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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22271
    작성자 : 지퍼래빗
    추천 : 4
    조회수 : 270
    IP : 222.235.***.155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5/10/22 20: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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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랑 때문에 이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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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랑 때문에 이러잖아요

     

     

      신의 눈을 가리려는 듯이 하늘을 메운 채로 위용 있던 구름은, 겁과 죄 있는 자들의 귀에만 울렸을 전사들의 함성과도 같은 북소리를 거두고 어느새 뿔뿔이 흩어져버렸다. 부유한 자제의 시큰둥한 손사래처럼, 범용한 자의 머리를 밟고 설듯이 내려왔던 어제의 무거운 구름은, 누군가의 작은 발차기에 일렁이다 이내 가라앉은 지상의 먼지보다도 무기력하게 정오의 일광을 피해 자취를 감추었다.

    자상하게 미소 짓는 위대한 자의 목소리처럼,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볕은 대지를 덮은 눈에 닿아 환하게 부셨다. 그러나 못마땅한 소인배처럼 두 뺨에 손찌검을 해대는 칼바람이 바닥의 새하얀 눈덩이를 긁어댔다. 무릎 아래로 흩날리는 초라한 눈보라를 가르며 가늘게 눈을 뜬 사내는 걷고 있었다.

    어이구, 여자가 죽은 걸 보는 건 번번이 힘들던데 말이죠.”

    앞서 걷는 사내의 뒤를 촐랑대며 따르는 덩치 좋은 남자의 말에 사내는 슬쩍 고개를 뒤로 두고 대답했다.

    피해자라고 생각해야지. 여자를 유독 측은하게 여기는 건 자네의 자질에 비해 좋지 않은 태도네.”

    뒤에 선 남자는 한쪽 귀를 어깨에 대려는 자세를 하고는 별 말을 잇지 않고 걸었다. 둘은 눈밭 위에 우두커니 선 작은 나무집을 향해 걸었고 거기에는 이미 검정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뭐 어쨌든, 검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단정한 얼굴의 젊은 검사는 방금보다 덜 고개를 돌리고 대답했다.

    뭘 말인가.”

    살인사건이지 않습니까. ‘이스데일 살인사건이후로는 몇 년 만에 있는 잔혹범죄니까요. 순박한 사람들뿐인 곳에서 살인사건이라니. 놈이 다시 살인을 시작한 게 아닐까 그 생각이 번뜩 들더라고요.”

    검사는 다시 고개를 슬쩍 돌리고 대답했다. 말할 때 상대를 바라봐야 한다는 예법이 몸에 밴 탓인 듯싶었다.

    "우선 현장을 보고 얘길 나누도록 하세.”

    둘은 어느새 나무집 앞에 서서 모여 있는 경찰들 중에 아는 얼굴이 있는지 살폈다. 아마 그가 도착하고 바로 집의 안쪽에서 조금 가벼운 감이 있는 남자가 겨우 무례하지 않을 얼굴로 나와 악수를 권하며 맞았다.

    루이스 검사님. 늦으셨네요. 올리버 씨.”

    경감으로 보이는 남자는 콧수염을 손가락으로 만지면서 루이스 뒤에 선 올리버를 보고 작게 얼굴을 숙여 인사했다. 올리버는 자신에게 악수를 청하지 않는 게 불쾌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아무래도 순경 출신인 자신을 낮잡아보는 것도 이해는 되었다.

    들어가서 보시죠.”

    루이스와 올리버는 건물의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에 들어서자 둘을 반기는 건 역하고 메슥거리는 냄새였다. 올리버가 손가락으로 코를 붙잡고서 말했다. 바닥엔 아직 붉은 기를 간직한 선혈이 누군가의 발바닥 모양으로 수도 없이 찍혀있었다.

    여름이 아닌 게 다행이네요. 그렇죠?”

