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벤져스 1의 임팩트는 정말 대단했죠. 이번 어벤져스 2가 실망스럽다는 분들 중에는 강력했던 어벤져스 1의 임팩트를 이미 경험해 봤기 때문에 지난번만큼의 쇼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태어나서 처음 과자종합선물세트를 본 아이는 "우와 대단해! 맛있는 과자가 잔뜩 들어있어!" 라고 흥분하지만 두번째 종합선물세트를 본 아이는 첫번째만큼의 놀라움을 느끼진 못하죠. 아마 세번째 종합선물세트를 볼때쯤이면 "이 과자는 맛이 없고, 이 과자는 왜 넣은거야?" 이렇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어벤져스 같은 시리즈물이 가지고 가야 할 숙명이죠. 전작의 흥행이 뒷받침된다는 점은 플러스지만 자꾸 반복되면 식상해진다는 것은 마이너스거든요. 게다가 앞에 시리즈물이 계속 쌓이게 되면 기존 팬들이야 더욱더 즐길거리가 늘어나지만 신규팬의 진입장벽은 그만큼 높아지게 되니까요. 그렇다고 전편에서 있었던 내용들을 신작영화 초반에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면 피같은 시간 까먹는다고 욕먹을껍니다. 게다가 전편 회상장면이라도 넣으면 장난하냐는 욕을 태반으로 먹겠죠.
그럼 영화 얘기로 돌아가보죠. 2편에 대한 감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1편 따위는 생각도 안날만큼 충격과 경악의 명작'은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1편의 얼굴에 먹칠을 할 만큼 망작도 아닙니다. 1편 수준을 지키는데 성공했고 거기다 곁가지로 여러 양념과 장식을 더 붙인 어벤져스 개량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영화 자체는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이런 영화에서 주로 나오는 캐릭터 중요도 배분도 최대한 신경썼으며, 역으로 공평하게 배려하려다가 생기는 단순나열식 구조도 생기지 않게 최대한 노력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특히 캐릭터들의 인간적인 고뇌와 어벤져스들의 관계(갈등과 썸)를 다루어서 스토리의 깊이를 더하려는 노력도 있었습니다. 최후의 전쟁이 될(진짜?) 어벤져스 3을 앞두고 이러한 이야기들을 다루는 곳은 어벤져스 2가 가장 적절한 무대였겠죠.
액션신 역시 흠잡을데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헐크버스터와 헐크의 싸움을 왜 선공개했는지 알겠더군요. 그정도 수준의 수준높은 액션신이 계속 진행됩니다. 액션신이 밀도와 강도, 배분 역시 제작진에서 욕안먹게 최대한 신경썼다는게 보입니다. 액션도 길어지고 늘어지고 쌓이고 쌓이면 지루해지기 마련이거든요. (알았냐? 마이클 베이? 내가 트랜스포머 4 액션신중에 깜빡 존게 처음이었다.) 다만 마지막 전투가 상대방이 너무 한종류밖에 안나와서 조금 단순해지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어벤져스 1에선 그래도 걸어다니는 놈, 날아다니는 놈, 큰 놈, 작은 놈 등등 그래도 다양했죠.) 그래도 토르와 캡틴아메리카 (사실은 망치와 방패)의 전투신에서의 콤보공격도 좋았고, 헐크와 아이언맨의 캐미도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전면전보다는 잠입과 1 : 1에 더 어울리는 블랙위도우와 호크아이가 활약할 장면이 적었다는 아쉬움은 좀 있네요.
깨알같은 전편 출연진(히어로)들의 등장도 반가왔습니다. 그리고 신캐릭터는 음... 퀵실버는 그래도 능력이 심플해서 이해가 쉬웠는데 스칼렛 위치의 경우에는 능력에 대한 설명이 약간 더 있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긴 했습니다. 저는 능력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 의아하기 하더군요.(특히 물리력 부분...) 그리고 그 친구는... 아무리 원작 모습에 대해선 알고 있지만 그 코스츔이 최선이었을까요...아쉽네요. 그리고 이 친구와 울트론의 "왜 나는 이래야 하는가" 에 대한 심리묘사나 설명은 영화에서 부족한건지 번역을 이상하게 했는지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한국 장면은 딱 다른 헐리웃 영화에서 지역 로케 간 만큼 나옵니다. 사실 그게 당연한거죠. 뭐 이걸로 몇백억의 경제효과가 난다느니... 그건 진짜 기자들과 정부의 설레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여기서 어벤져스 2 찍었다고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들 것도 아니고, 영화에 배경장면으로 나왔다고 국격이 높아지는것도 아니잖습니까? 그냥 우리한테 익숙한 곳들이 나오는 재미로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 떡볶이집은 효과 좀 볼지도 모르겠네요. ㅎㅎㅎㅎㅎ 그리고 가만 생각해 보니 그 쓸모없던 둥둥섬이 그나마 이번 영화 배경화면에 나와서 조금이나마 쓸모가 생기긴 했군요.
사실 2편이 1편보다 흥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1편을 욕먹였다' 라는 혹평을 듣기 일쑤죠. 1편보다 2편이 나은 경우는 역사에 길이남을 명작들이 되었죠. - 에일리어이나 터미네이터 등 - 물론 어벤져스 2는 이 범주에는 들었다고 단언하긴 힘들지만 최소한 1편보다 못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1편을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2편에 대해 엄청난 기대를 품지 않았다면 충분히 지루하지 않게 즐길 만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ps) 마지막으로 좀 뜬금없던거 두개. 근데 그 금속이 단단한 것 말고 그런 용도로 쓰이는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누구 설명해주실분? 또, 그 동굴 속에 있던 샘은 뭡니까? 그 박사는 거길 어떻게 알고 있었죠?