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저녁 밥을 먹었을 때의 일입니다.
딸아이가 하나 있는데 다섯살이예요.
평소에도 밥을 아주 얌전히 먹지는 않는데 이날은 또 유달리 괜히 기분이 업되어 있어서 자리에서 앉았다 섰다 이러면서 먹더라구요.
혼자 뭐가 신났는지 막 기분이 좋아서 안절부절 못하면서 장난치면서 먹고 있는것 때문에 밥 먹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니
저도 답답하고 짜증이 좀 나서 좀 엄한 소리로 목소리를 높혀
"밥 먹을때 엄마가 일어나지 말랬지! 그러면 엄마가 화낸다고 얘기했잖아!"
이렇게 얘기했더니 놀랐는지 눈이 땡그래 지면서 눈물이 그렁그렁 하더라구요.
저도 평소에는 이렇게 화내기 전에 몇번 낮춰서 경고를 해 준다음에 마지막으로 정말 말을 듣지 않으면 엄마가 화낼거야!
이렇게 경고를 해주는 편인데 이날은 갑자기 목소리가 커져서 애한테 많이 미안해서 꼭 안아주면서 말했습니다.
"oo야 엄마가 소리 질러서 많이 놀랐지? 갑자기 큰 소리 질러서 미안해!"
이렇게 달래주니 그제서야 눈물이 포텐터지듯 펑펑 울더라구요. 불쌍해라.
그래서 어떻게 해야 눈물을 그칠까 고민하다가 저도 모르게
"ㅇㅇ야. 엄마 마음속에는 항상 ㅇㅇ이한테 예쁜말만 하게 해주려고 하는 착한 요정이 살고 있는데, 가끔 나쁜 요정이 찾아오는 날이 있어.
근데 이 나쁜 요정은 엄마한테 갑자기 소리 지르게 하고, 나쁜말을 하게 하는 아주 나쁜 요정이야. 이 나쁜 요정 때문에 엄마가 갑자기 화를 내게 되는데 이건 나쁜요정때문이지 엄마가 너를 미워하거나 싫어해서 그러는게 아니야. ㅇㅇ이도 알고 있지?"
이렇게 얘기해 줬더니 갑자기 울음을 뚝 그치고 제 입을 막더니 자기 귀에다 얘기를 하라고 하는거예요.
그래서 어리둥절해서 왜그래? 왜그래? 이러니까 아이가 제 귀에 입을 가져다 대고
"나쁜요정이 들으면 어떻게해. 못듣게 나한테 귓속말로 얘기해!"
이러더라구요.
평소에 제법 어른스러운 티를 내는 아이라서 얘는 이렇게 천진한 구석이 없을 줄 알았는데
너무 귀엽고 천진해서 저도 모르게 꼭 안아주었습니다. 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