    루이스는 거기에 대꾸하지 않았지만 안쪽으로 들어가자는 걸 손짓으로 권하면서 그가 무시 받는 기분은 들지 않게 했다.

    사냥꾼이 쓰던 산장인가요?”

    . 곰 따위를 사냥하는 솜씨 좋은 사냥꾼은 아닙니다. 암사슴 몇 마리나 잡고 호수에서 낚시나 하는 수준이죠. 지금 와 있습니다. 만나보시죠.”

    경감은 루이스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걸음을 재촉하는 걸 멈추진 않았다. 두 사람은 경감의 안내를 받고 안으로 들어갔다. 기둥에 가려 그늘진 벽에는 묘령의 여인이 참혹하게 살해당한 채로 벽에 못 박혀 있었다. 마치 진창을 밟은 듯이 발아래로 흥건한 선혈이 여태 윤기를 가지고 있었고 그녀의 얼굴은 명백한 처절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올리버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시선을 돌리지는 않았다.

    맙소사. 이거 듣기만 했을 때보다 심하고만.”

    비어버린 색으로 거뭇한 벽과 동화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생이 사라진 후의 육체는 번번이 너무도 복잡한 심경을 가지게 했다.

    목을 졸랐나보군요.”

    루이스는 여자의 목에 난 시커먼 멍 자국을 가리키며 경감에게 물었다.

    부검을 해보면 정확하겠지만 일단은 그렇게 보입니다.”

    뒤에서 올리버가 작지만 당당한 소리로 루이스에게 물었다.

    죽인 뒤에 가슴을 뚫었다면 피가 이렇게나 많이 흐를 수 없지 않습니까?”

    올리버의 말에 모두 바닥을 바라봤다. 여자의 몸에서 흘러내린 흥건한 그것은 지옥의 악마가 게워낸 용암처럼도 보였다.

    루이스가 경감이 들고 있는 봉을 빌려들고 여자의 치마를 들쳤다. 피를 잔뜩 머금은 원단이 무거웠지만 끈질기게 손목에 힘을 주고 그것을 들쳐 올렸다. 그런데 피로 그어진 줄기가 골짜기처럼 타고 내렸으나 허벅지와 종아리가 창백한 얼굴만큼이나 깨끗한 편이었다. 루이스는 경감에게 봉을 돌려주었지만 경감은 그걸 찝찝하게 받아들고는 기둥에 세워두었다.

    확실히 이상하긴 하군요. 목을 졸려 죽었다면 이렇게나 많은 피가 흐르진 않았을 텐데. 어쩌면 살아있는 상태로 벽에 박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끔찍하군.”

    그의 말에 경감은 시종일관 덤덤한 얼굴에 깊은 주름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손짓을 해서 누군가를 데려오라는 지시를 했다. 곧 바깥에서 체구가 다부지지만 어딘가 배짱이 없을 것 같은 남자가 모자를 벗어 어깨를 숙이고 인사했다.

    신고를 하신 분이 맞나요?”

    남자는 그렇다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기거하는 곳이 아닌 듯한데, 어떻게 발견했는지 얘기를 들려주시겠습니까.”

    루이스의 말에는 진지한 정중함이 가득했고 상대는 그것에 상대는 누구든지 위축되는 기분이 들었고 말투가 더욱 겸손하고 조심스러워졌다.

    여긴 그냥 제 작은 산장입니다. 친구들과 올 때는 밤을 새우지만 혼자서는 늦게까지 있지 않습니다. 오늘은 그냥 마누라 때문에 낚시나 할까 하고 들른 거지요.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안 들었습니다. 그저 멍했지요. 다음에는 헛것을 보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시체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리나케 신고를 한 것이죠.”

    남자는 조금 떨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많아 어느 정도 안심은 되는 것 같았다. 루이스가 더 물었다.

    시신에 가까이 가셨습니까?”

    남자는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꿈에 볼까 다 겁이 나는데 가까이 갈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루이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경감은 남자를 다시 내보냈다.

