매는 '비정상' 이었고 놀림감일 뿐이었다. </p> <p>지금의 주변인들은 내 몸매를 다들 좋게 봐주고 있는 듯 하다.</p> <p>하지만 나는 아직도 집밖을 나가기 전에 항상 걱정한다. </p> <p><br></p> <p>정말로 내 몸매를 좋게 봐주는 것일까?</p> <p>그냥 빈말이 아닐까?</p> <p>칭찬할 게 없어서 하는 말 아닐까?</p> <p><br></p> <p>어릴적 바닥을 쳐버린 생각은 아직도 올라오려면 한참 멀은 것 같다. 언젠가 올라올 수 있겠지. </p> <p><br></p> <p>----</p> <p>어디에 써야하나 고민하다가 자랑게로 왔습니다. 오유에서는 엉덩이가 큰것을 자랑이라고, 축복이라고 여기더라구요.</p> <p>혹시 이 글을 읽어주신다면, 제게 몸매칭찬 한마디만 해주실 수 있을까요?</p> <p>제 몸매에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히 집밖을 활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p> <p><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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