    그럼 바닥의 발자국은 모두 범인의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겠군요.”

    산장 내부를 둘러보던 올리버가 말을 받았다.

    이 날씨에 맨발이라니. 더구나 난로에 불도 놓질 않았어요.”

    경감이 올리버의 말을 무시하고 루이스에게 뭔가를 내밀었다.

    이것을 보십시오. 범인이 쓴 것처럼 보이는 편지, 랄까. 그리고 펜입니다.”

    루이스는 금방 글을 읽어 내렸다. 그러고 올리버가 흥미가 생겼다는 듯이 다가오자 종이를 건네주었다.

    형편없는 글이네요. 조사나 수식언도 빈약하고 가벼운 미사여구들의 단편적인 나열이에요. 범인은 지적수준이 낮은 자인 것 같네요.”

    씩 웃는 올리버를 표정 없이 바라고는 루이스는 편지를 다시 받아들었다.

    십만이 넘는 이 도시에서 펜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은가?”

    올리버는 그냥 도리질만 쳤다.

    자네가 거리에서 지나치는 사람 중 열에 아홉이 글을 모르네. 이 종이에 적힌 글에 대한 비평은 모두 동의하네만, 범인은 교육을 받은 자이네.”

    이번에는 경감이 흥미로운 눈동자로 물었다.

    성질이 급한 나도 글을 이런 식으로 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검사님의 말에 동의하는 게 늘 펜을 쥐고 사는 제 조카보다도 단정한 글씨체를 가지고 있군요. 펜을 오래 다루지 않았다면 이런 글씨체를 가지기 힘들었겠죠.”

    올리버가 반박했다.

    저희 아버지는 총과 말을 아끼시고 책과 펜을 멀리하십니다만 글씨체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훌륭하십니다. 범인의 필체야 타고난 미적 감각일 수 있고 글이야 독학으로 배웠을 수도 있습니다.”

    어제 이곳의 날씨는 어땠습니까?”

    경감이 루이스의 질문에 대답했다.

    눈이 소나기처럼 내렸지요. 좀 쌓이는가 싶더니 이내 개었다가 새벽이 돼서 다시 쏟아졌습니다.”

    그럼 날씨가 개었을 때도 그렇게 밝은 편은 아니었겠군요?”

    경감은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스는 올리버를 보고 말했다.

    난로에 불도 올리지 않고, 여기엔 촛대도 없네. 겨우 달빛을 받아 글을 적었네만 이렇게 일정하고 단정한 필체를 구사했다면 독학이건 타고났건 펜을 자주 다뤘다는 뜻이겠지.”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다가 렌턴을 들고 왔을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경감의 표정은 올리버를 흘기고는 쌀쌀맞게 변했다.

    산장에 불빛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건 이미 조사했네. 자네가 난로에 코를 대고 킁킁대기 훨씬 이전에. 여기에서 불빛이 인다면 호수 건너에서까지 비치거든.”

    경감은 대뜸 올리버를 하대했다. 그에 대한 경감의 감정이 순간 드러난 것이었지만 어차피 나이차도 있었기에 올리버는 면전에 대고 불쾌함을 드러내진 않았다.

    이건 넘어가기로 하세. 일단 이 글의 내용은 어떤 여성에 대한 찬미일색이군. 보석 같은 눈동자, 비단 같은 머릿결, 교양 있는 말투와 우아한 손짓, 눈처럼 하얀 피부.”

    죽은 여자에 대한 묘사는 아닌 것 같은데요.”

    확실히.”

    루이스는 종이를 들고 벽에 걸린 여자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나머지 둘도 그를 따랐다.

    이 여자의 머릿결은 거칠어요. 눈도 짙은 갈색으로 보석에 비유할 만하진 않고 입고 있는 옷도 두껍고 질긴 면직물 혼방이에요. 교양은 알 수 없지만 우아함을 묘사할 만큼 부유해보이진 않습니다.”

    올리버는 우아함을 부유함에 귀속시키는 루이스의 말에 대꾸하고 싶었지만 그냥 코끝을 찡그리고 말았다.

    범인이 여기에 묘사한 여자는 살해된 여자와 동일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 여자를 왜 죽였을까요, 부자도 아니라서 빼앗을 것도 없고, 신체를 모욕적으로 유린한 흔적도 없고요. 가슴에 구멍을 뚫은 것도 잔인한 방법이지만 그 이상 사체를 훼손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금품을 노린 것도 아니고 강간을 위한 것도 아니고 살인 자체를 즐기는 놈도 아니라는 건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루이스는 입술을 앙다물고 코로 숨을 빨아들였다. 경감은 괜히 자기가 역겨운 살육의 냄새를 들이킨 것처럼 인상을 구겼다.

    그걸 알아내야겠지.”

    혹시.”

    올리버가 말했다.

    전에 읽은 책이 있는데, 어떤 천재적인 재능의 음악가가 더 나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불을 지르고 살인을 저지르는 내용의 고전이었습니다. 혹시, 범인이 같은 이유로 살인을 저지른 게 아닐까요?”

    루이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걸 보고서야 경감은 올리버를 표정으로 비웃었다.

    한계라는 것도 말이네. 일정 수준에 오르지 않으면 겪어지지 않는 일이지. 자네 말대로 범인의 글은 그저 형편없어. 구부러진 펜촉을 보면 스스로도 마땅찮아한 모양이지만 그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을 것 같지는 않아. 무엇보다 죽은 여자를 묘사하지 않았으니까.”

    그럼 도대체 뭣 때문에 여자를 죽였을까요?”

    경감은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기만 했다.

    그걸 밝혀내야지. 이 자가 종이에 써낸 여자와 벽에 박혀서 피를 몽땅 쏟아버린 여자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일.”

    루이스와 올리버는 몇 가지 얘기를 나누면서 산장을 돌아다녔고 가만히 둘을 따라다니던 경감이 지루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이제 저 여자는 벽에서 내려도 좋겠습니까? 부검도 해야 하고 가족도 찾아야하니까요.”

    그렇게 하십쇼. 뭔가 새로운 게 발견되면 바로 알려주시고요.”

    경감이 괜히 우쭐대는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될 겁니다. 이 바닥을 보십시오. 맨발로 피를 묻히고 돌아다녔습니다. 아마 온통 지문을 묻히고 다녔을 테지요. 범인의 대강을 특정할 수만 있으면 금방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지문 같은 걸 믿으십니까?”

    루이스가 시큰둥하게 받았다. 경감은 조금 당황해서 어리둥절해했다. 검사가 증거로서 지문의 효력을 무시하는 뉘앙스라니.

    지문은 범인을 특정 하는 하나의 틀이고 규칙일 뿐입니다. 그것에 의존하게 되면 반드시 속게 됩니다. 규칙과 틀이 정립되면 그걸 비트는 것도 가능해지니까요. 실제로 지문은 조작할 수 있습니다.”

    루이스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지만 경감의 표정은 떨떠름했다.

    저는 제 할 일이 있는 거니까요. 그럼.”

    경감은 자리를 떠났다. 루이스와 올리버도 산장을 더 돌아보고는 벽에 걸린 사체를 떼어내려고 제복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들어오자 산만해져서 산장을 빠져나갔다.

     

    밖에는 따스운 햇볕 사이로 뉘인 낙엽처럼 메마르고 거친 찬바람이 살을 쓸어댔다. 올리버는 루이스와 함께 산장을 둘러싼 호수와 숲을 바라보았다. 흰 눈에 반사되어 빛나는 절경에 둘은 산장 안에서의 찝찝한 기분이 어느 정도 해갈되는 걸 느꼈다.

    가지.”

    루이스가 먼저 걸음을 뗐고 올리버가 뒤를 따랐다.

    검사님. 그런데 말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곳에 올 때처럼 올리버는 촐랑대며 걸었고 앞서 걷는 루이스는 슬쩍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뭐가.”

    이번 사건이요. 또 일어날까요?”

    루이스는 뜸을 들였다. 그리고 자신에 찼지만 내키지 않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도 말했잖은가. 금품을 노린 것도, 육체를 노린 것도 아니라고. 살인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 말이지.”

    그게 어째서요?”

    이런 유형의 동기를 특정하기 힘든 살인은, 둘 중 하나지. 사고, 아니라면 원한. 그리고 만약 원한 때문이라면 빠르고 깨끗한 단죄를 내리거나 참혹하고 지독한 형벌을 내렸을 거네. 이 사건은 둘 다 아니니까 그럼 뭐겠는가.”

    올리버는 도무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도리질을 했다. 루이스가 슬쩍 웃었다.

    그래. 이유를 알 수 없는 거지. 하지만 범인은 이유가 없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네. 우리가 모를 뿐이지. 우리가 모르는 그 이유 때문에 범인은 계속 살인을 저지를 거네. 그리고 그 이유를 우리에게 들켰을 때, 잡히겠지.”

    올리버는 개운치 못한 얼굴로 루이스를 따랐다. 둘은 동시에 차가운 공기를 폐부에 가득 담았다가 뱉어냈다. 아직 노을이 지려면 한참이나 남았지만 둘의 뒤로 풍경은 마치 갈까마귀가 배회하는 것처럼 숨이 얼어붙고 생이 져들고 있었다.

     

     

     치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오물들에 찌들어 비릿하고 메스꺼운 악취가 가득한 골목에서 앙상하고 기력 없는 남자가 바닥에 무릎을 대고 굽어있었다. 남자가 중얼대는 소리는 진득한 대기 속으로 파묻혀 가라앉았다.

    남자는 한손으로 머리를 쓸었고 다른 손을 바닥에 대고 꼭 속을 게워내는 주정뱅이처럼 무너질 것 같은 상체를 겨우 지탱하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는 바닥에 누워 파란눈동자에 애써 자신의 눈동자를 맞추려고 했다.

    맑은 하늘에서 신의 은총을 받는 것처럼 달빛이 남자를 감쌌다. 남자는 차가운 바닥에 누워 그대로 스며들고 있는 창백한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곱슬곱슬한 노란 머리칼과 매혹적인 화장이 짙은 눈동자의 주인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멍하니 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의 마지막 숨을 삼키려는 듯이 그녀의 입술에 코를 가져다대고 숨을 빨아들였다. 그러고 나서 구겨진 종이를 바르게 펴서 여자의 봉긋한 가슴 위에 고이 올려두고 손을 포개어 바람에 날리지 않게 했다.

    남자는 마지막으로 종이에 적힌 글을 읽다가 이내 바닥을 바라보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당신은 어떻게 해서든 부스럼처럼 날 긁어내고 싶을 거예요. 맞아요? 하지만 알아줘요. 난 당신의 삶으로 스며든 빗물이에요. 그리고 향기를 가지고 있어요. 당신은 나를 잊어서는 안 돼요. 난 당신의 삶에 관여되어 있어요. 그리고 향기를 가지고 있어요. 당신은 나를 잊어서는 안돼요.’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조차 힘겨운 병자처럼 보였다. 그는 겨우 일어나 가쁜 숨을 내쉬고는, 시퍼런 날붙이가 아님에도 참혹함을 뿜어내는 장도리를 품으로 숨겼다. 남자는 손과 옷에 묻은 피를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밤하늘 아래로, 어느 누구도 그를 바라보지 않을 것만 같았다. 악마의 가호를 받는 듯이, 남자는 캄캄한 골목을 나와서 더욱 어둡고 음침한 거리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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